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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ㅣ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부모를 한국으로 보낸 조선족 아이들의 생활과 한중수교 이후의 조선족 사회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취재 식으로 나온 책이 [만주의 아이들] 이다.
한중수교 이전에는 중국의 일부가 조선족의 땅으로 자리 잡았었는데 이제는 남아있는 조선족이 그리 많지 않았다. 조선족들이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넘어오면서 이혼문제가 생기고 아이들을 그냥 그곳에 버려지는 셈이었다.
말로는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서 한국으로 넘어가지만 실상 넘어오면 생각이 바뀌기 마련이다. 많은 유혹이 있고 그 달콤한 유혹에 빠지면 이혼이 먼저 시작되고 비자가 연장되고 자식에 대한 생각이 없어지면서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비자 연장을 못하는 자들은 불법으로 체류되어서 간간히 살아가지만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서 그 전의 삶을 이어가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보내주기는 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닌것 같다. 단지 엄마의 사랑 아빠의 품이 그리운 아이들이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 할 뿐더러 부부가 함께 만주를 떠나게 되면 아이들은 학교 기숙사나 친척,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맡겨지게 된다. 생활비를 간간히 보낸다고 하지만 그 마저도 한국에서 또 다른 짝을 찾게 되면 힘들어지고 생활비마저 끈겨 버리게 된다. 생활이 빠듯한 친척들은 어쩔수 없이 아이들을 학교 기숙사에 보내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일까? 자신들의 욕망과 부귀를 채우기 위해서 아이들은 그냥 버려져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무섭기만 하다. 박영희 저자는 2010년을 전후로 중국에 취재를 다녀왔다. 중국 요녕성 심양, 길림성, 집안.통화.유화.매하구.용정.황청, 흑룡강성 하얼빈.해림.목단강에 분포되어 있는 조선족 학교와 집단 합숙소를 찾아서 그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 책을 써 내려간다. 아이들의 아픔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한참 사춘기 때에는 방황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있고 아빠의 손길과 엄마의 품안에서 자라야 할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의 친구들에게 의지하면서 지내지만 이젠 아빠,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며 사랑을 먹지 못했기에 사랑을 줄 수조차 없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선 맑고 희망찬 눈빛이 반짝 거리고 해맑은 미소가 아름답기만 하다. 박영희 저자는 글과 함께 사진을 실었는데 그 사진들을 보니 너무 이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어딘가 어둠이 서려 있다. 합숙소 사진도 아이들의 친척, 교사,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 등등 다양한 사진들을 내 놓았다. 한 구에서 취재를 마치면 박영희 저자는 취재 이후 자신의 생각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는 ‘취재이후’의 글을 남겼다.
조선족 부모들의 '한국 바람' 부작용은 가정파탄은 물론 자녀의 정서와 교육을 망가트리는 회오리바람이 되어 타격이 엄청나다. 첫째로 대화 상대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늘면서 학급당 조선어를 쓸 수 있는 학생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인데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제는 조선족의 수가 그리 많지가 않다. 예전에만 해도 2300~2800만명으로 추정되었지만 지금은 현저히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 가면 돈 많이 벌고 아파트도 살수 있다는 브로커들이 가장 문제인 듯 하다. 그들은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역을 (요녕성, 길림성, 흥룡강성) 방문하여 자꾸 바람을 넣는다. 또한 2007년 조선족의 최대 관심사가 한국방문 취업인데 그로 인해 흑룡강지역시험장인 흑룡강대학은 사방에서 모여든 조선족들로 엄청 북적댄다. 시험에 합격된다 해도 추첨에 선발되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와서 쳐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렇 듯 현재 조선족의 아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있으나 자신의 삶이 우선적으로 그들의 머릿속에 자리 매김 되어 있다. 앞으로의 아이들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그것은 분명 아이들의잘못이 아닌데 아이들이 그 상처를 받고 살아가야 한다는게 가슴이 ‘훅’ 하고 막혀왔다. 나는 이 책을 분명 한국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족의 부모들이 꼭 한번 읽어주었으면 한다. 자신들의 사랑의 씨앗이 어떻게 사고 있는지 지금 무엇이 필요로 하는 때인지 깊이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부모들의 심정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생각과는 다른 사고 방식이 있다. 그걸 잘 이해하고 더 이상은 아이들을 나몰라 하는 조선족이 발생하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