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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1~10 세트 - 전10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그들이
백성이오.
이
나라를 세운 백성이란 말이오.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라도 호미와 곡괭이를 창칼로 바꾸어 목숨을 던지는 이들이란 말이외다.”
(2권
p279)
장장
15년이라는 길고도 긴
시간동안 조선 중기의 대서사시를 쓴 김홍정 작가의 소설『금강』을 이끄는 이들은
백성이었다.
국난이 닥칠 때마다
가장 선봉에 섰지만 보잘 것 없어 역사 속 한 페이지도 장식하지 못한 그들의 모습을 작가는 잊지 않았다.
10권의 대하소설
금강은 중종반정 이후부터 광해군 때까지,
격동의 시대 한
가운데를 살아간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100여년의 걸친
조선사를 관통하며 이들의 꿈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5부작으로 쓴
10권의 책의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이다.
1부의 주인공이자
걸출한 여걸 연향,
그녀를 잇는
미금,
부용,
수련 그리고
영은까지.
영은을 제외한 이들
모두 상단의 대행수의 직에 올라 조선의 돈줄을 좌지우지 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돈만 밝히는 장사치가 아니었다.
재해가 있을 때
솔선수범하여 곳간을 풀었다.
지고한 왕실에서는
치열한 권력 투쟁이 한창일 때,
그들은 다른 세상을
꿈꿨다.
노인은
편안하고,
장년들은
쓰일 곳이 많으며,
젊은이와
어린 사람들은 쓰인 곳에 이를 때까지 의지하여 자라고,
과부나
고아,
홀로
사는 이들이 불쌍히 여김을 받고,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여민동락이 이루어지는 세상(1권
p174),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동계를 조직한다.
연향은 소리꾼
연화와 종실 이천의 딸이나,
이천은 모반에 엮여
사사되고 연향의 아비로 여겨지는 종실의 후손 이경 역시 고문의 후유증으로 죽게 된다.
서출이지만 종친의
피가 흐르는 그녀는 사림의 거두 충암 김정 밑에서 수학하고,
그의 제자 양지수와
서로 연모해 딸 부용을 낳는다.
공신들의 추대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왕권에 대한 집착이 상당했고,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림을 등용한다.
하지만 사림의
급진적인 개혁으로 왕과 공신들의 강한 반발을 사 결국 정암 조광조는 사사되고 충암은 영주(제주도)로 유배를
떠난다.
이때 연향은 자신의
스승인 충암을 모시기 위해 몸소 영주로 향한다.
공자왈 맹자왈도
좋지만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 필요한 건 돈이다.
연향은 탁월한 장사
감각을 발휘해 충암을 뒷바라지 했지만 그 또한 사사되고 이후 종자돈을 불려 소리채와 상단을 운영한다.
충암이 사사되던 때
임금을 능멸한 소두로 지목된 정희중은 연향의 기지로 가족들과 목숨을 부지하고 그의 아들 금석과 금석의 딸 미금은 상단에서
일한다.
공납권을 얻은
공주목 정지포 상단은 도성으로 진출해 금수하방을 세우고 미금은 행수가 된다.
충암을 이어 사림을
이끈 남원은 조정에 나갈 때마다 사사건건 공신들과 부딪히고 연향은 남원을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궁궐에 피바람이
불때마다 역모와 남원의 엮기 위해 여인들이 모진 고초를 당한다.
사실 어느
순간부턴가 남원,
아니 사림들이
꿈꾸는 세상에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단순히
정권다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조정의 일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그들이 나서서 이룬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말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정작 연향과 미금이 자신들 때문에 고초를 겪을 때 행동하는 이는 없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인가?
남원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이중성에 치가 떨린다.
그러나
세상은 태평하였다.
세상은
궁중에서 일어나는 일과는 달리 백성들은 삶의 터전에서 백성들의 곳간을 채우는 일에 열심이었고 인심과 인정에 따라 흥청거리거나 쪼들리기도
하였다.
(4권
p280)
미금의 죽음 이후
연향과 양지수의 딸 부용은 상단과 소리채의 대행수가 된다.
그녀는 전륜성왕의
시대를 꿈꾸는 왕족 한산수 이형과 사랑에 빠져 아들 창을 낳는다.
지금까지는 뺏고
빼앗기는 숨 막히는 정치 복수극이었다면 드디어 잔잔한 백성들의 일상이 나온다.
물론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이는 동계가 언제까지고 순탄할 수는 없다.
외척이 득세하는
현실을 소리 높여 비난한 남원은 명종의 친정을 이끌고 결국 사사된다.
선조 즉위 후
정여립의 난으로 사림은 다시 화를 입고 임진왜란 발발로 임금의 신망은 한없이 추락한다.
“남원
대감께서는 내 종친 어른이셨습니다.
내게
가문을 맡기셨습니다.
남원께서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제게 주셨습니다.
이는
충암의 가르침이라 하셨습니다.
본디
백성이 있었고,
백성들이
나라를 이루어,
나라를
지킬 사람으로 임금을 세웠다 하셨습니다.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임금이 아닙니다.
이
나라는 임금이 없습니다.
새로운
임금을 세워야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나라가 됩니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자 한다면,
내가
앞에 서겠습니다.
아버지
한산수께서 이루려던 전륜성왕의 시대를 이루고자 합니다.
나와
함께 가십니다.”
(6권
p296)
백성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라는 숭고한 뜻으로 일으킨 봉기는 의병들의 사기저하와 측근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린다.
아들을 따라간
부용의 뒤를 이어 양지수의 딸이자 창의 연인이었던 수련이 대행수가 된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흐른다.
새로운 임금이
즉위하고 천은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이창을 배신했던
임억명을 천은으로 낚아 죽이고 이이첨은 이를 간과하지 않는다.
수련은 후금과 소금
거래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공주목사 허균과
동계의 인연은 운명의 장난인지 피바람의 소용돌이로 성큼 더 다가서게 한다.
금강의 마지막
주인공은 특이하게도 상단의 대행수가 아니다.
스님이었던 영은은
게십이장을 읽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앞날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사실 책의 포맷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역모’라는 이름에 엮이면
아무리 대쪽 같은 집안이라도 한 순간에 풍비박산 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은 항상 왕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 역모로 그 끝을 맞이한다.
살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간신에게 구명하기
위해 뇌물을 준비하는 대행수.
책은 마지막까지 참
가슴이 미어진다.
조정에서는 쓸모없는
논쟁으로 목청 높일 때 정녕 그들이 한 일은 무엇인가?
왕실의 무능과
아첨꾼들,
이상 속에 살고
있는 선비들.
숨 막히는
조합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흘러간다.
과거에는 미처
꿈꾸지 못한 세상이 언젠가는 도래할 것이다.
10권이라는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조선 중기의 역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책이다.
힘이 없어
이용당해야 했고,
힘을 키워서도
이용당해야 했던,
그들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고자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책의 리뷰를 마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132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