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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도서관
최세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평점 :
📌 서평 한마디
매주 일요일 우현은 아침부터 아버지의 서재를 정리한다. 어느 날 우현은 묵은 먼지도 털어내며 읽지 않은 책도 정리하다 우연히 빛바랜 한 권의 책을 발견 한다. 이 책은 학교 이름과 바코드까지 찍혀있는 책으로 우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이자 30년 전 아버지의 학교이기도 했던 도서관에서 대출된 책으로 아직도 반납이 안 된 최장기 연체의 기록을 남긴 책이다.
우현은 잠시 고민하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삐죽이 나와 있는 한 페이지를 생각 없이 잡아당기자 찢어지고 만다. 놀란 가슴에 찢어진 페이지를 찾아보려 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 한 페이지가 세게 뜯어졌는데 새 종이 마냥 구겨진 흔적도 책은 찢어진 부분도 없다.
우현은 한 번 더 곰곰이 생각에 잠긴 후 종이 위 활자에 눈을 돌린다. 그런데 그 찢어졌던 종이 활자 위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운성과 민형의 이름을 발견한다. 설마,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겠지…
우현은 언제 미납했는지도 모를 책을 가방에 챙겨 도서관으로 향한다.
<겹쳐진 도서관>은 타인의 삶에 빙의되어 시간 여행을 하는 네 명의 고등학생 친구들의 이야기다. 친절한지 불친절한지 알 수 없는 사서는 각각의 주변 인물에 빙의되어 시간 여행의 안내자 역할은 하지만,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등장인물인 선우현은 고등학교 시절의 아버지로,
한민형은 고등학생 시절의 형으로,
이운성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지윤의 모습으로,
운성의 쌍둥이 동생 유리는 고등학교에 교생실습을 온 교생 선생님 몸으로 빙의가 되어 책 주인의 중요한 삶의 분기점에서 행동을 바꿈으로 책 주인의 삶에 조용히 스며든다. 마치 잊고 있었던 기억의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추듯 말이다.
이 모든 빙의된 과정은 책 반납 기준일인 14일 이내 에만 가능하다.
네 명의 친구들은 자신이 왜, 빙의가 되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현실로 되돌아갈 방법도 알 리가 만무하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러나 앞으로 일어날지 수도 있을 가능성의 확률을 이 네 명의 친구들은 어떻게 헤쳐 나갈까.
나의 인생도 아닌데, 그 누군가의 이야기일 뿐인데, 왜 굳이 숙제 하듯, 문제를 풀 듯 꼭 해결해야만 할까.
우현과 민형 그리고 쌍둥이 윤성과 유리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나간다. 시작을 알리면서 끝나가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인생이고 그게 ‘세상’이라 부를 만한 포괄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한의 이야기가 책이라면 그게 모두 모인 곳은 도서관이다. 지금도 작가의 소중한 이야기는 쓰여지는 중이다. (p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