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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전히 서점에 다니신다니, 참 다행입니다."
책 표지에 쓰여진 이 글귀가 참 마음에 든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온라인 서점의 편리성이 이미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서점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가끔씩 방문하는 서점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걸 보게된다. 비록 현실적으로 서점에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아직 서점을 찾는다는 것은 그저 반갑고 기쁜일 아닐수 없다.
이 책은 책과 사람을 너무나 사랑한 저자가 서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마주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을 담은 에세이이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다양한 모습과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서점의 속사정, 그리고 저자가 애지중지하고 귀여워하는 책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시집만 읽고 가시는 할아버지 손님, 한자가 가득한 책 제목이 적힌 쪽지를 들고 오시는 어르신, 책을 꽂고 있으면 먼저 다가와 눈을 맞추며 졸졸 따라다니는 어린이 손님, 한 달에 한 번씩 손자가 읽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잔뜩 사 가시는 할머니 손님, 아내의 심부름으로 뭔지도 모르고 책 찾으러 오는 아빠 손님, 시험이 끝날 때만 만화책 한 권씩을 사러오는 고등학생 등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저자는 서점원의 역할을 책과 사람을 ‘잇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명을 귀하고 소중하게 이어간다. 비록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전달되리라 믿으며, 꾸준히 그 믿음을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 그 따스함이 여기저기 널리 퍼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매일매일 책을 꽂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인다.
#서점을 읽다
저자가 서점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손님들은 잘 모르는 서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계절과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 비치해 손님이 자기에게 적합한 책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큐레이션 역할부터, 매일 입고되는 수많은 신간들을 바코드를 찍어 어느 서가에 배치할지 자리를 정한 후, 서가에 책을 꽂고 그 책이 팔리면 다시 채워 넣는 일, 또 손님들이 찾는 책을 찾거나, 어질러진 서가를 틈틈이 정리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음을 책을 읽으며 알게됐다.
결국 이처럼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하나의 과정을 거칠 때마다 그 속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는 많은 이들의 고충이 담겨있다.
저자는 이 여정을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나에게 꼭 맞는 책을 발견하는 경이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서점 밖 책방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이 갔던 부분인데, 저자가 사랑하는 책방과 책,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 관해 펼쳐낸 이야기는 사람 냄새나고 너무 공감이 가고 좋았다.
나도 종종 여행을 가거나 하면 그 지역의 작은 동네 책방을 들르곤 하는데, 저자의 동네 책방 탐방은 정말 지독하고도 정다운 책 사랑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책과 서점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작가의 작은 동동거림이, 동네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으며 행복함에 들뜬 목소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눈에는 언제나 애틋함이 담뿍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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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서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만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또한, 우리에게는 여전히 서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여전히 우리 곁에 책이 존재하듯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고 느끼고 작은 생각을 펼쳐내는 행위를 하는 나 자신을 오늘은 참으로 잘하고 있다고 어깨를 한번 토닥여주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