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한권 읽을까 말까한 컨디션 주제에 어쩌자고 난, 오늘같은 모처럼의 호재를 마다하고 이렇게 온라인을 죽치고 앉아 망가져가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요즘은 더더군다나 망가짐의 속도와 양에 압사 당하는 속수무책의 단계에 와있는데 하물며 괴로워하는 양심의 수순까지 밟고 있으려니 자진해서 놀랍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 망가질 것도 없이 바닥을 치는 기분으로 희망을(으..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그래, 이 상황에서 이 컨디션으로 뭐가 있겠는가. 희망 말고 뭐가 있겠는가. 아닌 게 아니듯, 요즘같이 희망이 '고문'으로 둔갑한 시대에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로 손색이 없지 않나. 망가짐의 양과 속도에 취했으니 희망 따위 엿이니 먹으라는 설정으로 가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희망' 이라는 말을 꺼낸 원죄에 대해 난 어떤 식으로든 해명을 하고 싶은 것인데, 대체 희망을? 도대체 언제적 낡아빠진 언사이며, 해서는 안되는 터부의 말이 되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궁금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절대로 알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희망을? 지극히 순진하게 희망'사항' 같은 걸로 그 쓰임을 당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문득 회귀하듯 그리워하자는? 그래서 다시 어째 보자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이쯤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맺는다면, 진부하게나마 의미를 구걸하자면, 희망이란 건 원래 없(었)는데

우리가 속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추상성의 원흉이기 때문에 이 모든 건 없던 걸로 하자는..이상한 마무리.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암튼 중요한 건, 희망은 마침내(!) 나에게 금기사항이 되었다는 것. 나에게만' 해당되는 뼈아픈 진리라도 되는 양, 더 장황하게 토를 달고 싶지만 '남은 건 절망 뿐'이라는 흔해빠진 이 말에 담긴 일말의 슬픔도, 나아가 슬픔에 실린 한낱 힘에 의지하려는 마음조차도, 더이상 바랄 것도 없이 사라진 희망 앞에서는 뼈도 못추리고 죽어버리기를 바란다. 망가진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의심하고 의심해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해맑은 결론에 도달하기만을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