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꾸준히, 천천히, 묵묵히 삶을 키우는 나무의 지혜
리즈 마빈 지음, 애니 데이비드슨 그림, 박은진 옮김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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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차분한 초록 민트빛 바탕에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 주위를 둥글게 자리잡은 다양한 나뭇잎들, 열매, 새, 나비, 벌이 그려진 책의 띠지는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어도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띠지 뒷면은 한 장의 포스터처럼 책 속 나무들이 일러스트로 그려져있어 펼쳐보면 기분좋은 그림엽서를 선물 받은 것처럼 근사하고, 180도로 펼쳐지는 사철 제본이라 책을 읽을 때 접히는 부분이 없어서 참 좋았다.

책을 펼치면 60여종의 나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풍파를 견디며, 마침내 생명을 활짝 피워내는 법을 깨우친 나무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고 편안한 마음에 절로 힐링되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인내라는 미덕 - 주목》
서두르지 말 것. 차분히 계획할 것.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것. 이런 삶의 자세는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준다. 주목은 오랜 삶의 지혜를 품은 할머니 같은 나무다. 예로부터 주술적 상징을 지닌 신비로운 나무로 여겨졌고,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며 길게는 2000년까지도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무의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렵다. 자기 나이를 감추려는 듯 세월이 흐를수록 속이 텅 비는 경우가 많아 나이테를 셀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나무의 장수 비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자라면서 뿌리를 넓게 뻗어 내리는 데 있다. 혹시라도 나무가 훼손될 경우를 대비해 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목처럼 느긋하게 가되 조금은 신비로워도 괜찮지 않을까.

《햇살에 온몸 맡기기 - 산솔송나무》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한다. 별명답게 우리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가 높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지고 긍정적인 감정을 깊이 느낀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밖에 나가 햇볕을 받을 때 뇌에서는 더 많은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러니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나무에게도 생명의 원천은 햇볕이다. 특히 산솔송나무 같은 침엽수는 햇볕을 듬뿍 받아야 무성하게 잘 자란다. 햇살 좋은 날, 집 밖으로 나서기가 귀찮아진다면 산솔송나무를 한번 떠올려보라. 이 나무에 발이 있다면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 내려앉은 곳이 보일 때마다 그곳으로 유유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것이다.

《모든 나이가 아름답다 - 미루나무》
우리는 나이 듦의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느라 성숙과 경험이 건네는 소소한 기쁨들을 자주 놓친다.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나무들은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사실 나무는 빨리 나이 들기 위해 애쓰고, 마침내 삶이 무르익는 시기가 되면 그 시간늘 온전히 즐긴다.
미루나무는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나무로 손꼽힌다. 어린 나무들은 야망이 크고 경쟁심이 강한 한 해에 무려 2미터 가까이 쭉쭉 치솟는다. 나이가 들수록 성장 속도는 점점 느려지지만 그렇다고 자라기릉 포기한 것은 아니다. 중년의 보디빌더가 근육량을 늘리듯 나무도 몸집을 탄탄히 키워가고 있을 뿐이다. 굵어진 줄기와 가지 덕분에 나무는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늠 최적의 몸이 되어간다.

《일상을 깨고 나아갈 용기 - 개버즘단풍나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용기가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문을 열어준다. 이 세상에는 6만 종이나 되는 나무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놀랍지 않는가.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생겨남 이유는 나무들이 수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저마다 놓인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끊임없이 적응했기 때문이다.
총명한 개버즘나무는 씨앗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작은 헬리곱터처럼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커다란 씨앗은 바람을 타고 부모 나무의 그늘을 떠나 멀리 날아간다. 새나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열매를 맺지 않고도 새로운 터점을 찾아 나아가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뻗어나가라면 누군가는 첫 번째로 도전할 용기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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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억 년 동안 깊은 지혜를 쌓아온 다양한 나무들의 생태적 특성을 인생의 지혜에 대입하면서 일상에 지치고 순간순간 흔들리며, 속도와 경쟁, 획일적인 삶을 강요받는 현대인의 삶에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해준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신혜우 식물학자의 추천글처럼 지구에 수없이 많은 종류의 나무들 가운데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 나와 비슷하게 닮은 듯한 나무, 또 나를 위로해 주는 친구같은 나무를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았다.

초록빛 푸른 여름의 숲이 지나고 서서히 물드는 가을빛 숲을 맞이하게 될 지금, 당장 숲속으로 떠나지 못한다면 이 책이 독자에게 나무가 내뿜는 신선한 산소를 전해줄 것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힐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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