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슬픔 아시아 문학선 1
바오 닌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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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낳은 비극적인 슬픔은 전쟁을 겪은 사람만이 그 고통에 대해 힘들어 할꺼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순간 그 고통은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 피부로 느끼게 하는 잔혹함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작가는 실제 베트남전에 참가했고 종전 후 전사자 유해 발굴단에서 활동한 후 전역했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 책은 어쩌면 주인공을 맡고 있는 끼엔은 작가의 분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작가의 생각, 그 당시의 고통, 전쟁이 안겨주는 슬픔, 그리고 사랑에 대한 어리석음이 전쟁이 낳은 제2의 괴로움이었으리라.

 

10년간의 전쟁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끼엔에겐 프엉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 또한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그에게 잠재되어 있기에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갈 수가 없었다. 끼엔은 전사자 유해발굴단에 있으면서 전쟁 중에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고 각종 귀신들과 함께했다. 잊고 있을 것이라는 끼엔의 사랑은 여전히 가슴속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단지 그것은 가슴속에 존재할 뿐 현실에서는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모양이다. 전쟁 소설이지만 끼엔과 프엉의 사랑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전쟁이 보조 역할을 한 셈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과연 성공에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스며있다.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에서 갑자기 찾아온 전쟁은 정치적인 욕심과 맞 바꿀 수밖에 없는 슬픔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전재되지만 그 안에서는 프엉에 대한 사랑이 실처럼 가늘게 이어져 있다. 독자들은 그 부분을 간파해야 한다. 또한 전쟁으로 잃게된 그들의 사랑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이라는 사실은 어쩔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전쟁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 사랑은 시작되고 그 사랑이 끊기면 이별이다. 나라에서는 평화를 외치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고통을 울부 짓는다. 어쩌면 끼엔을 프엉을 만나기 위해 살 가치를 알았는지도 모른다.

 

전쟁을 중심으로 작가는 전쟁 전과 후를 오가며 끼엔의 기억을 마구 파헤지기 시작한다. 그 기법은 더욱 끼엔의 고통을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아마도 끼엔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굴해 가는 과정을 그린 듯했다.

 

전쟁소설인지 실화인지 알 수 없는 이번 소설에서는 그 진정성과 잔혹감을 함께 맛 보았다. 순조로우면서도 기복이 없이 시간대로 흘러가는 조용한 패턴을 지녔음에도 베트남 전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꼭 꼬집어 얘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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