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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ㅣ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 단편집을 이렇게 실감나게 읽어 본적은 없다. 보통은 단편집이라 하면 조금은 싱거운 듯 한 밋밋함을 보여주었고 시간적 배경과 장소가 아주 비좁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단편집 치고는 책 두께가 상당히 두꺼웠다. 그런데 이 두께 마저도 속도감이 붙자 이야기는 슬슬 풀려가기 시작했다.
8편의 이야기 모두 전혀 다른 내용으로 그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단편집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 하나는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의 의도가 인생에 있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과 그 두 번째는 신문이나 방송이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내용의 결말은 언제나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끝 마무리를 굳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암시적인 대화와 설명으로 범인을 검거하거나 찾았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자신의 핏줄이 아닐 것 같은 예감과 함께 능력이 부족함으로 자식 셋을 죽인 아빠의 그의 본처, 사랑하지도 않은 여자의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남자친구, 자신의 약점이 잡히면서까지 몸과 돈과 마음을 팔다가 결국에는 살인자로 남아버린 가엽은 여인,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어느 과장이 자신의 앞길에 뱅해가 되 어서 실수로 위장한 재해로 만드는 정치인, 자신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를 3년 후에 알고 나서 다시 살인을 저지른 남편의 직장동료들.
특이한 점은 이 모든 사건들은 보통 담당 형사나 경찰이 조사를 하고 사인을 밝혀야 하고 살인자를 잡아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잠복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조사하고, 신문사에서 조사하고, 함께 있었던 제 3의 사람이 찾아주기도 한다. 추리소설은 지극히 사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면이 두드러져 있다. 한번쯤은 있을법한 현실적인 내용으로 호러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책에 몰두할 수 있었고 영화로도 손색없을 만큼 내용은 알찼다. 역시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가의 단편이라서 그런지 내용에는 반전이라든가 어떠한 트릭이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이 고도되고 그 뒷 이야기가 짐작이 가면서도 궁금해지는 의도적인 내용이 참 맘에 들었다. 마치 독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만큼 큰 평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