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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베리북 / 2023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01/pimg_7203341623960841.jpg)
에블린 휴고의 일곱 남편 (원제 :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
● 영화계의 전설적 요부 에블린 휴고, 세상을 떠나다!!
50년대엔 스타일 아이콘으로, 60년대와 70년대엔 섹시한 요부로, 80년대엔 오스카상 수상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휴고는 육감적인 몸매와 대답한 역할, 그리고 떠들썩한 연애사로 명성을 떨쳤다. 일곱 번 결혼했고, 어느 남편보다 더 오래 살았다.
최근에 이 작가 작품이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두 권 출간되었다.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에 관심이 더 많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이 책은 대출했고 <데이지...>는 밀리의 서재에 전자책으로 올라와 있어서. 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감정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긴 했지만 다 읽고 난 후 어쨌든 '재밌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더 재밌을 것 같다. 영상으로 만들기 더없이 좋은 스토리다.
먼저 이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얘기해 보자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많이 말할 수 없다)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무명의 기자 모니크는 커리어도 가정도 순탄하지 않아 고민이 많은데 어느 날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여배우 에블린 휴고가 모니크를 지목해 인터뷰를 자청한다. 잡지 인터뷰는 핑계고 에블린 휴고는 아무에게도 노출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모니크한테 빠짐없이 다 이야기하기로 하고 모니크는 그걸 쓰되 그 자서전을 모니크의 이름으로 출간하는 기회까지 준단다. 도대체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모니크는 일단 다시없을 그 기회를 잡기로 한다.
모니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에블린 휴고는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할리우드에 입성하게 되었는지, 그녀의 일생에 걸친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히 그녀의 일곱 남편들과의 스토리도 말이다. 섹슈얼한 이미지의 할리우드 여배우의 일생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시끄럽다. 초반의 흥미로움에 더해 진행도 빠르고 재밌지만 중반쯤 가니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너무 노골적이어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50년대 전후 배경으로 바닥에 있던 여성인권이나 성 정체성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 여성의 자기결정권 같은 것들을 그냥 모조리 '다 넣자'라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니 오히려 그래서 컨셉이 확실해서 좋다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여전히 미쳐있는>이라는 책에서 딱 동시대의 여성운동에 대해 읽고 있어서 더 뚜렷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중간에 다소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에블린 휴고의 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이야기 자체는 재밌어서 페이지터너인 건 확실하다. 그녀가 왜 무명의 모니크를 지목했는지 알고 싶다면 꼭 끝까지 읽자.
화려함, 열정, 야망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녀에게 진정한 사랑은 과연 누구였고? 스포가 되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나는 해리를 좋아했는데 해리 때문에 너무 슬펐다. 에블린 휴고에 대한 내 마음이 완전한 연민도, 완전한 미움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녀가 현실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삶이 어땠는지 와는 별개로 누군가의 치열한 일생을 들여다보는 일은 항상 먹먹함을 동반한다. 마지막에 원고를 완성한 모니크가 하는 말이 참 공감된다.
¶ 에블린은 매우 복잡한 여성이었다. (...) 어떤 날은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또 어떤 날은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에블린은 이런 상반된 평가에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순수한 숭배에도, 추잡한 스캔들에도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진실에만 관심을 뒀다. Ι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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