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이론 -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
윤성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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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의 지식만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다면? 이런 특별한 가정을 생각해내는 리처드 파인만도 신기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성인들의 깊은 통찰력에도 감탄하게 되는 책, 『단 하나의 이론』은 사회, 뇌심리, 인지심리, 통계물리, 천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짧지만 강렬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파인만은 원자론을 꼽았다. 하나의 이론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세계에 관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읽을 수 있다는 파인만의 말처럼,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그들의 문장은 서로 다르지만 또 비슷하다. 7인의 지식을 한번에 흡수할 수 있는 책이지만 결국 그들이 말하고 싶은 건 세계는 하나다가 아닐까.

바이러스를 말하면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회학자의 말처럼. 인류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그 시대에 맞게, 조금이라도 협력하며 발전해오니까.

인간의 욕구를 상기시켜주는 인지심리학적 관점은 인류의 근원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우리는 왜, 무엇을 욕망하는가. 그리고 그 욕구가 궁극적으로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그가 남긴 단 하나의 문장, ‘인간의 욕구는 전염된다에서 나의 욕구, 사회의 욕구, 그리고 시대의 욕구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좀 더 스케일이 큰 우주와, 인류의 진화론적 관점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었는데 내 지식의 폭이 얇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 아쉽다. 우주는 명사가 아닌 동사라니, 그 말을 처음 떠올린 사람도 대단하지만, 이걸 또 이렇게 멋지게 인용한 것 부터가 참 멋지다. 우주도 진화하고, 인간도 진화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는 걸까. 미완성적인 존재들이 이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진화를 해가는지, 또 무엇이 진화해가는지도 신경인류학적 접근도 재밌었다.

앞서 말했듯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얽히고 결국 얽히고 설켜 있단 생각이 든다. 인간의 욕구와 향상성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한 결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내가 지금 잊지 말아야 할 가치와 지식이 무엇인지를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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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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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조차도 서양 건축의 경이로움에 빠져있었는지도 모른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전희봉 교수의 『나무, ,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을 읽으며 무심코 지나쳤던 한국의 건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저자는 특정 문명의 건축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과거의 것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찬양할 필요도 없고, 현재의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열패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문명이라는 건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각도 하루에 수십번씩 바뀌는데, 한 시대의 문명을 획일화 시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건축을 전통을 상징하는 한옥과 현대를 상징하는 아파트로만 바라보는 건 매우 편협적인 시각이다. 건축은 단순히 건물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건축물을 짓기까지 살펴볼 시대의 역사와 흐름이 무궁무진하다.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들이 가진 의미를 책에서는 하나하나 짚어주며 건축이 인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되새김질한다.

이 책은 인류가 이룩한 위대한 건축 문명 소개를 시작으로 건축의 재료인 나무’’에 주목한다. 이 두가지는 가장 오래된 건축 재료물인데 이제는 이외의 재료로 건축을 만드는 세상이 왔다. 각 재료의 건축학적 특징와 의미를 살펴보고 건통 건축중 목조 건축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건축의 발전사와 더불어 한국 건축이 주는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저자의 장인정신도 돋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들의 재발견이다. 건물은 우리 일상 속에 뗄 레야 뗼 수 없는 관계인데 나 같은 일반인들은 꽤 무심하다. 어느 순간부턴가 주거 공간조차 투자의 개념으로 전락했으니 건물 그 자체에 무심한건 어쩔 수 없는지 모른다. 다만 내 눈에는 ? 저게 뭐야, 이상한 건물이야했던 것들이 역시 내가 알지 못하는 심오한 의미들을 품고 있다는 걸, 그 의미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젠가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의 건축이 세계의 건축에 기여하는 그날을 꿈꾸며. , 나도 도시형 한옥에서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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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 가장 부유하고 파괴적인 스포츠 산업이 되기까지
조슈아 로빈슨.조너선 클레그 지음, 황금진 옮김 / 워터베어프레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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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출범 이후, 25년간 프리미어리그(EPL)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실제 199220개 구단의 합산 가치는 5,000만 파운드였으나 현재는 10,000%이상 그 가치가 증가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국에서 펼쳐지는 공놀이에 한국인들도 새벽잠을 설치며 열광하니 EPL이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리그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EPL은 어떻게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스포츠 산업으로 우뚝 서게 되었을까? 조슈아 로빈슨과 조너선 클레그의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는 제목 그대로 EPL의 모든 것을 총망라해 설명해준다. 스포츠 기자인 저자들은 빅6구단의 관계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EPL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단순히 선수들이 축구를 한다를 넘어 구단과 리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다.

 

처음부터 당연한 건 없었다. 힐스버러 참사가 보여주듯 영국의 축구 사랑은 유별났지만 EPL 출범 전까진 스포츠 구단이 지금처럼 돈되는 사업은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대부분의 스포츠 리그는 돈보다는 마케팅의 이유로 운영되지만 적어도 EPL은 아니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돈을 버는 능력이 있다.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구단마다 각기 다르다. 지금에야 비슷해 보이는 구단의 마케팅, 당연해 보이는 스포츠 구단의 수익 창출법이 처음부터 그러하지 않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됐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아 나도 아랍 공주정도 돼서 구단 하나 가지고 싶다…. 나도 막 치열하게 눈치싸움, 머니싸움 하고 싶다…… ㅎㅎㅎㅎ 책이 조금 두껍긴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또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그런지 재밌게 읽힌다. 다만 어느정도 EPL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수월하게 읽힐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어쩌니 저쩌니해도 현질이 최고다. 그런데 그 현질도 어느정도 도가 지나치면 안된다는 교훈(?)도 준다.

P.S) 확실히 한국인은 지성팍의 영향으로 맨유와 퍼거슨 이야기가 가장 재밌나보다 ㅎㅎ 지성팍 맨유 뛸 때의 같은 맨체스터에 있어도 맨시티는 쩌리 오브 쩌리였는데 그들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위상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만수르가 전부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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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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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에 남을 천재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어찌나 스캔들메이커인지,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은 케바케지만 대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의 흥미거리기도 했다. 스캔들로 예술사를 훑어보는 <발칙한 예술가들>은 정은주 칼럼니스트가 15인의 음악가를, 추명희 칼럼니스트가 15인의 미술가들을 다룬다.

예술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들이 평범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그 뮤즈를 통해 걸작을 창조해내는 예술가들이 평범하지 않은건지. 어쩜 하나같이 평범하게, 순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어 보인다.

흔히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희대의 악녀(?)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두 사람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한다. 어느 쪽이 진실일까? 아무튼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의 공통점을 찾자면 대부분 엄청난 염문설의 주인공이란 거다. 결혼 생활에 충실한 사람이 있었나? 싶다. 그럼에도 다들 한번씩은 불타는 열정을 가지고 사랑을 했는데 그 사랑이 항상 파멸을 불러오는 것 같다. 매혹적인 작품을 창조해 내는 예술가들은 이성에게 왜 이리도 인기가 많을까.

얼마전에 피카소 전시회를 다녀와서 그런지 피카소 편을 읽으며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현대미술의 거장이라는 훌륭한 업적과 달리 그의 사생활은 정말 난잡했다.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여성편력에 여자들끼리 서로 육탄전을 불사하게 만들고. 누가 원흉인데 왜 자기는 불쌍한 소로 표현하는건데! 정말 무책임하고 나쁜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는 그는 이런 남자 만나면 패가망신 당하기 딱 좋겠다는 교훈을 남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대략적으로나마 알면 그 사람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피카소전을 가지 전에 이 책을 읽은 게 신의 한수였던 것처럼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는 그들의 작품에 당시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다. 음악을 들을 때, 혹은 전시회에 가기 전에, 그 예술가를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릴 것이다. 그리고 역시 남의 스캔들은 재밌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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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을 쫓는 종횡무진 뉴스맨
이재홍 지음 / 하다(HadA)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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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기자 경력을 가진 만능뉴스맨 이재홍 기자의 발자취를 담은 <특종을 쫓는 종횡무진 뉴스맨>은 각 시대별로 대중이 언론에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그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그동안 기자하면 취재가 주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자가 요구하는 능력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취재는 기본에 남들보다 한 발 앞선 독점보도는 기자의 생명이며, 방송용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조차 기자들의 역할이란 건 놀라웠다. 9424시간 뉴스채널 YTN에 입사이래 미디어 환경은 매순간 급변했고 저자는 뉴스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생생한 체험담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두근두근했다.

ENG 카메라가 고가 장비라고 감격하며 다른 기자들보다 가볍운 장비로 재빠르게 촬영했던 어린 기자는 이제 모두가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들과 겨뤄야 한다. 이전에는 기자의 영역이었던 것들이 이젠 모두의 영역이 되었고, 실시간 생방송으로도 경쟁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라이브 방송은 필수가 되었다. 세간의 편견과 달리 기자가 활자로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시대는 종결됐다. 이젠 온라인을 넘어서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해야 한다.

사회부장, 경제부장등을 역임한 저자의 화려한 경력은 각 부서마다 어떤 리스크를 가지고 기자들이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는지 보여준다. 하나의 특종을 잡기 위해 현장에서 얼마나 고생하는지, 또 그 특종이 언제나 장밋빛 미래만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도 보여준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종횡무진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참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사로잡고, 세상이 알아야 할 내용의 특종은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이 선을 잘 유지하는 게 배테랑 기자의 능력이겠지.

보통 사람들은 흔히 알 수 없는 기자들의 생생한 일상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정보의 가치가 없는 내용들을 무분별하게 보도하며 기레기라며 기자를 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애쓰는 기자들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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