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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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잊어가고 있는듯 하다. 줄어든 기억력 탓이든 바쁜 생활에 치여 떠올릴 시간이 없는 탓이든 말이다.

 

만약 당신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마법사에게 맡기면 돈으로 바꿔준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이 책은 추억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전당포가 있다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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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절벽 아래 긴 돌계단을 내려가 오른쪽으로 꺾어 자갈밭을 지나가면 빨간색 지붕에 크림색 돌벽을 한 'ㅊㅜㅇㅓㄱ 전당포'라는 간판을 단 작은 집이 있다. 어른들은 절대 찾아가지 않는 아이들만 출입이 가능한 전당포.

 

여긴엔 로즈핑크 빛 망토에 반다나로 반짝이는 은발을 묶고 소라빵처럼 동글동글한 머리칼을 한 마법사가 있다. 책 속의 마법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형을 따라 처음으로 추억 전당포에 방문한 초등 1학년 '하루토'는 온갖 기억을 마법사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이라며 추억과 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새로운 게임을 사고 싶었던 하루토는 그날 이후 줄곧 찾아와 엄마에 관한 추억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한다. 반항끼 가득한 하루토는 엄마와 있었던 좋고 나쁜 추억도 차별 없이 마법사에게 내어준다. 아직 어리니까. 추억보다는 당장 얻을 수 있는 물질적인 돈이 더 가지고 싶었으니까.

 

마을 아이들 모두에게 마법사에 대한 질문을 모아온 '리카'는 당차게 전당포를 방문해 마법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인터뷰를 허락해준 건지, 이 세상에 다른 마법사도 존재하는지, 마법사는 언제부터 존재해 왔는지, 어째서 아이들만 올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마법사는 모든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준다. 다소 아리송한 대답에도 리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 나간다.

 

어째서 추억을 돈으로 바꿔주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마법사는 파는 것이 아니라 맡아주는 것이라고. 다시 추억을 찾으러 올 때까지 소중히 간직하다 책장에서 흘러내리면 불가사리로 바꿔 바다에 잠재운다고. 말한다. 리카는 무언가 이해할 수 없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리카는 전당포를 나와 기사를 썼지만, 선생님은 믿어주지 않았다. 중학생이 쓴 꽤 잘 써진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다. 리카의 글을 믿어 주는 것은 오직 동급생인 '유키나리' 뿐이었다.

 

그 이후 리카는 자주 전당포에 방문한다. 추억을 맡기기보다 마법사와 이야기하기 위해 갔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었던 유키나리와 교제를 시작하고 고등학교에 진학 해 전당포에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새로운 친구인 '메이'를 사귀고 유키나리와 메이 문제로 싸우고 헤어지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어른이 점점 더 되어갔지만, 리카는 추억을 맡기지 않았다.

 

오히려 마법사를 걱정하고 대학에 들어가 어른이 되는 스무살까지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 다시 마법사를 방문한 리카는 마법사를 걱정하는 나머지 어른이 되어서도 전당포를, 마법사를 기억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리카는 끝까지 마법사와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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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는 저마다의 상처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추억의 소중함과 의미를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마법같은 이야기이다.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흡입력 있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비록 추억을 돈으로 바꾼다는 설정이 너무 물질적이라 씁쓸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을 되찾아주고, 아이들에게는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감동과 재미를 선물해준다.

 

청소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에게 나만의 추억을 더 귀하게 여기고 소중히 하는 마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힐링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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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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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교과서로 배운 역사적 순간을 영화에서 마주하면 영화를 훨씬 더 풍성하고 깊이있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영화를 통해 몰랐던 역사적 사실의 전후 사정을 먼저 알고난 후, 관련 책이나 기록들을 찾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에 읽어본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영화보다, 세계사>를 통해, 세계사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나 어른들을 위해 좋은 영화를 엄선해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며 역사적 해석을 해보고, 영화를 통해 실제 역사와 다른 점을 찾아보면서 학교에서 배운 역사적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송영심 선생님은 40여 년을 중학교 역사 교사로 재직중이신 분이고,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가르치고자 많은 노력을 하시고 계시며, '송영심의 역사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책은 고대 문명, 사회 문화, 전쟁과 개척, 종교, 인물의 다섯 분야로 나누어 각 주제에 맞는 영화가 4편씩 함께 소개되어 있다.

글래디에이터, 노예12년, 인터스텔라, 레 미제라블, 타이타닉, 1917, 셜로홈즈, 뷰티풀 마인드 등 제목만 들어도 너무나 유명한 영화들을 어떻게 역사적으로 풀어놓았는지 책속으로 고고고!


 

 

🔍 노예 12년 ... 아프리카에 살던 흑인이 왜 아메리카에 살게 되었을까?

'솔로몬 노섭'이라는 흑인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1840년대 목화 재배에 강제 동원된 아메리카 흑인 노예의 참상과 노예 폐지론,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난, 인종 시장의 탄생 등을 알려준다.

 

 

🔍 레 미제라블 ... 가난하고 불쌍한 자들이 외친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빅토르 위고'의 원작인 이 영화는 19세기 혁명의 시대에서 힘겹게 살던 프랑스 빈민층의 이야기를 1832년 6월에 일어난 민중 봉기와 엮어 낸 음악 영화이다. 무능한 정부 때문에 지독한 가난 속에 허덕이는 장발장과 같은 불쌍한 사람들의 불평등은 폭동으로 이어지고 1848년 2월 혁명 이후 공화정부가 들어서며 치열했던 혁명의 시대를 거쳐 자유와 평등의 시대를 맞이하는 파리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여준다.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 독일인 소년과 유대인 소년의 우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존 보인'의 원작인 이 영화는, 독일군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온 브루노와 유대인 수용소에 사는 슈무엘의 우정을 담고 있다.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 쇼아로 불리는 반인륜적 범죄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유대인 대량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 티벳에서의 7년 ... 한 이방인과 달라이 라마의 감동적인 우정

 

유명한 산학인 '하인리히 하러'의 자서전을 토대로 만든 이 영화는, 13살의 달라이 라마와 26살의 서양인 가정교사와의 우정을 쌓으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화의 배경인 1940년대 중국과 티베트의 분쟁을 시작으로 티베트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비폭력 독립 투쟁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있다.

🔍 뷰티풀 마인드 ... 정신 장애에 시달린 한 천재 수학자의 냉전 시대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시' 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촉망받았던 수학 천재인 그가 미 국방부의 부름으로 비밀리에 적대국인 소련을 상대로 암호를 해독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련으로부터 제거될 위험인물이라는 과대망상에 사로 잡히지만 끈질긴 노력으로 극복한 인간 승리를 그려낸 휴머니즘 영화이다. 냉전 시대, 암호 해독 프로젝트, 비협력 게임, 내시 균형 이론 등을 연결시켜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


이처럼 몇몇 영화만 살펴봐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주는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꼭 실화가 중심이 된 내용이 아니더라도 영화가 묘사한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알면 같은 장면도 새롭게 보인다. 등장인물들의 심경이나 행동, 관계가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허구와 실제 역사의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있는 작업을 거쳐 역사 지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영화보다, 세계사>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한편씩 도장깨기 하듯 찾아보고 싶어졌다. 예전보다 좀 더 깊이있고 흥미롭게, 때론 가슴 아픈 시대상을 떠올려 보면서 동서양과 인류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울러 세계사의 다채로운 장면들을 챙겨볼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역사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완전 강추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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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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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라틴어 수업>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꽉찬 삶의 지혜와 묵직하고 깊은 울림을 주었던 한동일 저자의 공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따스한 조언을 건네는 책을 만났다.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은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라는 화려한 이력과 명성을 이어온 저자가 긴 시간 많은 노력과 인내를 통해 얻은 공부 경험담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공부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다. 그래서 <라틴어 수업>보다 더 다정하고 편안한 에세이 같은 느낌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우리는 왜 공부가 힘든 것일까? 왜 그 힘든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이제는 '공부 방법'이나 '공부 기술'보다는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모든 공부의 시작, 선택의 시작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그 답을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입니다.

진정한 답은 타인이 주는 답이 아니라

내 안의 원의, 즉 내 안에 있는 진짜 갈망입니다.

공부는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죠.

 

 

 

 

저자는 자신을 '공부하는 노동자'라고 말한다. 공부에 대한 책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며, 공부를 마치고 난 뒤에는 필요한 곳에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를 대하는 저자의 책 속 문장 하나하나가 읽는 사람의 내면에 깊은 고민과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몸을 쓰는 노동의 고단함을 제대로 경험한 그때 처음으로 '그래도 공부가 쉽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하기 싫고 놀고만 싶을 때, 성적이 안 좋아서 우울할 때, 공부하다가 짧은 집중력에 실망할 때 그때의 고된 육체노동을 떠올리면 큰 약이 되었습니다. 공부하다가 좀이 쑤셔 몸이 들썩거리면 고랭지 배추가 시시포스의 신화 속 돌처럼 느껴졌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p94

어떤 분야의 공부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격려하며 앎의 기쁨을 느끼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따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인생의 귀중한 수업이며, 인간의 내적 성장을 돕는다.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또 주변 현실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게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겁니다.

p122-123

이 책에서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마음의 수련이라고 말한다. 공부는 우리의 삶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지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고 자신을 믿어줄 수 있으며 지식을 얻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될 것이다. 

공부는 100퍼센트 준비한 가운데 20퍼센트를 발휘해서 좋은 성적을 받거나 시험에 합격하는 거라고 대답합니다. (...) 그런데 우리는 60퍼센트 정도만 공부하고는 100퍼센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공부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생각의 오류입니다.

p133

공부는 그냥 수단이다. 그리고 버티는 것이다. 하루 하루 매듭을 지어나가 듯 버티며 그냥 하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공부에 전념할 수 없는 이유는 끝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모두 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아무 생각 하지 않으며 오늘 내가 해야 하는 임무를 그냥 하는 것, 그것이 공부이자 인생이다. 

제게 누군가 '공부가 뭐냐?'고 묻는다면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버티고, 삶도 버텨가나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매일 '하루' 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에게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매듭도 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모여 삶이라는 단단하고 굵은 동아줄이 되는 거죠.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앞서 지은 매듭을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고 버틸 방법을 배웁니다.

p278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삶을 버티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 매듭을 짓듯 하루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이 모여 나중에는 큰 성취와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들어준다. 그 매듭들이 모여 내 삶을 성장시켜 주는 또 하나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은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 공부를 못하는 사람, 공부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 공부를 평생 하고 싶은 사람에게 따스하고 다정하게 보듬어주는 위로와 응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공부에 지친 우리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꼭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마다 공부하느라 아프고 힘들어도

지금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때입니다.

인간은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을 때

가장 빛나는 얼굴을 갖습니다.

배우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공부하지 않을 때 인간은 늙어갑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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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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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통해 박애희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었다.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아픔과 그리움으로 담담하면서도 따스하고 맑은 언어로 담아내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세상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보드랍고 놀랍고 멋지고 반짝이는 어린이의 말들을 고이 모아 선물처럼 풀어주셨다.

 

우리집에도 저자처럼 열한 살 남자 어린이가 함께 살을부비며 살아간다. 52cm에 2.8kg 남짓했던 쪼꼬미가 어느새 엄마랑 발 사이즈가 같아지고 엄마 이마까지 치고 올라온 키를 보면 '언제 이만큼 자랐지?' 하며 새삼 놀라기도 한다.

 

30개월 무렵 말문이 터진 그때부터 귀에 피가 난다는 표현에 버금가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가끔은 혼을 쏙 빼놓는 엉뚱한 이야기로 주위를 온통 웃음 바다로 만드는 유머와 재치를 지닌 명랑함도 있다. 점점 미운 말이나 퉁명스런 행동으로 한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손끝까지 전해지지만, 여전히 아직은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이라 천천히 자라기를 엄마 혼자만 바라는 요즘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아이의 별처럼 빛나는 말들을 어록처럼 기록해뒀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게 밀려왔다. 이제 정말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리는 짧은 기억력에 왜 설렘 지수 무한대였던 아이의 어여쁜, 놀라운, 감동적인 말들을 녹음이라도 해두지 않았는지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미워졌다.

 

책 속의 J어린이는 귀여운 말실수부터 괴물 그림만 주구장창 그려대는 장꾸미가 남다른 매력으로 빛났다. 종종 우리집 어린이와 겹치는 모습에 괜히 혼자 큭큭거리게 하는 즐거운 순간들도 선사해줬다.

 

또 한편으론 아이들의 사소한 말 한 마디, 별 뜻 없이 보이는 행동 하나도 저자처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공감이 되어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와 더불어,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제 몫의 혼돈과 어려움까지도 짐작해보게 만들었다.

 

또한 이 책은 지나온 내 안의 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나도 한때 아이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와 마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자기 안의 아이를 일깨우라고 말한다. 스스로 그 시절 아이로 돌아가 순수한 영혼의 아이와 부담없이 마주하라고 권한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어른을 키우는 방법이므로 거부하지 말고 그 방법을 스스로에게 적용시켜 보라는 것이다. 멋진 일이다. 아이를 양육하며 행복해지는 건 우리에게도 아직 아이들과 소통할 예쁘고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깐.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각양각색의 동화와 영화를 엄마의 마음으로 해석한 저자의 말들도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워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나씩 다시 마주하길 기약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감탄과 반짝이는 순간들을 잊고 사는 재미없는 어른들이 다시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기쁨과 행복을 건져올릴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시켜 주어 너무 고마운 책이다.

 

반짝임이 사라지고 시들어가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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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진짜 공부 -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강원국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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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의 진짜 리더를 위한 진짜 공부

10대를 위한 30가지 공부 이야기

 

대한민국 최고의 글쓰기, 말하기 전문가인 강원국 저자의 첫 공부법 책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기대만큼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자 또한 살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이 공부라고 표현한다. 초.중.고.대학교를 지나 사회에서는 글 공부, 말 공부, 사람 공부 등 평생을 배우고 깨우치는 삶을 살아가는게 우리들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많은 세월을 공부란 걸 하며 보냈는데도, 진정한 공부를 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은 결국은 엄마가 되고 난 이후인 것 같다. 아이가 어릴때는 쉬엄쉬엄, 띄엄띄엄 하던 육아 공부를, 꾸준히 하게 된 계기는 역시나 아이가 초등 입학을 하면서부터 인것 같다.

그래봐야 이제 겨우 초등 4학년, 열한살 어린이를 양육하는 4년차 공부 초보자인 것이다. 아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시작된 교육서나 양육서 읽기에서 점차 '나'라는 존재가 원하고 진정 내가 배우고 알고픈 진짜 공부로 넘어와 요즘 새삼스레 공부의 재미를 느낀다.

4살짜리 어린이가 처음 말을 배우고 만물의 신비를 처음 접하는냥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공부의 기쁨이라는 것을 마흔 중반이 넘어서야 깨닫는 꼴이라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그 기쁨이 더 크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나를 키우는 진짜 공부'란 무엇일까?

 

첫째, 말하기, 쓰기 중심의 공부. 둘째, 혼자하는 공부, 경쟁하는 공부가 아닌 함께하는 공부, 협력하는 공부. 셋째, 소유를 늘리는 공부가 아니라 공유를 넓히는 공부. 넷째, 수동적인 공부가 아니라 주도적인 공부. 다섯째, 머리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가슴과 손발로 하는 공부. 여섯째, 학교 공부에 그치지 않고 평생하는 공부.결국, 행복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공부가 나 자신을 키우는 진짜 공부인 셈이다.

책은 4주에 걸쳐 30가지 공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일 하나씩 글을 곱씹다 보면 한달 후, 진짜 공부를 하는 자신과 마주하지 않을까 싶다.

Week 1. 공부할 마음 다지기

'나'를 공부하게 만드는 동기를 떠올려 보고,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탐색하라 전한다. '한눈 팔기'로 관찰력도 키우고, 그렇게 발견한 새로운 시야를 통해 자기 존중감, 자아 효능감, 애호감이라는 단단한 마음 근육을 키우는게 공부의 시작인 것이다.

'은근함과 끈기야 말로 학창 시절 키워야 할 중요한 자질중 하나이다.' 라고 말하며 공부는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며 지구력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할까요? 나는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 행복은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것이라고요. (...) 공부는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습니다. 공부하면 기쁨과 희열을 느끼고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게 됩니다.

p.24-25

공부는 마음으로 합니다. 우선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공부는 하고 싶어야 합니다. (...)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공부의 시작이지요.

p.45

Week 2. 공부 근육 만들기

루틴-공부-보상이라는 공부 루틴을 형성하여 자연스럽게 공부에 몰입하도록 하라고 강조한다. 진짜 공부는 남을 이기기 위함이 아닌 나를 키우기 위함이며,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비판적 사고력, 공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쟁이라는 이름의 폭주 기관차는 과감히 내려 놓으라 전한다.

타고난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더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p.95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 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돕기 위해 하는 공부는 재밌습니다.

p.110

Week 3. 공부 역량 키우기

3주차에서는 저자가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말하기와 쓰기, 기억력과 질문력, 사고력과 어휘력 등 어떠한 배움에서든 반드시 필요한 공부 역량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를 선별하고 요약하는 5단계 요약법법이라든가 'PQ5R'의 7단계 암기법과 질문-의문-반문-반론 순의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관점과 시각을 완성하는 질문법도 알려준다. 다양한 생각 도구들(말하기, 메모, 상상, 질문, 모방, 경험 등)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고, 문해력을 좌우하는 어휘력을 키우는 법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몇가지 독서법으로 실용성을 더한다.

말을 통해 보다 많이 알게 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른은 더 어른스러워지고, 선생님은 더 선생님다워집니다.

p.141

질문은 용기도 필요합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관계가 어색해지는 걸 감수하며 반문하는 용기 말입니다. 관심, 애정, 열정, 용기의 결과물이 질문입니다.

p.167

Week 4. 공부의 범위 확장하기

진짜 공부란 평생에 걸쳐 일어나기에 성장이 학문 영역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그리하여 공부의 범위가 학문에서 삶으로 확장된다. '인간의 성장과 발전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우리 사회가 똑똑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채워지기 기원하는 저자의 바람도 담겨 있다. 진정 된사람으로 향하는 첫걸음은 개인의 운명마저 좌우할 수 있는 말투와 말버릇, 인사성을 스스로 성찰해 보는 것이다. 자기 말과 글로 구성원과 소통하는 리더들의 생각 틀과 정리 틀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 갑니다. (...) 하지만 정작 관계가 중요한 것은 생존과 행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p.197

리더는 말하고 쓰는 사람입니다. 말과 글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 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하고 쓰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알아야 하고, 알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한 만큼 잘 말하고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부는 리더의 숙명입니다.

p.234

 

<강원국의 진짜 공부>를 읽고 나니 이 책은 진짜 공부법을 알기 위한 학생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법을 알려주고픈 학부모,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인 교사 그리고 좀 더 훌륭하고 나은 인격체가 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책은 학교 공부, 마음 공부, 인격 공부를 위한 '좀 더 친절하고 확실하며 다정한' 도우미같은 책이라고 해야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뭐든 해봐야 한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모르는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새로운 변화와 모험, 발전과 성장, 지적 쾌감까지 챙길 수 있는 진짜 공부를 이 책을 통해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응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으며 마무리 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부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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