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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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통해 박애희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났었다.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아픔과 그리움으로 담담하면서도 따스하고 맑은 언어로 담아내 깊은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세상 무엇보다 사랑스럽고 보드랍고 놀랍고 멋지고 반짝이는 어린이의 말들을 고이 모아 선물처럼 풀어주셨다.

 

우리집에도 저자처럼 열한 살 남자 어린이가 함께 살을부비며 살아간다. 52cm에 2.8kg 남짓했던 쪼꼬미가 어느새 엄마랑 발 사이즈가 같아지고 엄마 이마까지 치고 올라온 키를 보면 '언제 이만큼 자랐지?' 하며 새삼 놀라기도 한다.

 

30개월 무렵 말문이 터진 그때부터 귀에 피가 난다는 표현에 버금가는 수다쟁이가 되었다. 가끔은 혼을 쏙 빼놓는 엉뚱한 이야기로 주위를 온통 웃음 바다로 만드는 유머와 재치를 지닌 명랑함도 있다. 점점 미운 말이나 퉁명스런 행동으로 한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이 손끝까지 전해지지만, 여전히 아직은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이라 천천히 자라기를 엄마 혼자만 바라는 요즘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간 아이의 별처럼 빛나는 말들을 어록처럼 기록해뒀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제일 크게 밀려왔다. 이제 정말 돌아서면 깜빡 잊어버리는 짧은 기억력에 왜 설렘 지수 무한대였던 아이의 어여쁜, 놀라운, 감동적인 말들을 녹음이라도 해두지 않았는지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미워졌다.

 

책 속의 J어린이는 귀여운 말실수부터 괴물 그림만 주구장창 그려대는 장꾸미가 남다른 매력으로 빛났다. 종종 우리집 어린이와 겹치는 모습에 괜히 혼자 큭큭거리게 하는 즐거운 순간들도 선사해줬다.

 

또 한편으론 아이들의 사소한 말 한 마디, 별 뜻 없이 보이는 행동 하나도 저자처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공감이 되어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의 밝고 순수한 에너지와 더불어,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제 몫의 혼돈과 어려움까지도 짐작해보게 만들었다.

 

또한 이 책은 지나온 내 안의 아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나도 한때 아이였음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와 마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자기 안의 아이를 일깨우라고 말한다. 스스로 그 시절 아이로 돌아가 순수한 영혼의 아이와 부담없이 마주하라고 권한다.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어른을 키우는 방법이므로 거부하지 말고 그 방법을 스스로에게 적용시켜 보라는 것이다. 멋진 일이다. 아이를 양육하며 행복해지는 건 우리에게도 아직 아이들과 소통할 예쁘고 순수함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깐.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각양각색의 동화와 영화를 엄마의 마음으로 해석한 저자의 말들도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워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나씩 다시 마주하길 기약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린 시절의 감탄과 반짝이는 순간들을 잊고 사는 재미없는 어른들이 다시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기쁨과 행복을 건져올릴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시켜 주어 너무 고마운 책이다.

 

반짝임이 사라지고 시들어가는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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