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탑
정계준 지음 / 아우룸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 불탑의 모든 것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는 불교의 국가였다. 조선시대 승유억불 정책으로 잠시 그 명맥이 주춤했지만 21세기인 지금도 불교는 우리나라 종교 비율의 으뜸을 자랑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 한반도와 궤를 같이한 불교문화는 곧 우리 역사와 일맥상통하다. 이중, 당대 최고의 장인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불탑은 그 시대 예술의 절정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전쟁과 화재로 인해 현존하는 불탑의 대부분은 석탑이지만 불탑의 자재는 목탑, 전탑, 모전석탑처럼 다양하며 시대별로 불탑마다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있는 문화재의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비슷비슷하게 생긴 탑들의 특징을 잘 찾아내지 못해 애먹은 적이 많다. 각 지역별로 주요한 탑을 볼 때마다 다른 탑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은데 정계준 교수님의 <한국의 불탑>은 이러한 내 바람을 담아 편찬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보로 지정된 29기와 보물로 지정된 165기를 합하여 총 194기의 불탑을 전부 수록한 <한국의 불탑>은 찾아보기 쉽게 지역별로 분류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탑의 기원과 역사, 탑이 건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세하게 소개되어있다.

 

194기의 불탑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익산 미륵사지 석탑(p340)이었다. 국보 제 11호로 지정된 미륵사지 석탑을 보기 위해 익산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책 속에 사진으로 보인 모습은 복원되기 이전의 모습인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한창 복원중이라 실상 탑의 모양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최고 최대의 석탑이란 명성에 걸맞게 복원공사의 현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미륵사지석탑을 직접 보러 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장엄하다였다. 규모에 압도되어 이 탑이 가진 의미를 세세히 살펴보진 못했는데 해체과정에서 발견된 중요한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초층 탑신 중앙에는 사방에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를 두었다는 책의 설명은 매우 흥미로웠다. 현장에서 느끼지 못한 디테일을 책으로 채운 것이다.

 

 

보물과 국보로 지정된 불탑을 꼽아 소개했으니 역사적으로 의의가 없는 문화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단순히 유명하구나, 보다는 왜 유명한지, 이 탑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를 살피고 현장답사를 간다면 더욱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답사를 떠나기 전에, 답사를 다녀와서도 현장의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뿐만 아니라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탑골공원에 자리한 국보 제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수학여행의 메카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삼층석탑 등 우리에게 친근하지만 왜 익숙한지 설명할 수 없는 모든 탑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읽다보면 우리나라 불탑의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나도 더 하고 뺄 것이 없을 만큼 정갈하게 구성된 책이라 읽기 편하다. 어려운 용어를 지양하고 최대한 쉬운 단어로 설명되어 있어 가독성이 좋다. 한 페이지에 담긴 내용만으로 해당하는 불탑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문화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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