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라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 그러니까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인정욕구+ 인간의 근본 외로움)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 사람이 있고, 반면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지, 내가 알아야 해서 그렇게 나에게 알려주기 위해 하루하루 사는 사람이 있다, 고 치자. 난 어느 쪽인가. 당연히 둘 다다.

 

그런 의미에서 난 요즘 지독한 혼란 속에 나를 팽개치고 산다.

 

일기장은 술김에 받아적는 남편님 어록으로 휘갈겨져 잇고

정작 진짜 일기는 여기에 자판질로 더덕더덕 성한 데가 없다.(너무 극심한 자아비판인가? 꼭 이런 식이라니까.)

 

*

어제는 대전에 다녀왔다. 남편의 누나의 남편이 지금 병원에 한 달째 입원중이시다.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몰랐는데, 합병증까지 와서 지금 상황이 많이 안좋다고 한다. 처음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충격을 받았다. 지난 해 5월에 적과(열매솎기)를 도와주시러 며칠 다녀가셨는데 그때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 계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마른 얼굴들 중에 내가 실물로 본 얼굴로는 가장 심하게 야윈 얼굴을 하고 계셨다. 거기다 완전 노란 낯빛. 눈도 마찬가지. 하늘이 노래진다고들 하는데 보고도 믿지 못하는 비현실적 느낌. 남편의 누나(손 위 시누이고 형님이라 불러야 마땅하지만 우린 다르게 부른다. 언니로)와 눈이 마주쳤고 눈물이 그렁그렁 쏟아지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입술에 힘을 주고 가슴을 꾹 눌러야 했다. 병실에서 나와 남동생 내외에게 탕수육을 사주셨는데 잘 참다가 결국 울음이 터졌다. 며칠 전엔 느이 매형이 이러더라.. 내가 갈증난다고 했더니, 맥주 사먹으라면서 돈을 꺼내 주더라.. 매점에서 사다 먹으라면서 여기서 먹어도 된다면서...

 

*

일 하러 가야 하는데 점심으로 맨날 컵라면을 먹는 것도 지겹고 해서 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몇 시간이나마 일 하다 오자고 그런다. 남편 술 좀 그만 마시게 해야 하는 나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오늘 저녁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할 때 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이게 내 평생의 숙제였는데 이젠 좀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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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5 1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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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0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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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5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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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0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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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5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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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0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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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00: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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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0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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