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저녁이다. 밥때가 되었으니 밥을 해야하건만 기운이 없다. 기운이 없는데 배까지 안고프니 저녁하기가 싫다.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해야 할' 일과는 분명히 다르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요즘 겪고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냉큼 대답하고도 남을 만큼 해결해야 할 인간관계가 쌓이고 쌓여있다.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진정으로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 안된다. 아니 거의 전무하다. 터놓고 얘기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비로소 확인하는 지금 이 시간이 지금 이 시간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이 엉망으로 가라앉은 컨디션이 잠시 만들어낸 우울한 망상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바란다.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세상만사 괴로움 다 잊는다거나, 글을 조금이라도 잘 써보려고 낑낑대면서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몸이 어떻게 초췌해 지는지도 모르는, 그런 고통스런 쾌감이 내게도 찾아오기를 바란다. 그때가 되면 인간관계가 좀더 수월해질까나. 그건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단 나을 것 같다. 나를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이 아닌 어떤 '심보'가 이제서야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어쩌면 인생 참 편하게 살았구나 싶다. 나의 온전한 의지로 이루어진 자발적 의사결정이 얼마나 나를 나답게 하는지 이젠 좀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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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1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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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2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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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22: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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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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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4: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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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5: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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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9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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