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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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서재 별점 4.7 😲 독자들의 출간 요청으로 완성된 연여름의 <빛의 조각들>

소장하지 않을 수 없는 이옥토와의 콜라보 표지가 정말 아름다운 책

전혀 하드하지 않은 서정적인 SF 소설이라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 인핸서와 오가닉
연여름이 그리는 미래에는 신체를 기계로 강화한 '인핸서'와

타고난 신체를 유지하는 '오가닉'이라는 두 부류의 인간이 공존한다.

조종사였던 '뤽셀레'는 흑백증을 앓고 있는데, 그로 인한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는 눈을 강화시켜 인핸서가 되고자 비용을 벌기 위해 한 천재 화가의 저택에 입주청소부로 들어간다. 까칠하고 예민한 천재 화가인 '소카'는 심각한 폐 질환을 앓고 있어 산소호흡기를 달지 않고는 무균상태의 집에서 벗어날 수조차 없다. 감염이라도 되면 몇 달이고 사경을 헤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그는 폐를 강화시켜 인핸서가 되지 않을까? 그 이유는 규정상 순수한 신체를 가진 오가닉의 작품만이 예술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즉 인핸서가 된다는 것은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후회와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뤽셀레와 자신의 연약한 몸을 경멸하는 소카는 화실에서 일종의 '질문 주고받기' 게임을 하면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이후 저택의 다른 고용인들의 이야기, 또 제쳐두었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며, 결국 서로서로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인물들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치유물, 쌍방 구원 서사라고 할 수 있겠다. 진짜 원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나아가는 그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후반부에 소카가 뤽셀레에게 권유한, 물을 뺀 수영장 가운데 놓여있는 선베드에 누운 뤽셀레가 소카처럼 밤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을 완성한 소카가 뤽셀레에게 남긴 메모지에 적힌 메세지 또한 감동이다.🥺


『이 색깔을 모두 볼 수 있는 첫 관람객에게.』

참, 그동안 밀리의 서재에서 읽을 수 있었던 전자책 버전에는 없는 '작가의 말'과 '물거품씨에 대해서'를 이번에 출간된 단행본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고통은...... 꺼내지 못할 곳에 박힌 파편 같은 거예요. 그것도 아주 날카로운 파편 말입니다. 관찰이라고요? 그건...... 관찰하는 게 아니에요. 이용하는 건 더더욱 아닐뿐더러. - P182

나중같은 건 없을지도 몰라요. 물거품 씨. 우리에겐 늘 현재와 현재가 이어질 뿐이죠. 아니, 마지막과 마지막이라고 해야 하나. - P261

여행은 그 기간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여행일 뿐, 나중을 기약하는 것은 연약한 다짐 또는 이루지 못할 사치로 남겨질 때가 많았다. 삶과 비교했을 때 여행은 어떻게 해도 찰나에 불과했다. - P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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