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10대를 위한 디지털 트렌드 영단어 교양 - 영어 단어,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서지예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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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어 단어,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와우! 이 책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AI시대 디지털 트렌드를 관통하는 영단어 교양이라니!

이 책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영어 단어에 얽힌 지식이 어떻게 시대와 미래를 읽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영어 단어에 얽힌 기술, 사회, 문화적 맥락과 배경지식을 통해 영어 문해력을 향상시키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사회 변화와 더불어 새롭게 탄생한 영어 단어로 미래를 예측하며, 새롭게 등장한 직업 인터뷰를 통해 10대들의 진로 탐색을 도와줄 신박한 책이다.

14년차 현직 영어 교사인 서지예 저자는 평소 학생들을 교실에서 가르치며 아쉬웠던 수업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기획하였다고 한다. 학교 교실에서 함께 읽고, 토론하며, 탐구 주제로 발전시키기에 매우 유용한 교육적 도구가 될 수 있으며, 각 가정에서도 부교재로 활용하기 좋은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Selfie, Hashtag, Bluetooth, Spam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들의 뿌리를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 Hashtag : 소셜 미디어의 필수 요소
오늘날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SNS 콘텐츠의 필수 요소인 해시태그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익숙한 디지털 언어이다. 요즘은 댓글보다도 해시태그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나 유행을 빠르게 찾기도 한다.

'#'기호는 정보검색의 도구이자 온라인 의사 소통의 핵심 장치로 구글 소속 개발자에 의해 탄생했다. 해시는 프랑스어 'hacher'에서 유래된 단어로, '잘게 자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해시태그는 #MeToo운동처럼 사회운동의 도구로 연대와 공감을 얻기도 했고, 상업적 광고에 사용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2부는 NFT, Cloud gaming, Digital detox 등 AI와 메타버스 같은 첨단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영어를 탄생시키는지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언어의 변화를 배워본다.

+ Metaverse : 가상 세계에서 놀아요
메타버스는 그리스어 'meta'와 영어 'universe' 의 합성어이다. 메타는 '넘어서 / 초월하여' 라는 의미이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릉 뛰어넘어 확장된 또 다른 세계, 새로운 세상을 뜻한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 두 세계가 합쳐진 공간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는 예술가와 팬들이 가상공간에서 함께 교류하고 소통한다.

또 교육,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구글 익스피디션, 엔게이지 플랫폼, 이프렌드,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등 수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가상 세계에 상점을 열고 상품을 소개하기도 한다.


✔️3부는 Vibe, GOAT, Sigma 등 소셜 미디어 속 신조어들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는 언어의 힘을 살펴본다.

+ GOAT : 역대 최고!
요즘 청소년과 젊은 세대에서 자주 사용하는 G.O.A.T는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로 신조어이다. 영화, 게임, 패션, 음식, 스포츠, 음악, 대중문화에서 매우 널리 쓰이며, G.O.A.T와 goat 발음이 같다는 점을 활용해, 염소 이모지와 밈 문화가 결합하여 시각적, 문화적 확산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다.


📍 특징 : 스페셜한 구성
책은 영어 단어에 얽힌 다양한 <Word story>와 앞에서 읽은 내용을 <한문단 영어>로 정리하여 해석해 보고, 생각의 깊이를 더해주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써보는 <생각 정리>, 유사한 영어 단어들을 확장해서 공부해 볼 수 있는 <Word Web>, 직업 탐색을 해볼 수 있는 <Career Snapshot>, 영어 단어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나 문화를 다룬 <지식 한입>, 배운 단어들을 복습할 수 있는 크로스 퍼즐인 <Word Quest> 코너 등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영어, 수학, 과학, 사회만 다루는 시대는 지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영단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다는 점이었다.

매일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AI시대, 그 어느 때보다도 디지털 문해력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이 책은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영어 단어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영어 어휘력도 기르고 다양한 사회적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새롭게 생겨난 다양한 직업군 인터뷰를 통해 그 직업에서 하는 일은 물론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 더 특별했다.

흥미로운 영단어 이야기를 알고 싶은 아이, 영문 독해를 위해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 진로에 막막함을 느끼는 아이 등 이 책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세상을 읽는 눈을 기르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힘을 얻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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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박은진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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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차분한 초록 민트빛 바탕에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 주위를 둥글게 자리잡은 다양한 나뭇잎들, 열매, 새, 나비, 벌이 그려진 책의 띠지는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띠지 뒷면은 한 장의 포스터처럼 책 속 나무들이 일러스트로 그려져있어 펼쳐보면 기분좋은 그림엽서를 선물 받은 것처럼 근사하고, 180도로 펼쳐지는 사철 제본이라 책을 읽을 때 접히는 부분이 없어서 참 좋았다.

책을 펼치면 60여종의 나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풍파를 견디며, 마침내 생명을 활짝 피워내는 법을 깨우친 나무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고 편안한 마음에 절로 힐링되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인내라는 미덕 - 주목》
서두르지 말 것. 차분히 계획할 것.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것. 이런 삶의 자세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주목은 오랜 삶의 지혜를 품은 할머니 같은 나무다. 예로부터 주술적 상징을 지닌 신비로운 나무로 여겨졌고,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며 길게는 2000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무의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렵다. 자기 나이를 감추려는 듯 세월이 흐를수록 속이 텅 비는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장수 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면서 뿌리를 넓게 뻗어 내리는 데 있다. 혹시라도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목처럼 느긋하게 가되 조금은 신비로워도 괜찮지 않을까.

《햇살에 온몸 맡기기 - 산솔송나무》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한다. 별명답게 우리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가 높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긍정적인 감정을 깊이 느낀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밖에 나가 햇볕을 받을 때 뇌에서는 더 많은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러니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나무에게도 생명의 원천은 햇볕이다. 특히 산솔송나무 같은 침엽수는 햇볕을 듬뿍 받아야 무성하게 잘 자란다. 햇살 좋은 날, 집 밖으로 나서기가 귀찮아진다면 산솔송나무를 한번 떠올려보라. 이 나무에 발이 있다면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곳이 보일 때마다 그곳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모든 나이가 아름답다 - 미루나무》
우리는 나이 듦의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느라 성숙과 경험이 건네는 소소한 기쁨들을 자주 놓친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나무들은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사실 나무는 빨리 나이 들기 위해 애쓰고, 마침내 삶이 무르익는 시기가 되면 그 시간늘 온전히 즐긴다.
미루나무는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나무로 손꼽힌다. 어린 나무들은 야망이 크고 경쟁심이 강한 한 해에 무려 2미터 가까이 쭉쭉 치솟는다. 나이가 들수록 성장 속도는 점점 느려지지만 그렇다고 자라기릉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년의 보디빌더가 근육량을 늘리듯 나무도 몸집을 탄탄히 키워가고 있을 뿐이다. 굵어진 줄기와 가지 덕분에 나무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늠 최적의 몸이 되어간다.

《일상을 깨고 나아갈 용기 - 개버즘단풍나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기가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문을 열어준다. 이 세상에는 6만 종이나 되는 나무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놀랍지 않는가.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생겨남 이유는 나무들이 수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저마다 놓인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끊임없이 적응했기 때문이다.
총명한 개버즘나무는 씨앗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작은 헬리곱터처럼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커다란 씨앗은 바람을 타고 부모 나무의 그늘을 떠나 멀리 날아간다. 새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열매를 맺지 않고도 새로운 터점을 찾아 나아가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뻗어나가라면 누군가는 첫 번째로 도전할 용기를 내야 한다.


///
이 책은 4억 년 동안 깊은 지혜를 쌓아온 다양한 나무들의 생태적 특성을 인생의 지혜에 대입하면서 일상에 지치고 순간순간 흔들리며, 속도와 경쟁, 획일적인 삶을 강요받는 현대인의 삶에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신혜우 식물학자의 추천글처럼 지구에 수없이 많은 종류의 나무들 가운데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 나와 비슷하게 닮은 듯한 나무, 또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같은 나무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초록빛 푸른 여름의 숲이 지나고 서서히 물드는 가을빛 숲을 맞이하게 될 지금, 당장 숲속으로 떠나지 못한다면 이 책이 독자에게 나무가 내뿜는 신선한 산소를 전해줄 것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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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위로 앉은 위로 모해시선 1
윤미경 지음 / 모해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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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
입니다.>


오랜만에 읽게된 시집 <의자 위로 앉은 위로>는 그림책, 동화책, 동시집, 청소년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폭넓게 작품활동을 하는 '윤미경'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의 이력에서 느껴지듯이 동시나 동화처럼 시들이 너무나 말랑말랑하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것들에게도 영혼을 불어넣은 듯 생생하게 와닿았다.

감각적인 언어와 정제된 감성이 한몸의 조화를 이룬 것처럼 시가 사물과의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

어제는 아직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게으른 오늘은 바닥에 널부러진 중이고
내일은 떠날 예정이라 짐을 싸야 하지만
오늘이 협조해주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어제가 발이 네 개인 채로 돌아왔다
오늘은 여전히 부지런해질 생각이 없고
내일의 가방은 아직 지퍼조차 열리지 않았다

어제는 간헐적 건망을 작심한다
오늘은 어제를 핑계 삼아 좀 더 게을러지기도 하고
내일의 예정을 작파하는 것으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마침내 평화롭다
(p24. 숙취)

'숙취' 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어떻게 이런 단어들로 풀어낼 수 있는지 정말 놀랍다. 숙취를 한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시를 읽는 즉시 그 감정과 상황이 와닿아 피식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

한낮, 고양이 옆에서 잠을 나누면
骨骨骨 骨骨骨
뼈마디 사이를 나긋나긋 공명하는 소리
행복이 낮잠자며 잠꼬대하는 소리
骨骨骨 骨骨骨
고양이가 코끝으로 차 끓이는 소리
모든 근심조차 향그러워지는 소리
骨骨骨 骨骨骨
발끝으로 꾹꾹꾹 엄마를 부르면
온몸으로 나 여기또, 대답하게 되는

천사들이 연주하는
위로의 멜로디
骨骨骨 骨骨骨
고양이 오르골
(p76. 고양이 오르골)

낮잠자는 고양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유쾌하게 펼쳐낸 시인데, 너무 앙증맞고 기분좋은 골골골송이 흐르는 상황을 오르골에 비유한 것조차 너무 귀여워서 하루종일 우울하던 기분도 날려버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

나는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어

재잘재잘 수다스러운 이야기가
다 자라지 않고 남아서
아직 그네를 타고 있거든
빗자루에서 떨어지지 않는 법을
민들레 더듬이로 속삭이는 법을
바람개비의 돌림노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오십몇 살의 나는
고맙게도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입학통지서가 날아오지 않았어

나는 영영 철이 들지 않을 속셈이어서
학교는 가지 않을 거야
대신
볕 좋은 날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야
고양이 앞을 느릿느릿 지나는 간 큰
생쥐의 이야기도 담는 중이야
그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들을
두근두근 기다리는 중이야
(p93. 미취학 어른이)

양볼이 빨개진 수줍은 미소의 어느 중년 여인이 떠오른다. 여전히 미성숙한 어린애처럼 수다 삼매경에 빠진 어린 어른을 그린 작가의 표현력은 기분좋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

<의자 위로 앉은 위로>는 우리의 삶을 찬찬히 바라본 보고서이자, 여전히 야생인 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게 건네는 무심한 듯 다정한 손길같다.

툭툭 부딪히고, 묵묵히 스며들다 끝내 체온을 나누는 윤미경 작가의 시편들은, 우리 각자의 그림자에게 '너를 사랑해' 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아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날 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옆에 두고 조용히 이 시집을 펼쳐 보자. 천천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슬며시 다가온 토닥임의 위로를 건네받는 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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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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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전히 서점에 다니신다니, 참 다행입니다."​

책 표지에 쓰여진 이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온라인 서점의 편리성이 이미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서점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가끔씩 방문하는 서점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게된다. 비록 현실적으로 서점에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아직 서점을 찾는다는 것은 그저 반갑고 기쁜일 아닐수 없다.

이 책은 책과 사람을 너무나 사랑한 저자가 서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마주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이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다양한 모습과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서점의 속사정, 그리고 저자가 애지중지하고 귀여워하는 책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시집만 읽고 가시는 할아버지 손님, 한자가 가득한 책 제목이 적힌 쪽지를 들고 오시는 어르신, 책을 꽂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 눈을 맞추며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이 손님, 한 달에 한 번씩 손자가 읽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잔뜩 사 가시는 할머니 손님, 아내의 심부름으로 뭔지도 모르고 책 찾으러 오는 아빠 손님, 시험이 끝날 때만 만화책 한 권씩을 사러오는 고등학생 등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저자는 서점원의 역할을 책과 사람을 ‘잇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명을 귀하고 소중하게 이어간다. 비록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전달되리라 믿으며, 꾸준히 그 믿음을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그 따스함이 여기저기 널리 퍼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매일매일 책을 꽂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인다.


#서점을 읽다

저자가 서점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손님들은 잘 모르는 서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계절과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 비치해 손님이 자기에게 적합한 책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큐레이션 역할부터, 매일 입고되는 수많은 신간들을 바코드를 찍어 어느 서가에 배치할지 자리를 정한 후, 서가에 책을 꽂고 그 책이 팔리면 다시 채워 넣는 일, 또 손님들이 찾는 책을 찾거나, 어질러진 서가를 틈틈이 정리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음을 책을 읽으며 알게됐다.

결국 이처럼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하나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그 속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많은 이들의 고충이 담겨있다.

저자는 이 여정을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나에게 꼭 맞는 책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서점 밖 책방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이 갔던 부분인데, 저자가 사랑하는 책방과 책,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 관해 펼쳐낸 이야기는 사람 냄새나고 너무 공감이 가고 좋았다.

나도 종종 여행을 가거나 하면 그 지역의 작은 동네 책방을 들르곤 하는데, 저자의 동네 책방 탐방은 정말 지독하고도 정다운 책 사랑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책과 서점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작가의 작은 동동거림이, 동네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행복함에 들뜬 목소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눈에는 언제나 애틋함이 담뿍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서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만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또한, 우리에게는 여전히 서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여전히 우리 곁에 책이 존재하듯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고 느끼고 작은 생각을 펼쳐내는 행위를 하는 나 자신을 오늘은 참으로 잘하고 있다고 어깨를 한번 토닥여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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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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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00세 할머니 약국>은 '세계 최고령 현역 약사'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히루마 에이코' 할머니가 오늘도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조용한 응원과 위로가 담긴 행복 처방전같은 에세이다.

저자의 약국은 병을 고치는 곳이기 이전에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이다. 우리는 종종 따스하게 건네는 작은 인사에도 크게 감동받는 순간이 있지 않나. 아픈 몸 뿐 아니라 지친 마음을 달래는데도 큰 병원이나 위대한 의사보다는 다정하게 손등을 토닥여주는 단 한사람의 위로가 큰 힘이 될때가 있다. 그녀의 약국은 그런 곳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내게 주어진
일이 남아있다는 것.
살아 있는 한,
그곳에는 반드시 빛이 남아 있습니다."

저자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 끝끝내 살아남았다는 생각은 나름의 책임을 다하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저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살아 숨 쉬고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 남아 있는 빛을 찾을 수 있다며, 약국에 오는 손님들과 다시 하루를 살아갈 마음이 되어주는 빛을 찾아가고 싶다고 전한다.


"습관이 많아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몸이 가벼워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백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일하는 습관, 건강을 위한 습관, 몸을 단정히 하는 습관 등 어떤 일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오히려 몸도 마음도 바빠져서 기력도 근력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 습관들은 어느새 귀찮거나 싫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알아서 움직여 신기하게도 삶에 오히려 틈이 생겨 여유를 느낄 수 있으며 새로운 활력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는 최고의 약입니다.
행복해서 감사한게 아니라,
감사가 행복을 불러오지요."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담는 횟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이루어진 횟수이자, 행복의 횟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고, 매일의 인생이 풍요롭다고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에 감사하면 곧 행복의 감정도 퐁퐁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어쩌면 모두 처방이 필요한 마음을 하나쯤 안고 살아간다. 이 책은 그 마음을 무리하게 고치는 대신 조용히 안아주는 방식으로 위로한다.

현생에 치여 현재를 잊은 우리에게 하루 세번, 꼬박꼬박 챙기고 싶은 삶의 에너지가 가득 담긴 인생 100년 차 할머니의 행복 처방전은 결국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알려준다.

일상에 치여 메마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누구에게라도 작은 오아시스가 되어줄 <100세 할머니 약국>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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