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물원에서 일한다면? - 사육사와 동물들
스티브 젠킨스.로빈 페이지 지음, 이한음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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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동물원에서 일한다면?

스티브 젠킨스, 로빈 페이지 글 그림

/ 이한음 옮김 / 재능교육 출판

 

<내가 동물원에서 일한다면?>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해 봤을 법한

사육사들에 대해 알려주는 책입니다.

아이들이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가면

자기와 같은 관광객들 말고,

직접 우리에 들어가 동물을 만지고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동물들과 재미있는 놀이도 하는

사육사들을 보면 부러워하기 마련이죠.

저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육사는 좋겠다며,

매일 동물원에 올 수 있고,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투명 벽 너머 동물들과

직접 만날 수 있고,

'들어가지 마시오'에 적힌 곳에도

모두 들어간다고 말이죠. ^^

책을 줬더니 정말 신나 하면서 책을 받아가더라고요. ^^

사실 저도 사육사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 알고 있진 못했는데요.

그저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거다,

많은 궂은 일을 하게 되겠지..

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정말 동물을 지극히 사랑하지 않으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직업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동물원의 존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죠.

저도 개인적으로 동물원의 유지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편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엄마를 잃어버리거나,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전 건강하게 키워주는 일은

또 동물원이 없다면, 그리고 동물원에서 수많은 동물들을

아기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다양하게 돌보는 경험을 하는

전문 사육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쉽게 유지하기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사육사들은 때로 주머니를 차고 캥거루의 엄마가 돼 주기도 하고요.

때로는 야생으로 돌아갈 아기 왕대머리수리를 위해

사람과 친해지지 않도록 손 인형을 쓰고 먹이를 주기도 한답니다.

그 뿐만이 아니겠죠?

군집 생활을 하는 동물들의 경우는

매일 수시로 몇 마리인지 꼼꼼히 세어보기도 해야 하고요.

거북이 등딱지를 닦아주기도 해야 한답니다.

동물원이라는 안락한 환경이 오히려

야생 상태에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야 하도록 만드는 경우들이 있죠.

아이도 저도 정말 웃겼던 게 바로 이 부분인데요.

야생 코끼리는 거친 야생에서 장거리 이동을 하다보면

저절로 닳아 발톱 정리가 필요 없지만,

동물원 코끼리들은 주기적으로 발톱을 깎아줘야 한대요.

그런데 그렇게 발톱을 깎아줄 때,

코끼리가 글쎄 얌~~전하게~ 한쪽 발을 들고 있는다지 뭐예요 ^^

이걸 본 큰 아이 왈,

"내 동생보다 낫네"

라고 하더라고요. ㅋㅋ

저희집 둘째는 손발톱을 깎을 때마다

가만히 있질 못해서 혼나곤 하거든요. ;;

저희 집은 아이들이 아기일 때부터

손발톱을 늘 아빠가 깎아줬는데요.

또 저녁 치카는 대부분 아빠랑 하고요.

그래서 이 페이지를 보더니 아이가

"사육사는 아빠 같은 건가봐!"

라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동물들이 건강하게

동물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것 외에도

사육사들은 동물들과 놀아주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고 해요.

동물원의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사육사 분들,

잠시도 쉴 틈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사육사 하면

가끔 TV에 나오는 아기 동물들을

양육하느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여주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네요. ;;

아이도 책을 다 읽더니,

동물들의 똥을 치워야 한다거나,

뱀을 안고 있어야 한다거나 하는 등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사육사가 되는 건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한 발 빼더라고요. ^^;

책 뒤쪽에는 사육사가 하는 일에서부터

동물원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의견,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원의 위치,

책에서 소개한 동물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들까지

알찬 부록 페이지가 있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친구들의

호기심도 어느 정도는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북극곰과 공놀이를 해주겠다고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ㅋ

근데 곰이 운동을 너무 많이 했는지

지나치게 날씬하네요 ;;

이렇게 <내가 동물원에서 일한다면?>은

동물원을 사랑하고, 동물원의 사육사를 동경하는 친구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고 동물원의 동물들의 숨겨진 특성과

우리가 잘 몰랐던 사육사들의 다양한 업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겠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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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빛나요 웅진 모두의 그림책 32
에런 베커 지음, 루시드 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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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빛나요

에런 베커 지음 / 루시드 폴 옮김

/ 웅진주니어 출판

<모두가 빛나요>를 받아보자마자

햇살 좋은 날 이 책 하나 들고

아이들과 잔디밭에 누워 이 책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해 보고 싶었는데 ㅜㅜ

이렇게나 긴~~ 장마가 계속될 줄이야 ㅜㅜ

<모두가 빛나요>는 정말 오묘한 책입니다.

색과 색이 만나서

또 하나의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은 그 어려운 걸 해냅니다.

처음엔 아이가 무심결에 책장을 넘기다가

드디어 색의 오묘한 변화를 발견해내더라고요.

"이것 봐 엄마! 책장을 이렇게 저렇게 넘기면

색이 막 바뀌는 책이야!"

네 그렇습니다.

책의 중간 중간 페이지마다

샐로판지보단 두껍고,

아크릴판보단 얇은

독특한 질감의 반투명 색깔 종이들이

숨겨져 있답니다.

그래서 책 페이지의 기존 색깔과

이 색지들이 만나서 오묘하게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는 거죠.

 

파랑이 노랑과 어울리면 청록 빛깔로 빛나고

파랑이 핑크와 만났는데

의외로 다양한 채도의

파랑이 형성되기도 하더라고요.

빨강인줄만 알았던 페이지도

노랑과 만나니 주황이 되고

빨강을 만들었던 색깔들은

의외로 푸른 빛이나 초록빛을 띈

색깔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색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모두가 빛나요>가 아닐까 싶더군요.

5세 둘째 따님 정말 한참동안이나

책장을 이리 넘겨보고

저리 넘겨보고~

수도 없이 책장을 넘겨보며

색의 변화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는데요.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당연히 그럴 줄 알고

책을 아주 두껍게 만들었거든요. ^^

일부러 색지를 칼로 찢지 않는한

책이 손상될 것 같진 않더라고요.

이렇게 미묘한 색깔의 조합들이

한 색상의 다양한 채도를 만들어내고

어떤 색과 어떤 색이 만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과정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을 줄이야~!

정말 기발하고 독창적인 책,

<모두가 및나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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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밤에 - 김병남 글 없는 그림책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김병남 지음 / 어린이작가정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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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밤에

김병남 글 없는 그림책

/ 작가정신 출판

<바람 부는 밤에>는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소개를 보면 서양화를 전공했던 김병남 작가님은

 

우연히 보게 된 그림책에 매료돼

그림책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강한 끌림으로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건

정말 아무나 누리는 행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세상에 그런 직업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가

우연히 보게 된 무언가에 홀린 듯 매료돼

20여년을 일해왔던 사람인데요.

 

물론 그 일이 돈을 아주 많이 벌거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업무 강도는 열정페이란 말의 원조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불안정하고 혹독한 단

련의 시간을 견뎌내긴 했지만 ;;

어쩌다 한 번 짬을 내서 술자리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매번 느꼈던 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에 대한 깨달음이었거든요. ^^;

 

작가의 그림은 상당히 모험적이고 독창적입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 같기도 하다가도,

몹시 섬세하고 기발한 시도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던 시간이었답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밤,

이미 잠들어 버린 엄마 옆에서 아이가

밖에서 불어대는 바람 소리에 쫑긋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곤 용감하게도 엄마 몰래 살짝~

밖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요

 

아이는 애착인형과 함께 떨어진 별을 주어 모으는데요.

 

주워모은 별들을 별자리에 맞게 제 자리에 걸어두고

나머지 별들을 흩뿌려 은하수를 만들기도 하지요.

 

책의 장면이 대부분 어두운 편인데다가

글로도 설명이 안 돼 있어서

아이가 처음엔 무슨 이야기인줄 모르겠다고 투덜대더라고요.

 

그러다가 이 은하수와 별자리를 보고서야

"아하~! 알겠다! 별들이 떨여졌던 거야!"

라며 이야기의 퍼즐을 맞춰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것 봐! 이게 별들이 떨어지는 걸 보고 있었던 거야!"

라며 앞 페이지로 다시 넘어가 책을 새롭게 살펴보기 시작하더라고요. ^^

 

이렇게 글자 없는 그림책은

아이가 책을 관찰하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구나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

 

은하수 다음으로 아이가 좋아한 장면은

바로 이 달과 뽀뽀를 나누는 장면인데요.

보름달이 뜰 때면 창문가에 매달려

달이 동그래졌다고 팔짝팔짝 뛰는

5세 따님이라서 본인도 너무나

달과 뽀뽀를 해보고 싶다며 ;;

그래서 달과 뽀뽀하는 꿈을 꾸도록

기도하고 자자고 달래는 것으로

겨우 마무리가 됐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는데요.

아이는 밤새 꿈을 꾼 것일까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와 외출을 하기 위해 나선 길,

아이와 달님만의 은밀한 눈빛을 주고 받습니다. ^^

 

아이가 물어보더군요.

"엄마 얘도 꿈 꾼 거야?"

글쎄요~ 꿈을 꾼 것일까요?

실제로 우리가 자는 사이 벌어진 일일까요? ^^

 

<바람 부는 밤에>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채우고 바꾸고 만들어가는 재미,

글 없는 그림책만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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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책 - 초등 2학년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수연 지음, 민승지 그림 / 발견(키즈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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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책

글 이수연 / 그림 민승지 / 키즈엠 출판

시원~~한 책입니다.

요즘처럼 불쾌지수가 높은 때에

그만인 책인 거 같기도 하고요. ^^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읽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내용이었어? 하고 물어봤더니

"계속 시원해~ 하는 책이야!

근데 안 시원할 때도 시원하다고 하는 이상한 책이야!"

라고 하더라고요. ㅋㅋ

이게 무슨 말인가 했죠.

그제서야 저도 책을 제대로 펼쳐 보았습니다.

근데 아이 말이 딱 맞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시원하다고만 해요~ ;;

근데 진짜 시원한 상황들만 참 잘도 모아놨어요. ^^

제 말이 맞을까요?

아이 말이 맞을까요?

ㅋㅋㅋㅋㅋㅋ

둘 다 맞습니다. ^^

하지만 어느 순간, 어린 아이들은 ㅋ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

어른들만 아는 시원함의 세계가 펼쳐지지요. ^^

아~~ 시원하다! 하기도 하고 ;;

뜨끈~~~한 목욕탕에 들어 가서도

아~~~ 시원하다! 하게 되는 그 맛! ^^

아이들은 당연히 이해하기 어렵죠.

그건 그냥 뜨거운 거니까요. ^^

그래서 저도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그건 겪어 봐야 아는 거니까요. ^^

그냥 어른들은 이럴 때도 시원하다고 느낀다고만 해주었지요. ^^

근데 뒤로 가면 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원함이 또 등장한답니다. ^^

바람이 불어 시원하거나, 얼음물을 마셔서 시원한 게 아니라도

시원하다고 느끼게 되는 상황들 ^^

몸이 자주 간지럽다고 하는 첫째는

등 긁어줄 때 느끼는 시원함에 가장 크게 공감을 했고,

하루 한 번은 울어대는 울보 둘째는

실컷 울고 났을 때의 시원함에 공감을 하더라고요. ^^

그리고 온 가족이 모두 공감한 상황은~ ^^

ㅋㅋㅋㅋㅋㅋㅋㅋ

배설의 시원함이죠 ^^

둘째가 엄마랑 같이 뒷부분을 읽고 나더니

"아 그렇네, 진짜 시원한 게 아닐 때도

시원하다고 할 수 있구나! 신기하네!"

라고 해주더라고요. ^^

책을 보면서 둘째와 제가 하도 웃으면서 봤더니

첫째도 은근슬쩍 끼어서 같이 책을 보게 됐는데요. ^^

한바탕 시원하게 웃으면서 책을 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사실 이런 말장난 같기도 하고, 유모 같기도 한 상황들.

알면서도 놓치기 쉬운 우리말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

이렇게 같은 말이 상황에 따라 달리 쓰일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것도,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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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제시카 란난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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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제시카 란난 글, 그림

/ 박소연 옮김 / 달리 출판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왠지 그런 거 같아 맘이 좀 무거워지기도 했지요.

어느 바다 위 그물을 끌어올리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소개하길 연어잡이에 쓰이는 '주머니 그물 어업'을 단순화해 표현한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이 없어도 어린 5세 꼬마 아이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정도로

그림이 자세하고 결정적 순간들을 잘 포착해 표현해 놓았답니다.

부자가 그물을 걷어올리는 사이 조금 떨어진 바다 속에선

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 줄에 그만 고래가 엉켜 버린 거지요.

고래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ㅜㅜ

온갖 상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세상엔 고래를 일부러 잡는

포경 활동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ㅜㅜ

혹시 이 그림에서 고래를 발견하셨나요?

저는 놓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놓치지 않았더라고요.

다음 장면에서 아이가 아빠를 졸라서

억지로 뱃머리를 돌려 고래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 때서야 꼬마는 어떻게 알았지? 했더니

저희집 둘째 따님이 그러더라고요.

"이 오빠가 봤잖아!"

그제서야 다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멀리 고래의 지느러미가 그려져 있었더라고요. ;;

그림이 전달하는 것보다 글자에 익숙해져버린 엄마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걸 아이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꼼꼼히 다 찾아보고 있었더라고요.

저희집 5세 따님은 좀 일찍 한글을 깨친 편입니다.

그래서 글밥이 아주 많은 게 아니면

그림책을 혼자 읽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근데 가끔 어른들 중에 아이가 한글을 빨리 떼면

그림에 집중하지 않고 글자만 보려고 하고

창의성을 해친다는 조언을 하시는 경우를 보는데요.

저도 그런 조언에 큰 아이가 1년 여 동안

한글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걸 모른 척 했었고요.

그런데 둘째를 키우면서 보니,

육아에 딱히 정답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둘째는 본인이 읽고 싶다고 할 때 한글을 알려줬고,

통문자에는 도통 관심을 안 보이다가 음가로 알려주니

급 관심을 보여서 음가로 일찌감치 한글을 뗀 편이죠.

근데 이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그름을 소홀히 보거나 하진 않더라고요.

관심이 가는 책이라면

책 구석 구석 그림들을 다 살펴보고

참견하고 질문하고 작은 점까지도 물어보며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보면요. ^^;

이번 그림책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됐답니다. ^^

둘째가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뽑은 페이지가 여기입니다.

눈들이 슬퍼 보여서 자기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요. ;;

아빠가 아들의 설득으로 고래를 구하기 위해 가까이 찾아온 건데요.

서로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저도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래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아빠는 그렇다 치고

고래는 어땠을까요?

저 낯선 인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고래사냥을 포기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희생되는 고래들이 많으니까요.

그 모습을 어쩌면 이 고래도 멀리서 지켜봤을 지도 모르니까요.

뭔가 안심시켜주려는 의사표현을 했겠죠.

고래가 위협을 느끼고 발버둥을 치면 위험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고래는 영리한 동물이라고 하니, 아빠의 마음을 금세 잘 헤아렸을 것 같아요 ^^

그렇게 아빠는 고래를 안심시킨 후

물 속으로 들어가 고래를 휘감고 있던 그물과 줄들을 끊어내 줍니다.

그렇게 고래 구출작전을 마무리하고 배 위에 올라온 아빠.

아빠에게 고래를 구하고 가자고 강력히 설득한 아들.

이 두 사람에게 고래가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아이가 책을 덮으며 묻더군요.

"바다에 가면 고래를 구할 수 있어?"

작가는 실제로 그물에 엉키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고래를 보면

그림책에서처럼 직접 구하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전문가에게 빨리 연락하라고요. ;;

그리고 그물에 얽힌 고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국제 포경위원회(IWC)의 웹사이트를 찾아가 보라고

사이트 주소도 친절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https://iwc.int/entanglement

많은 나라들이 고래잡이를 중단하는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죠.

하지만 오래 전부터 고래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일본만은

아직 이 국제 활동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네요.

인간이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동식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과 책을 보면서 새삼 알아가고 있는 요즘인데요.

그 중에 고래도 포함되는 일이 없도록

더 이상의 포경활동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그물에 갇힌 경우에도

워낙 고래고기가 고가에 거래되다 보니

포획할 순 없으니, 걸린 걸 알고도 방치해뒀다가

죽으면 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도 들은 기억이 나서

아이들에게 얘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당장 고래를 구하러 바다로 가겠다고 흥분을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고래고기를 먹었던 기록도 오래 전부터 전해지고 있고

실제로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들도 있죠.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아무리 전해내려오는 관습이라고 해도

환경과 여건이 바뀌면 중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

아이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래가 너무 불쌍하다고 울먹였던

이 경험이 훗날 아이가 뭔가를 가치판단할 때

작은 보탬이라도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고래를 좋아하는 친구들 참 많을 텐데요.

고래의 생태 뿐 아니라 고래들이 처한 위험한 현실에 대해

너무 전문적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더 강렬한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을

권해주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독자 연령을 정하는 게 무색하니

아이든 어른이든 각자의 깜냥만큼 헤아려 이해하게 될 것 같아요.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단 하나의 글자도 없이

가슴이 묵직해지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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