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1시 30분에, 엎어지면 코닿을 편의점에 술을 사러갔다. 만원을 들고 가서 6500원을 거슬러 받았고 3500원짜리 맥주였다. 엎어지면 코닿을 편의점에는 늘 그렇듯 그 아저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안경을 콧잔등에 걸치고 오늘 따라 유난히 불콰한 혈색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그의 얼굴이 한표정 했는데, 하이고 이 야밤에 또?  걸핏하면 늦은 시간에 술을 사러오는 나같은 사람한테 빼먹지 않고 짓는 표정이시겠지. 아무튼 나는 그 편의점 주인이 알바를 두지 않고 부인과 2교대 근무를 한다는 것을 이곳에 이사온 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엎어지면 코닿을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는 남편과 사이좋게 나눠 마셨고 그걸 빌미로(?) 남편과의 오늘 음주는 2시 30분쯤 끝이 났다. 
 
막판 안주는 계란찜과 커피였다. 계란찜은 그렇다치지만 커피라니. 유사 이래 가장 이례적인 술안주 덕분인지 졸리다가 갑자기 안졸리게 되었다.
 
뭘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지 적고 싶었는데 전혀 그러질 못했다. 이제 페이퍼를 끝내야 한다. 졸립지 않지만 자야할 시간이고, 자야 할 시간을 넘겼는데 안자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힌다. 하루 일과는 기록 조차 못했고. 잊혀질 것이 분명한 일상. 그 연장선 위에 부실하게 놓여진 다리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면서 난 언제나 무능력하다. 무기력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무능력 앞에선 아무리 머리를 쥐어박아도 소용없다. 에잇 그런 의미에서 머리나 쥐어박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술 취한 남편의 콧구멍에 으스러지게는 아니어도 약간은 힘이 실린 뽀뽀를 하고 나면 내일도 제법 무능력한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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