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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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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힘.   


광고를 어찌나 때려부었는지 출판 보름만에 3쇄가 팔렸지만, 그저 그뿐. 이토록 허술한내용이라니! 마케팅 비용이 아깝네. 책 두께를 보고 한 번 실망, 그리고 설마설마하며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역시나 다시 실망. 일본 독자 100만 명의 고민 수위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아니면 일본 책읽기 수준의 전반적인 정도? 사소설과 장르소설이 장악해버린 듯 보이는 일본 책세상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실망 실망, 몹시 실망.
같이 주문한 서경식 선생의 책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와의 신기한 차이. 1950년, 51년생으로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재일조선인이라는 태생도 같으나 글의 밀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신기한 간극. 물론 글쓰기의 목적과 주제와 대상,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다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우쒸, 물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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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09-06-08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만우절이벤트라고 절대 믿었습지요. 그 날 장바구니에 넣어보고, 요새는 책 표지를 꼭 잡지 표지처럼 만드네, 의아해 했지요.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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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전쟁과 폭력의 세기, 명백한 야만의 세기인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 죽음으로, 죽임으로 증언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
저항할 수 있다는 희망,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 지긋지긋한 야만과 폭력을 끝장낼 수 있다는 희망. 암담하고 우울한 이 시대에 한 가닥 희망을 건네주는 책.

아, 서경식 선생의 글쓰기는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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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로시카 다이어리
메리 발렌티스 외 지음, 어윤금 옮김 / 마디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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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는 '자기계발서'라는 장르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단 한 권도! 부자되기를 비롯한 경제 관련서는 물론이고, 착한 영혼 만들기 비스무레한 에세이류도 집어든 적이 없다. (영혼 어쩌고 들어가는 '착한 책 -_-' 들을 보면 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요리책이나 사진 강좌와 같은 실용서가 아닌 바에야, 인격과 자아를 키워줄 '고정된 레서피'가 어디 있겠는가, 라는 생각. 그리고 자아나 인격에 있어 결국 문제의 시작과 끝은 자신에게 있고, 그 깨달음은 억만금을 준대도 타인이 대신 감당해줄 몫이 아니라는 믿음이 너무 견고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올해 유난히 많이 쏟아져나왔다는 여성 계발서. 진지함보다는 가벼운 유행이 많은 듯해 역시 탐탁치 않았던 것도 사실. (읽지도 않은 채 이러저러할 것이라는 편견, 버려야 함다. ;;)

책 읽기를 방해하는 이런저런 편견들에도 이 책 마트로시카 다이어리가 강하게 끌렸던 것은 다름아닌, 표지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청승맞아 보이고 어찌 보면 요염해 보이는 마트로시카 인형의 얼굴이, 뭔가를 간절히 말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사실 '용기 있는 여자만이 운명을-' 어쩌고 하는 카피는 없는 게 더 좋았을 거란 불만도 살짝 섞어보지만.

다 읽고 난 뒤의 감상-괜찮은 책이었다. 글을 쓴 이들이 미국인이고, 내용에 담긴 사례, 경험들이 아무래도 '서양' 것이라는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서 자아나 여성의 사회성에 대한 인식이 우리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던 것. 상상 외로 '그래, 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부분들이 많았고, 인격을 키워줄 수 있는 레서피는 없다, 고 앞서 얘기했지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는 게 이 책을 읽은 성과라면 성과겠지.

서투른 요리사를 순식간에 '맛의 달인'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내게 할 수는 있다는 것. 요리책의 효용이란 재료를 다듬고, 양념을 만들고, 굽거나 찌거나 볶는 등 재료에 맞는 조리법을 통해 요리를 차근차근 완성해나가는 '성과'를 주지 않던가. 그렇게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요리를 조금 알게 되는 나!

어쩌면 이 책 마트로시카 다이어리는 여성들이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재료들을 잘 빚어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만들어내도록 이끌어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열 겹의 마트로시카 인형의 껍데기를 하나씩 벗어던지면서 여성들은 그 동안 자기를 구속해온 '어쩔 수 없음'이라는 편견, 사회가 은연중에(또는 대놓고) 강요해온 삶의 방식들, 자기가 미처 몰랐거나 발견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자질들을 버리고 모아 '여성의 자아발견'이라는 요리를 만들어내게 된다.(그것이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물론 사람에 따라 요리의 재료도 조리방법도 맛도 다 다르겠지.

서두르지 말고, 첫 단계에서 좌절하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말고, 자아찾기라는 여정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는 것, 그리하여 남의 시선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시선, 나의 판단, 나의 가치관으로 자신과 세상의 합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아마도 이 책 마트로시카 다이어리가 전해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우먼 컴플렉스와 착한여자 컴플렉스, 외모 지상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힘든 여성들에게 자그마한 삶의 휴식 내지는 부드러운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다. 또 하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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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
론다 핀들링 지음, 이경식 옮김 / 서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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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마음이 좋아요? 미안하지 않던가요? 나 이렇게 죽을만치 아파서 끙끙대는 동안 당신, 살기 편하던가요? 살만하던가요? 내 생각 같은 건 전혀 안 나던가요? 끝나지 않는 내 마음을 족쇄처럼 매단 채 어느새 또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어떻게 날아갈 수 있었나요? 날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당신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당신은...날 사랑하긴 했었나요?

그 남자(들)에게 전화해서 나는 이런 말들을 쏟아붓곤 했다. 때로는 상상 속에서 때로는 실제로. 말을 퍼붓고 증오와 슬픔을 퍼부었다. 때로는 애원하고 때로는 호소하고 때로는 절절히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내 사랑을 책임지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전화로 쏟아붓는 그런 말들은 그 남자(들)의 냉담함에 부딪쳐 우수수 떨어져내리고는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남자(여자)는 전혀 아프지 않고,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래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사랑이 이타와 배려라고 누가 지껄였던가? 사랑의 속성은 지독한 이기심이다. 지금 당장 사랑하는 내 마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사랑이고, 그 순간이 끝나면 손 탁탁 털고 일어나 등 돌리고 떠나는 것이 사랑이다. '지금 당장, 여기, 바로 그 사람'이라는 철저한 현재성만이 사랑을 지탱해주는 약발이다. 한 달 된 사랑이 10년된 사랑을 이길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은 구제나 중고의 멋스러움 따위는 통하지 않는 시장이다. 늘 따끈따끈한 새것, 최신형 모델의 전쟁터. 새것이 구닥다리를 밀어내는 냉혹한 시장인 것이다. (정, 의리,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가끔의 예외가 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새 사랑 찾아 한들한들 떠난 것들이야 지들 살길 찾아갔으니 잘 먹고 잘 살아라 냅둔다 치고, '헌신짝처럼 버려진' 헌 것들은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모든 사랑의 문제와 슬픔, 모든 문학작품과 대중가요들은 그들-채인 것들-을 주목한다. 사랑이 가진 그 냉혹하고 이기적인 속성을 알기 때문에 역사는 늘 실연당한 이들을 어떻게든 위로하기 위해 별별 처방을 다 내려왔다. 술, 마약, 화끈한 원나잇 스탠드, 쇼핑, 공부, 여행, 심지어 자살까지! 하지만 이들 처방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사랑의 처방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옛 사랑 따위는 절대로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이었다 해도 말이다.

이 악물고 절대로 '그 남자(여자)에게 전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심리치료사 론다 핀들링은 이야기한다. 그것이 잃어버린 사랑을 극복하는 첫 단계이자 마지막 단계이다. 되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포기해야 한다. 깨끗이. 그럼 어떻게? 전화하지 말아야 한다. 떠난 사람에게 전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전화번호를 눌러 목소리를 듣고 시시껄렁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뒤집어 말하면 네 놈이 날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뒤집어 말하면 네 놈 때문에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지(뒤집어 말하면 너, 나같은 여자(남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등등을 구구절절 실타래 풀고, 죽은 자식 거시기 만지듯 넋두리 늘어놓고 한 판 굿하듯이 몸과 마음을 헤집는, 고통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떠난 사람에게 전화하는 일은 죽을만큼 힘들고, 전화하지 않는 것도 죽을만큼 힘들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그것이 시작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는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애원과 호소, 협박과 매수 따위가 통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전쟁에서 진 순간, 그걸로 끝. 이어야 한다고 론다 핀들링은 강조한다. 물론 그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아니, 사실은 잘 몰랐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어떻게 감히 날-'을 품고 있는 마음은 사실 핀들링의 지적대로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안간힘, 다친 자존심의 피눈물이다.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옛일을 끙끙 품고 있는 어리석음. 그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끝난 사랑은 반복재생하지 말고, 복습하지 말고 소처럼 되새김질 하지 말아야 한다. 끝난 사랑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끝없이 벽에 머리 박으며 자책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 남자(여자)가 떠났으니 다시는 난 사랑하지 못할 거야, 라는 망상 또한 집어쳐야 한다.

이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사람들이 겪었던 사랑 뒤의 시간들이 조금은 편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생의 사랑은 하나가 아니고, 그 남자(여자)만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곱씹는 것만으로 새로운 힘이 솟는다는 것, 그게 사실이리라. 상처나 고통, 불행과 행복이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은 유심론식 마인드가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내 사랑의 질이 결정된다. 사랑은 나쁜 놈이 나쁜 년을 만나고, 좋은 년이 좋은 놈을 만나는 인과응보가 아니다. 사랑은 '관계'를 구성하는 힘의 방식이다. 비로소 '내' 가치가 중요하고,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문득 이 책이 필요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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