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제시카 란난 지음,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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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제시카 란난 글, 그림

/ 박소연 옮김 / 달리 출판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저도 왠지 그런 거 같아 맘이 좀 무거워지기도 했지요.

어느 바다 위 그물을 끌어올리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소개하길 연어잡이에 쓰이는 '주머니 그물 어업'을 단순화해 표현한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이 없어도 어린 5세 꼬마 아이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정도로

그림이 자세하고 결정적 순간들을 잘 포착해 표현해 놓았답니다.

부자가 그물을 걷어올리는 사이 조금 떨어진 바다 속에선

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 줄에 그만 고래가 엉켜 버린 거지요.

고래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ㅜㅜ

온갖 상상을 하게 됩니다.

아직 세상엔 고래를 일부러 잡는

포경 활동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ㅜㅜ

혹시 이 그림에서 고래를 발견하셨나요?

저는 놓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놓치지 않았더라고요.

다음 장면에서 아이가 아빠를 졸라서

억지로 뱃머리를 돌려 고래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 때서야 꼬마는 어떻게 알았지? 했더니

저희집 둘째 따님이 그러더라고요.

"이 오빠가 봤잖아!"

그제서야 다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멀리 고래의 지느러미가 그려져 있었더라고요. ;;

그림이 전달하는 것보다 글자에 익숙해져버린 엄마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걸 아이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꼼꼼히 다 찾아보고 있었더라고요.

저희집 5세 따님은 좀 일찍 한글을 깨친 편입니다.

그래서 글밥이 아주 많은 게 아니면

그림책을 혼자 읽을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근데 가끔 어른들 중에 아이가 한글을 빨리 떼면

그림에 집중하지 않고 글자만 보려고 하고

창의성을 해친다는 조언을 하시는 경우를 보는데요.

저도 그런 조언에 큰 아이가 1년 여 동안

한글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걸 모른 척 했었고요.

그런데 둘째를 키우면서 보니,

육아에 딱히 정답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둘째는 본인이 읽고 싶다고 할 때 한글을 알려줬고,

통문자에는 도통 관심을 안 보이다가 음가로 알려주니

급 관심을 보여서 음가로 일찌감치 한글을 뗀 편이죠.

근데 이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안다고

그름을 소홀히 보거나 하진 않더라고요.

관심이 가는 책이라면

책 구석 구석 그림들을 다 살펴보고

참견하고 질문하고 작은 점까지도 물어보며

엄마를 귀찮게 하는 걸 보면요. ^^;

이번 그림책을 보면서도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깨닫게 됐답니다. ^^

둘째가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으로 뽑은 페이지가 여기입니다.

눈들이 슬퍼 보여서 자기도 눈물이 날 것 같다고요. ;;

아빠가 아들의 설득으로 고래를 구하기 위해 가까이 찾아온 건데요.

서로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저도 왠지 처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고래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아빠는 그렇다 치고

고래는 어땠을까요?

저 낯선 인간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고래사냥을 포기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희생되는 고래들이 많으니까요.

그 모습을 어쩌면 이 고래도 멀리서 지켜봤을 지도 모르니까요.

뭔가 안심시켜주려는 의사표현을 했겠죠.

고래가 위협을 느끼고 발버둥을 치면 위험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고래는 영리한 동물이라고 하니, 아빠의 마음을 금세 잘 헤아렸을 것 같아요 ^^

그렇게 아빠는 고래를 안심시킨 후

물 속으로 들어가 고래를 휘감고 있던 그물과 줄들을 끊어내 줍니다.

그렇게 고래 구출작전을 마무리하고 배 위에 올라온 아빠.

아빠에게 고래를 구하고 가자고 강력히 설득한 아들.

이 두 사람에게 고래가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아이가 책을 덮으며 묻더군요.

"바다에 가면 고래를 구할 수 있어?"

작가는 실제로 그물에 엉키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고래를 보면

그림책에서처럼 직접 구하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전문가에게 빨리 연락하라고요. ;;

그리고 그물에 얽힌 고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국제 포경위원회(IWC)의 웹사이트를 찾아가 보라고

사이트 주소도 친절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https://iwc.int/entanglement

많은 나라들이 고래잡이를 중단하는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죠.

하지만 오래 전부터 고래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일본만은

아직 이 국제 활동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나네요.

인간이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동식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과 책을 보면서 새삼 알아가고 있는 요즘인데요.

그 중에 고래도 포함되는 일이 없도록

더 이상의 포경활동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우연히 그물에 갇힌 경우에도

워낙 고래고기가 고가에 거래되다 보니

포획할 순 없으니, 걸린 걸 알고도 방치해뒀다가

죽으면 끌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도 들은 기억이 나서

아이들에게 얘길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당장 고래를 구하러 바다로 가겠다고 흥분을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고래고기를 먹었던 기록도 오래 전부터 전해지고 있고

실제로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들도 있죠.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파괴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아무리 전해내려오는 관습이라고 해도

환경과 여건이 바뀌면 중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

아이들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고래가 너무 불쌍하다고 울먹였던

이 경험이 훗날 아이가 뭔가를 가치판단할 때

작은 보탬이라도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고래를 좋아하는 친구들 참 많을 텐데요.

고래의 생태 뿐 아니라 고래들이 처한 위험한 현실에 대해

너무 전문적이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더 강렬한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을

권해주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은 독자 연령을 정하는 게 무색하니

아이든 어른이든 각자의 깜냥만큼 헤아려 이해하게 될 것 같아요.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면>

단 하나의 글자도 없이

가슴이 묵직해지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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