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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계화와 한국 경제의 진로 - 민주적 시장경제의 길, 민주주의총서 05
조영철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헌재는 박현주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박현주는 말할 나위 없이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사람이다. 평범한 증권회사 사원이던 시절, 박현주는 '아이엠에프'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은 사람이었다. 이 점에서는 이헌재도 마찬가지였다. 이무렵 이헌재는 회계부정으로 관계를 떠나 잠시 '야인생활'을 하다가 대우에 근무했었고, 아이엠에프 위기와 더불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냥 '복귀'가 아니라, 호남세력이 주축인'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혜택을 받은 것이다. 이헌재, 진념, 박현주 등 김대중 정부에서 '금융'과 관련된 인사들이 대부분 광주와 목포 인맥이며 광주일고와 목포고 출신들일 경우가 많았다. 지역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기용하다 보면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하여튼 '우연히' 호남인들이 금융계에 많이 종사했고, 금융과 외환에서 '위기'가 시작된 1997년의 경제위기는 이들에계 기회이기도 한 듯 하다.
이들에게 무엇이 '기회'를 제공했는가? 두가지다. 그 하나는 김대중 집권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엠에프와의 협약체결'이다. '둘'이 아니고 '하나' 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국민의 정부' 출범은 '아이엠에프'의 요구를 '조건없이' 받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회창'이 집권한다고 해서 가령 보다 '민족주의적' 협상이 가능했을리는 없다. 하지만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김대중은 분명 재벌개혁을 명백하게 지향했고 그 '방향'중에는 아이엠에프의 요구와 일치하는 것이 많았다. 가령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같은 것이나 계열사간 중북 출자 금지 같은 제도의 강력한 도입이었다. 유사업종의 구조조정과 통폐합도 마찬가지였다. 돌이켜보면. 아이엠에프는 두가지를 한국경제에 강요했는데 기본방향은 '과잉 중복생산 업종의 구조조정'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급진적 '금융과 외환의 개방'이 추가되었다. 요컨대 금본위제 폐지에 기인한 범세계적 '과잉 달러화'가 '투자'할 만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적 요건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김대중 정부는 아이엠에프 요구에 별 이의없이 받아들였고 이 점은 '한국언론'에 의해 별다르게 '바판'되지 않고 넘어갔다. '재협상'을 주장한 언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잠시동안의 '이의제기'로 남았다. 사실 이는 국외 금융자본의 요구와 국내 '민주정부의 개혁방향'이 일종의 '동맹'을 맺은 모습이었던 셈이다. 장하준은 바로 이 지점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화'를 치장한 주주자본주의화가 사실상 국외 금융자본의 국내 진출의 '길'을 터놓는 것에 불과했다는 비판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사실 '절묘한 시점'에 들어서서 그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진념이나 이헌재는 김대중정부가 수행한 이런 임무를 '실무차원'에서 뒷받침한 사람들이었고, 여기에서 '마르지 않는 특권의 샘'으로서 김앤장과 같은 곳이 번영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엠에프와의 '협정'은 '워싱턴 콘센서스'라고 불리우는 '협약'이 이행되는 계기였다. 달리 설명할 것도 없이, '워싱턴 콘센서스'는 자본주의의 '금융화'를 지향하는 협약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이것은 '국민국가'의 여러 '정책적 장치'들 중에서, 특히 '외환'이나 '주식시장 개방, 나아가 '자산시장 개방'등 관련한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주임무로 삼았다. 이미 김영삼정부에서 실행된 '급진적 세계화'가 내포한 방향성이 바로 이것이었다. '금융화'라는 것이며 이것의 기원은 1970년대의 석유위기와 전후 30년 호황의 '마감'에서 시작되었다. 금융화의 원인은 이른 바 '케인즈주의 위기'라는 것으로, '이윤율이 저하'된 자본은 이것을 '금융에 대한 규제철페'와 '금융화'를 통해 보상받고자 했고 이것의 '전사'로서 영국은 이미 1979년에 '금융위기'를 겪고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었다. 아무튼 미국의 '금융화'는 1980년대는 일본과 유럽을 거쳐서 1990년대에는 '우라'까지 상륙하게 되고 이를 '세계화'라는 구호로 수용한 김영삼 정부는 결국 영국과 같은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위의 책은 바로 이러한 '금융화'로서 세계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1997년 이후 한국경제의 '금융화' 과정을 살펴본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꼼꼼하게 논의한다. 중요한 지점은 '미국을 고스란히 본뜬' 금융화가 그 이데올로기와 달리 '경제성장'과 전혀 부관하게 경제성장의 둔화 및 국부의 유출과 금융자산의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이엠에프의 요구를 고스란히 수용'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아시아에는 말레이지아가 그런 사례에 속한다. 유럽에서는 급진적 금융화를 거부한 사례가 있는데 덴마크가 있다. 덴마크는 금융적 거품의 형성과 붕괴를 겪지 않은 북구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웃의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미국식 금융개방과 외환 자유화를 계기로 엄청난 금융거품이 형성되었다가 꺼지는 고통을 당한것과 대조적으로 덴마크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살아 남았다. 지금, 1990년대 북구를 거쳐간 금융거품은 다른 곳이 아닌 바로, 미국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는 중인데 그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이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세계 경제의 '금융화'란 결국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다른 나라에 전가하는 방책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전시경제라는 것이 있다. 정부에서 '지폐'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전쟁물자'를 조달하는 체제를 말한다. 역사상 전시경제 시기는 언제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현재 미국의 경제체제는 어떤 측면에서 '전신경제'와 유사하다. 1973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미국의 지폐는 단지 '금리'에 따라 발행되고 있을 뿐이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지폐 발행량을 늘린다는 의미다. 미국에게 1975년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해이기도 했고, 독일과 일본에 산업생산능력이 상당 정도로 추격당한 시점이기도 했다. 또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최고 정점에 이른 해이기도 했다. 이해 이후, 미국은 석유 수입량을 점점 늘릴 수 밖에 없었다.
금본위제 폐지는 기축통화 또는 '석유결제통화'로서 달러화의 발권력을 가진 미국정부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계기였다. 허나 이것은 엄청난 '함정'을 파놓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언제나 '전시경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는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지폐다. 따라서 "달러'화가 있으면 온갖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달러'화를 얻는 방법이다. 금융을 활용하면 고단하게 노동하는 지루한 과정을 생략하고 한번에 대박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미국인들은 고전적 자본주의의 '등식'과도 같았던 '저축'을 통해 부자되는 길을 버리고, 이제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킅 부자가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앨런그린스펀은 1970년대 초반 '볼커'와 같이 엄청난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치료한 사람과 달라, '허리띠 졸라매기 방법'을 거부했다. 앨런 그린스펀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와이투케이'에 속아서 금리를 거의 0% 가까이 내린 것이며 결정타는 9.11테러를 계기로 장기간 금리를 0% 가까이 유지한 것이다. 이에 '모기지 금리'가 거의 2%대로 내려갔고 이른 바 '묻지마 대출'이 성행했다. 앨런그린스펀이 수장이던 연준의 결정적 오류는 이런 잘못된 대출 등을 방치한 채 이른 바 '금융규제'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는 결국 장기간 저금리와 맞물려 모든 저축을 소비'에 사용하고 또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하며 구매한 집값이 폭등하면 다시 '저당증권'으로 현금을 쥐어짜서 소비하는 경제로 미국경제를 왜곡시켰다.
조영철의 이 책은 이런 조건을 소상히 파헤치면서 '대안'을 끊임없이 고려한다. '흠'이 있다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틀'이 '케인즈주의적 발상'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현단계 금융세계화의 '폐해'가 너무도 극심한 나머지, '케인즈적 발상'에 입각한 비판도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나 '케인즈적 발상'은 일본에서 명백히 '실패'로 판명났다. 케인즈는 '적자재정' 또는 국채를 발행한 경기부양 같은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엄격한 금융규제'를 전제로 했다. '적자'시기를 넘기고 '흑자'시기가 도래하면 '적자'를 갚아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선거'로 교체되는 현대 민주주의 정부는 '적자'는 절대 갚지 않는다! 여기 기생하는 관료체제는 전혀 '책임질 일도 없다. '책임지는 정치권'은 '짧은 임기' 탓에 유한책임이고, 지속되는 관료체제는 '집권 정치세력'에 단기간 순응하면 그만이니 나오는 정책이란 결국 '몰핀' 주사 같은 부양정책들이며, '적자'는 손쉽게 만드는 대신 '흑자'시기에 빚갚기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중 하나는 '금융화'이다. 최소한 '금융화'가 된다 해도 영국 브라운 수상이 제안하는 것처럼 범세계적 '금융통제기구'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 '시장원리'는 잘 짜여진 '제도'에 의해 보장되며 '제도'는 법규정에 의해서 운용될 수 있다. 현 시기 인류는 다시금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금융위기'와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과 조건속에서 미래를 시험받고 있는 중이다. 위 책은 이런 사정을 알아보고, 최소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알아보는데 매우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이헌재와 박현주의 꿈 - 동북아 금융허브 나아가 미국을 '사들이는 것'이 가능할지 어떨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 믈론 이 책의 논지에 따르면 '그러한 것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