과연 무엇을 필요로 할까.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난 이 질문에 뭐라도 답하고 싶다. 어리석은 자문자답이 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내게(도) 김훈의 산문집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지라, 그의 여전한 문체와 단정적 문장과 동어반복성 주제의식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세계관과 결코 감지되지 않는 유머감각 등등을 놓고, 이거 뭐 재탕이잖아? 그런 생각도 하긴 했다. 그렇다고 그게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하나의 사안과 사물과 현상과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붙들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책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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