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부터 프랑스의 공기가 내 안에 스며드는 듯 했다.

프랑스 작가 마리보의 소설을 연상케 했던 첫 느낌은 마지막까지도 나에게 어려움을 선사했다. 쉽게 이해하려고 해도 서두가 너무 길어버린 탓에 다시 한번 같은 문장을 여러번 읽어 내려가는 부분이 많았다. 글의 흐름이 잡히지 않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버리는 삽입법 때문일 것이다. 시간적 배경과 장소가 이야기의 전체적인 부분을 지배해 버린 듯한 느낌을 준다.

 

한 여인이 사랑한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과연 욕망이 확실하다. 소설 속 욕망 안에서는 성욕, 호기심, 투쟁, 도피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바탕에 깔려진 전체적인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의 한 틀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는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설이겠으나 페미나 상 수상작으로 뽑이면서 다른 시점으로 보여지고 있다.

 

노라는 두 남자와의 사랑 안에서 서로 다른 감정과 사랑을 갈구한다. 노라가 두 남자들에게 보여준 것은 사랑이 아닌 다른 무언가 있다. 하지만 두 남자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점을 보여준다. 노라는 두 남자 모두에게 기다림, 열정, 고통, 상실, 아픔, 방황을 주고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두 남자는 노라에게 단지 사랑에 목 말라가는 인간에 불과하다. 욕망은 인간이 쉽게 조절 할 수 있는 감정 상태는 분명 아니다. 그렇기에 두 남자들은 그토록 그녀를 기다리고 아파하고 실망하면서도 욕망 앞에서는 무너진다.

두 남자 사이를 오가면서 마치 자신이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하는 노라이겠지만 사실 그건 자유가 아닌 인간의 본능적 심리상태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사실 재미는 그다지 없다.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떠나서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 복잡함 때문에 본 내용을 이해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프랑스 소설이 거의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화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 뿐 아니라 다른 프랑스 소설도 분석하는 시간이 남달리 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건 미치도록 사랑에 빠진 노라의 열정이다. 금방 식어버리면서도 다시 그 열정은 뜨겁다. 두 남자가 느끼는 열정과는 사뭇 다르다. 루이가 느끼는 사랑, 머피가 느끼는 사랑, 노라가 느끼는 사랑은 표현 방식도 느낌도 색깔도 다르다. 무엇에 방해받지도 않은 그 사랑이 아름답지만 슬프다. 그 사랑을 선택한 노라도 슬픈 여인이다.

 

읽는 속도가 빠를 수가 없다. 생각하면서 읽어야만 하는 프랑스 소설만의 특유함이 있기 때문이다. 웃어넘기기 보다는 소설에서 보여준 섬세함에 나의 뇌를 황동 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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