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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는 버릇을 들이려고 아무리 애써봤자(아니 애써본 적도 없지만) 그래서인지 애써볼 것도 없이 일찍 잠드는 건 내겐 멀고도 먼 얘기가 될 것 같다. 난 요즘 매일 5시 10분 혹은 5시 30분 근처에 알람을 맞춰놓고 잔다. 그래야만 하는 현실이 내게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한번의 알람에 재깍 일어나 본 적이 없다. 5분만.. 10분만.. 아니 3분만.. 이런 식이다. 늘 이렇다. 매양 이런 식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얻어낸 것이 있다면 적어도 6시 전에는 기상을 한다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왜냐면 아침 준비를 거의 안해놓았기 때문이다. 간단한 김밥을 말을 건데 단무지(통단무지)라도 잘라놓았다면 아침시간이 한결 수월할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아주 성의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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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에는, 햇볕 아래서 지나간 팟빵을 매일 듣고 있는데 오늘은 하루끼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다. 난 하루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싫어하는 쪽이다. 물론 그의 신드롬(?)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못된다. 다만 지나치게 부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줄곧 해왔다. 그래서인가, 아무튼 난 하루끼를 안중에도 없어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그가 일본작가라는 이유만으로(반일감정이든 뭐든) 이런 류의 모종의 선입견이 있다 할지라도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조차 없으면서 일단 야박하게 굴고 보는 이런 감정에 대해 구구절절 변명하지는 않겠다. 왜냐면 난 알고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작동되는 내 취향의 호불호에 대해 그 취향의 경계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닌게 아니라 언제부턴가 긍지마저 느끼게 되었다. 호불호. 싫고 좋음? 그것을 드러내는 것(꼴)에 대해. 물론 그걸 노골적으로 해본 적은 별로 없다. 마음속으로 치닫는 양극단에 대해 자족하거나, 자족하다가 그만두거나, 자족하는 것마저 까먹거나, 아니면 그만두는 걸 까먹거나 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니 그래서, 한번 더 생각해본다. 치닫지 못하는 삶에 대해 좀 생각해 본다. 이 세상 대부분의 루저는 혹시 그 어떤 양극단으로도 치닫지 못하는, 그런 무능의 시간을 보내는 족속들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래서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거나(혹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그런 무능의 시간을 얼렁뚱땅 얼버무리며 밍기적거리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 대해 세상은 철저히 무관심하다. 그리하여 나 역시 그런 무관심을, 어쩌면 쓸쓸하도록 관조적으로 비웃으며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잘 견디고 있다. 이것이 (내)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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