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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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헬조선, n포세대와 같은 단어를 만들어낸 지금의 청년층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란 책 제목을 보며 단언할 수 있었다. 선택권이 한국 or 랜덤이라면 모험을 하기에는 조금 꺼려지지만 내가 태어나고 싶은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한국은 선택을 받지 못 할 것이다.

매일매일 생각한다. 나는 어디서부터 인생을 잘못산걸까. 이미 실패한 인생, 이보다 더 실패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 수록 무난함을 택하게 된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고 우리 후세대들은 분명 우리보다 잘 살 것이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인재들은 어떻게든 사회적으로 침체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극복해내리라 믿어 의심치않다. 하지만 이미 내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극복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 책은 지금의 상황이 왜 도래하게 되었는지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저성장, 결국 이 모든 것의 원흉은 더 이상 성장할 것이 없다는거다. 이전처럼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잘살길 바란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상대적 박탈감은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앞으로도 장밋빛은 내 인생과 멀다는 정확한 현실인지는 더욱더 청년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회가 날 힘들게 할지라도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잃지 말고, 남들이 하려는 편안한 길을 가려하지 말고 싸우고 투쟁하며 도전해라.

그런데 나는 이 말이 우리를 희생해 미래 세대의 발판이 되어주라는 것처럼 들린다. 이게 우리의 존재 목적인가. 내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한다 할지라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니 무언가라도 하고,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라는 전형적인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대단한 욕심을 내는게 아닌데... 평범하게.. 중산층(심지어 내게 있어 중산층의 정의는 8학군이 아니다!!) 으로 사는 꿈이 왜 이렇게 불가능하게만 여겨지는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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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결 - 결을 따라 풀어낸 당신의 마음 이야기
태희 지음 / 피어오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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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민을 담은 책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며 괴로워하고, 인간관계에 상처받으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태희 작가의 에세이 <마음의 결>은 이와 같은 고민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완전할 수는 없지만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답을 준다. 모든 고민의 해결의 실마리는 나의 행복을 우선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보편적인 고민이 담겨있다. 나만 왜 이렇게 찌질한 생각을 할까? 조금은 쿨해질 수 없을까? 스스로 자책할 때가 종종있는데 그런 내 고민을 이 책에서 만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우리 모두는 어쩔 수 없이 권태로움에 빠지고,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흑역사를 생성하는 구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 투정부리는 이에게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 격려해준다.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지만 나는 친구에게 그런 존재가 아닐 때 오는 망연자실함, 이별 앞에서 상대의 연락을 기다리는 초조함. 내 의도와 다르게 이해한 상대 때문에 발생한 오해. 우주 만물 앞에서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참으로 많은 고민을 짊어지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담담한 위로는 이 또한 잘 해결될 거라는 근거 없는(?) 위안을 준다.

 

마음 답답한 일이 있을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인간의 고민은 다 비슷비슷해서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 이상 이 책을 통해 충분히 마음의 위안과 해결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일이니까 쉽게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우리도 알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라는 걸. 짧지만 임팩트 있는 책이다. 도저히 풀 수 없는 실타래에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의 결을 따라 엉킨 실을 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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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탄생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송동훈 지음 / 시공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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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개막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포루투갈과 스페인, 지중해의 변방국에서 대항해시대의 패권국으로 우뚝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정신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항해왕 엔히크,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그들의 의도가 어땠던 망망대해로 나선 결정은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변방의 소국이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송동훈 작가의 <대항해시대의 탄생>은 제목 그대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어떻게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열었는지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왕조의 흐름을 쉽게 설명해준다. 간결한 문장과 삽입된 그림은 복잡한 왕실 가계도의 이해를 돕는다. 그들이 바다로 나서야 했던 대내외적 상황의 이해가 없다면 대항해시대의 탄생을 왜 필요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 어떤 나라도 영원한 영광은 없다는 걸 명확히 보여준다. 현실에 안주하며 주어진 것을 누리는 것에 급급하다면 언제고 내가 누리는 이 평온은 다른 이의 것이 될 수 있다. 일국의 흥망성쇠는 한 가지 일로 발생하지 않지만 안일함과 내분이 없는 나라의 몰락은 지금껏 없었다.

 

지중해 패러다임의 가장자리에서 대서양 패러다임의 선구자로 나섰던 두 나라. 바다를 개척하고 인식의 혁명을 이뤄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포루투갈과 스페인은 그렇게 역사의 망루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이 시작했던 대항해시대를 잇는 역할은 더 나은 자격을 갖춘 나라들의 몫이었다(p341).

 

몇 백 년의 복잡한 역사를 축약해 놓았기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흥망성쇠를 쉽게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처음과 달리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밀려났고 결국 제국주의를 과시한 패권국의 지위는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로 넘어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말하지 않는다. 서문에서 밝혔듯 그 시대에 탐험의 대상은 바다였듯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주에 우리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를 묻는다. 바다를 두고 패권을 다퉜던 과거의 우리는 그러한 싸움이 벌어지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우주를 두고 보이지 않는 총성이 오가는 것을 알고 있다. 무조건 빨리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몰락이 보여주듯, 도전정신은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된 국가가 되는 것도 소홀히 여길 수 없다.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보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한다. 길고 복잡한 유럽사를 읽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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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탑
정계준 지음 / 아우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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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탑의 모든 것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는 불교의 국가였다. 조선시대 승유억불 정책으로 잠시 그 명맥이 주춤했지만 21세기인 지금도 불교는 우리나라 종교 비율의 으뜸을 자랑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한반도와 궤를 같이한 불교문화는 곧 우리 역사와 일맥상통하다. 이중, 당대 최고의 장인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불탑은 그 시대 예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전쟁과 화재로 인해 현존하는 불탑의 대부분은 석탑이지만 불탑의 자재는 목탑, 전탑, 모전석탑처럼 다양하며 시대별로 불탑마다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있는 문화재의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비슷비슷하게 생긴 탑들의 특징을 잘 찾아내지 못해 애먹은 적이 많다. 각 지역별로 주요한 탑을 볼 때마다 다른 탑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은데 정계준 교수님의 <한국의 불탑>은 이러한 내 바람을 담아 편찬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보로 지정된 29기와 보물로 지정된 165기를 합하여 총 194기의 불탑을 전부 수록한 <한국의 불탑>은 찾아보기 쉽게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탑의 기원과 역사, 탑이 건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세하게 소개되어있다.

 

194기의 불탑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익산 미륵사지 석탑(p340)이었다. 국보 제 11호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을 보기 위해 익산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책 속에 사진으로 보인 모습은 복원되기 이전의 모습인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복원중이라 실상 탑의 모양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최고 최대의 석탑이란 명성에 걸맞게 복원공사의 현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미륵사지석탑을 직접 보러 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장엄하다였다. 규모에 압도되어 이 탑이 가진 의미를 세세히 살펴보진 못했는데 해체과정에서 발견된 중요한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초층 탑신 중앙에는 사방에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를 두었다는 책의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디테일을 책으로 채운 것이다.

 

 

보물과 국보로 지정된 불탑을 꼽아 소개했으니 역사적으로 의의가 없는 문화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순히 유명하구나, 보다는 왜 유명한지, 이 탑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피고 현장답사를 간다면 더욱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답사를 떠나기 전에, 답사를 다녀와서도 현장의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뿐만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탑골공원에 자리한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삼층석탑 등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왜 익숙한지 설명할 수 없는 모든 탑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읽다보면 우리나라 불탑의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나도 더 하고 뺄 것이 없을 만큼 정갈하게 구성된 책이라 읽기 편하다. 어려운 용어를 지양하고 최대한 쉬운 단어로 설명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다. 한 페이지에 담긴 내용만으로 해당하는 불탑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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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 성격 급한 뉴요커, 고대 철학의 지혜를 만나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지음, 석기용 옮김 / 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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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주의자로 산다는 것

 

무슨무슨 철학, 무슨무슨 주의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철학은 여전히 내게 접근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있다. 요즘이야 철학을 삶과 결부시켜 세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근본적으로 어차피 답이 없는 논쟁을 끊임없이 소모전처럼 해야 한다는 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스토아철학, 그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스토아주의자들이 왜 그것에 매료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사실 스토아철학이 가진 두드러진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신이시여,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제게 허락하소서.

 

개인적으로 내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다. 5도살장과 미움 받을 용기에서 인용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문구는 평온을 비는 기도로 스토아철학이 무엇인지 가장 잘 함축해 놓지 않았나싶다.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의 저자 마시모 피글리우치는 스토아철학의 거장 에픽테토스의 철학관을 서술하며 스토아주의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전하는데,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결국 저 평온을 비는 기도에 다 포함되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 할 수 없는 것에 치중하여 삶에 절망하지 말 것. 이는 자칫하면 조금 어렵고 힘든 일이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쉽게 포기하는 패배주의를 양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토아 철학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이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며, 스토아주의자란 가면에 숨어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지 않는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정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결과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행동하기를 권한다. 이런 그들의 태도가 사회 정의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도 선봉장에 서려는 스토아주의야 말로 실천하는 학문인 것이다. 언제나 어려운 이슈는,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다.

 

내가 책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해한 것은 자신의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않는 것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기준이 아닐까 싶다.

 

소아마비로 장애를 앓는 로렌스의 이야기는 스토아주의자의 삶의 태도를 명확히 정의해준다. 직면한 문제를 걱정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가 행위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또한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 나를 슬프게 할 것이다. 남들은 평온하게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와 같은 신세한탄은 잠시 나의 기분을 돋워 줄지 언정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분별하며 최선을 다해 달려가며 사는 것, 이것이야 말로 스토아주의자들이 말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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