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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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이후 수많은 세월 동안 인류가 밝힌 우주의 모습은 더 이상 아늑하지 않다. 세계는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도 않았다. 지구는 신의 보살핌을 받는 에덴동산이 아닌 차디찬 암흑의 공간을 떠도는 외톨이었다. (p69)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지만 우주에 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았다.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는 나조차도 우주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면 전율이 돋는다. 서가명강의 9번째 이야기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윤성철 교수가 들려주는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이다. 우주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간이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고 싶다면 매우 유익한 책이다.

 

고대의 우주관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이라는 건 우주에 문외한이라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다. 케플러와 갈릴레이의 발견으로 당시의 통념을 반박한 지동설이 출현했지만 신성모독의 이유로 채택되지 못했다고 알고 있던 내 지식이 얼마나 얄팍했는지 책을 통해 확인했다. 천문학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그 숫자가 너무 어마어마하고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확 와 닿는 느낌은 없어 무언가를 이해했다 말하기가 참 어려운데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내 표현력이 참 아쉽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단순히 신성모독의 이유로만 새 이론을 부정한건 아니라는 거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여만 설명할 수 있는 그간의 천체현상들이 있었으며, 천동설과 지동설의 논쟁은 결국 신을 빙자한 치열한 밥그릇 싸움의 일환이었을 뿐이다. 세상을 로 중심으로 생각하다 갑자기 변두리로 밀려나길 거부하는 인간의 나약한 본능도 한몫 했을 것이다. 천문학의 발달 과정은 사실상 인간 굴욕의 역사였다. 인간은 에덴에서 쫓겨났다(p70).

 

우주는 우연적인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졌다. 프레드 호일의 정상우주론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빅뱅이론이 현재로선 우주의 기원을 가장 합당하게 설명하는 이론이다. 언제나 그렇듯 천문학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데 우주에 급팽창이 일어났다니, 그렇다면 앞으로 우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급 걱정된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인지 책에 Q&A로 지구가 언젠가는 붕괴되는지에 대한 답이 있으니, 모두가 한번쯤은 우려할 만한 먼 훗날의 미래의 이야기는 맞나보다. 인간이 아무리 밝혀낸다 한들 아직까지 우주는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다. 빅뱅 이전의 우주는 어떤 곳이었는지? 앞으로 우주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한번쯤 상상하며 읽어보면 재밌을 것이다. 우주에 관심이 있다면 꼭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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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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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남자들은 언제나 여자가 있기를 원하지만, 여자가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p24)

 

인간은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있어 은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전통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건 여자들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식사를 책임진 아내들은 노고는 부불노동으로 취급받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라영 작가의 정치적인 식탁은 바로 이 점을 꼬집어 우리가 매일 앉는 밥상에 차려진 차별에 주목한다. 따지고 보면 다 같은 결이지만 좀 더 거시적으로 사회정의를 묻는데 관심이 있다 보니 요 몇 년간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였던 페미니즘 성향의 책은 처음 읽어본다. 솔직히 오프라인 지인들 중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편향성 - 감자탕을 먹으면 개념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된장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 못해 도대체 남초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어디가면 만날 수 있나 항상 궁금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입에 담기도 싫은, 성을 먹거리에 비유하는 단어가 난립하는데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할 말을 익명이란 그늘에 숨어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정말 알고 싶다. 그들에게 있어 여자는 어떤 존재일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비뚤어진 사고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도덕성에 여성 비하는 포함되지 않는다. 성적 취향, 젊은 혈기 정도로 가볍게 여길(p100)뿐이다.

 

 

노동자를 갈아 넣은자본주의에 비판적이어도, 여성의 노동을 갈아 넣어 유지되는 전통이라는 이름의 가부장제는 고귀한 품위처럼 여긴다. (p74)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엄마아내란 이름으로 강요되어 왔었다. 지금은 안 그러지만 우리 엄마도 내가 남긴 밥을 먹곤 했었다. 명절에 당연히 친할머니 댁부터 갔고 며느리들은 허리 한번 펴지 못한 채 얼굴도 모르는 다른 성()의 조상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분명 우리 집도 이런 부조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지금 우리가, 아니 기득권들이 지키고자 하는 전통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피부로 와 닿는다. 언제부터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탱되는 악습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탈바꿈한 것인가? 이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면 불효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성차별을 기반으로 닦은 전통은 지켜야 하는 문화가 아니라 타파해야 할 폐습이다(p73). 조금 늦었지만 우리 집은 바뀌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집들의 부엌 풍경은 바뀔 것이다. 그러기위해선 크고 작은 투쟁은 필연적이다.

 

내가 페미니즘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 여성의 인권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00여년을 지탱해 온 사회적 질서를 바꾸는데 개인의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보진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고, 식탁에서만큼은 여성들이 충분히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본다. 가부장제를 탓하며 피해자의 위치에 있기보단 손, 발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먹을 음식만큼은 스스로 차려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몸소 보이면 된다. 여자에게 밥상받기를 바라는 남자는 만나지 말자.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볼 여유가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위해서는 시간의 확보가 필수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민중이 개돼지이기를 바란다. 먹고살기에만 매몰된 인간으로 만든다. (p134)

 

앞서 인간은 먹기 위해 산다고 말했다. 이 말을 부정하진 않지만 인간의 존재 목적이 먹고 사는데 만 있다면 너무 서글플 것 같다. 후세에 길이 남을 대단한 족적은 아니더라도 각자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하지 않나 종종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사치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내가 아직 치열한 생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아서 가능한 게 아닐까 자조한다. 내 한 몸 건사만하면 되는 내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의 책임감과 고단함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의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은 누가 대변해주는가? 가난과 피부색을 이유로 먹는 것조차 차별당하고,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의 억울함은 누가 알아주는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살림을 도맡아야하는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손을 내밀겠는가.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그렇기에 먹는 것에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껏 외면했던 식문화의 모순을 깨닫고 좀 더 건설적으로 이 사회가 변화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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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02-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이벤트 저는 신청했다가 떨어졌는데 직접 뵈신 분들은 너무 좋았을 거 같아요.

큼상이 2020-03-31 01:21   좋아요 0 | URL
와 그런 이벤트가 있었나요?? 대박! 다시 작가님과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있었음 좋겠어요!
 
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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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250만 명의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든광수생각의 마지막 이야기. 우리 집은 지금도 종이신문을 구독하는데 광수생각이 한창 연재됐을 때 유치원생밖에 되지 않은 꼬맹이주제에 신문에 연재된 만화를 샅샅이 뒤져 읽곤 했다. 인생의 쓴 맛이라고는 고작 사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한게 전부였으면서 왜 그리도 광수생각을 좋아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감성 넘치는 그림체와 뭔진 몰라도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지는 예쁜 말들이 그저 좋았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매일매일 삶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다시 만난 광수생각은 색달랐다. 그저 예뻐서 좋았던 광수생각이 이젠 상처받은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길 잃은 나를 이끌어주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로맨틱한 고백을 외치고, 떠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 절절한 진심에 나도 모르게 눈물 짖게 된다. 멈춰있는 나를 채찍질하기 보단 지금 당장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위로 한마디를 건네는 이 따뜻함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광수생각을 통해 희망을 얻었을까. 현재의 나는 이제 겨우 겉으로 드러난 내 연필의 심만 사용하곤, 내 재능을 다 써 버려 몽땅연필이 되었다고 낙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p38)

 

그렇게 실패를 반복해가며

운명에 가까워졌다. (p63)

 

1997년부터 2020년까지, 기나긴 세월이었다. 비록 더 이상 광수생각을 만나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따스한 글과 그림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소박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가 그리울 때면 언제고 광수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실패하는 날이 더 많은 오늘의 내가, 오늘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미래의 나를 고대하며, 광수생각을 떠나보낸다. 아직은 아름다운 나의 찬란한 20대여.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운동 경기 중에

마음을 다잡으며 할 수 있어!’를 외치는 것이다.

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이

모든 것을 이기게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

인생도.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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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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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나와요. 조직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p41)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최강자, ‘한자와 나오키의 저자로도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이케이도 준의 최신 베스트셀러 일곱 개의 회의는 대형 종합 전기회사로 손꼽히는 소닉의 자회사 도쿄겐덴에서 일어나는 전쟁터 같은 직장 생활을 그린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지만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인간부품,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하는 직장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낱낱이 까발린다.

 

도쿄겐덴의 최연소 과장 사카도 노부히코가 만년계장이자 잠 귀신 핫카쿠로 불리는 야스미 다미오를 괴롭혔다는 명목으로 임시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는다. ‘직장 내 괴롭힘이 요즘 큰 이슈이긴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신망을 잃은 핫카쿠와 에이스 사카도의 운명이 이렇게 극적으로 갈릴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그 외 다수중 하나였던(p16) 영업2과 과장 히라시마가 보결로 꽃 같은 1과 과장직을 맡고 화려한 실적 속에 숨겨졌던 1과의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다. 꽃 같은 1, 지옥 같은 2……(p49)” 이 얼마나 허무한 외침이란 말인가!

 

 

 

결국 하청의 수익을 대기업이 빨아올리는 구조, 그저 한쪽의 이익을 다른 쪽의 이익으로 갈아끼울 뿐인 구조를 강요당하는 것 아닐까. 대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하청은 적자가 된다. (p87)

 

 

 

철강회사에 다니던 미사와 이쓰로는 3대를 이어온 나사제조업체 네지로쿠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그가 네지로쿠의 사장이 된 이래 단 한 번도 매출을 늘리지 못했다. 더 이상 은행에서도 자금을 융통해주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그의 주요고객이었던 도쿄겐덴으로부터 원가절감을 수용하지 않을시 거래불가 통보를 받는다. 이미 원가를 깎을 만큼 깎은 상황에서 더 이상 후려치기는 용인할 수 없었던 이쓰로는 도쿄겐덴의 제안을 거부하고 이는 네지로쿠의 위기로 이어진다. 대기업의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해야하는, 바람 앞의 등불과 다를 바 없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원가절감이 얼마나 마법 같은 단어란 말인가. 이를 위해서라면 영혼까지도 팔아야하는 사람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근본적인 원인을 묻게 된다.

 

난 영혼까지 파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아.” (p334)

 

비록 지금은 한심하기 그지없는 만년 계장이지만 잠 귀신 핫카쿠도 한때는 촉망받는 인재였다. 회사원으로서 보자면 입사동기인 영업부장 기타가와와의 격차는 천지차이지만 승진을 포기함으로써 자유를 얻었다. 자신이 판매한 물건이 계기가 되어 한 사람이 자살을 했다. 그 이후, 핫카쿠는 이전처럼 달리지 않았다. 그는 이 치열한 현실에서 낙오되었다. 영혼을 팔지 않았지만 그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혔다.

 

네지로쿠 입장에서 본다면 무리하게 원가절감만을 외치는 도쿄겐덴는 절대 악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쿄겐덴도 낮은 가격을 내세워 치열한 입찰경쟁에 뛰어들어야한다. 그리고 그들의 위치는 어디까지나 자회사, 모회사인 소닉에 실적을 보여야한다. 그 누구도 영원한 갑이 아니다. 모두가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도쿄겐덴에서 일어난 이 추악한 사건의 진실은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무조건 더 싼 것만을 외치며 가격경쟁력으로 승부 보려는 이 세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더 싼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그로인한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가 감당해야한다.일곱 개의 회의를 읽다보면 과연 나라면? 이란 가정을 하게 된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 가지 사건을 여러 사람의 시선에서 보여주다 보니 그 누구도 악인이라 손가락질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라는 도덕책 같은 이야기도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결국 원가 절감, 하청 후려치기 같은 문제는 한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뀌어야 하는 건 사람들의 인식과 시스템이다. 사건이 터지면 책임 소재부터 찾아 나서는 이 사회가 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무 고지식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대충대충이어도 잘 안 풀리는(p461)”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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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 (리커버 에디션)
마크 베코프 지음, 장호연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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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의 사이에서 생기는 우리의 문제는 말 그대로 우리의 문제일 때가 있다. (P31)

 

현재 미국에는 총 7,800만 마리의 반려견, 44퍼센트의 가구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해마다 개를 키우는 가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다. 동물행동학자 마크 배코프의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은 제목 그대로, 개와 사람이 함께 동행 할 때 사람이 알아야 할 점을 쉽게 서술한 책이다. 개에 관해서는 정설이 없음에도 사람들은 통념에 빗대어 내가 키우는 개의 행동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두려워한다. 또한 인간의 기준에서 나쁜 짓이 개의 시선에서도 같을 거라 착각한다. 개를 누군가에게 소속된 존재가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하려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개의 행복을 바란다면 나의 시선이 아니라 개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야한다. 나는 개를 키우진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생명체가 함께 동행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를 깨달았다.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인간 사이의 법칙이 개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개는 다양한 상황을 판단하고, 인간과 유사하게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는, 똑똑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다(P35). 그런 개들을 인간의 부산물로 전락시키지 않으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개를 키우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종족이 상호존중하며 이 땅위에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하는지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그들은 형제가 아니다. 하등한 존재도 아니다. 그저 우리와 함께 삶과 시간의 그물망에 포획된 이방의 존재들, 지구의 영광과 고역을 함께 하는 동료 포로들이다(P326).

 

 

 

개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 깨달으려면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보고, 듣고, 감촉하고, 맛보는지를, 무엇보다 어떻게 냄새 맡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p64)

 

개의 삶은 일단 냄새를 맡은 뒤 질문하기(p69)’로 요약해도 될 만큼 냄새 맡기는 그들에게 중요한 활동이자 소통 방식이다. 인간의 뇌가 5퍼센트만 냄새에 관여하는데 반해 개는 뇌의 대략 35퍼센트를 냄새 처리에 쓴다(p76). 개들은 냄새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모으는데 수컷이 암컷에게 짝짓기 의향을 묻거나, 다른 개의 행적 혹은 시간을 파악한다고 추정한다. 개는 인간보다 10~200만 배나 더 민감한 후각을 가진 생명체다보니 때론 그들의 코가 염치가 없어보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다. 또한 개가 지각할 수 있는 색의 범위는 인간보다 제한적이지만 밤에는 인간보다 더 잘 볼 수 있다. 미각은 우리보다 둔하지만 촉각은 개의 품종마다 다르다.

 

개들의 놀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형화된 규칙이 있다. 그들은 먼저 의사를 묻고, 정직하게 하고, 규칙을 지키고, 잘못했을 때 인정한다(p123). 저자는 개들의 놀이를 이기고’ ‘지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개의 오감과 사회적 특징들을 살펴보며 지금껏 우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시선으로 개들을 바라봤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규칙과 개념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놀이가 될 산책조차 지나친 통제를 가한다. 인간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우리는 인간을 다른 종들에 대한 비교와 이해를 위한 유일한 기준틀로 보는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p231)

 

이 책이 궁극적으로 하고자하는 말은 결국 개와 인간의 차이를 인지하라는 것이다.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개의 오감, 개의 특징, 개의 사회성, 개의 감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가 어떤 동물인지 소개한다. 저자는 자신의 반려견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그들을 잘 관찰하라 조언한다. 개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p294), 그렇기에 특별한 학위가 없어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개를 바라본다면 개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충분한 정서적, 물질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책의 부록으로 일반인이 동물행동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개를 관찰해야하는지 설명되어있다. 좋은 반려인이 되고 싶다면, 이제 실천할 때다. 함께하는 시간동안 개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어보길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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