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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평점 :

「우아한 연인」, 「모스크바의 신사」, 「링컨 하이웨이」로 익숙한 에이모 토울스의 신간인 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을 엮었다. 사실 「모스크바의 신사」에 대한 호평을 엄청 많이 봐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다. 한 페이지 읽고 이미 내 취향이다 느꼈다. 😳 (오바육바 아니고 진짜...) 딱 두 페이지까지 읽고는 전작들 다 장바구니에 넣은 사람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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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작가의 작품을 두고 우아하다, 품격 있다 하는지 알겠다. 나는 <줄 서기>, <티모시 투쳇의 발라드>, <할리우드의 이브>가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첫 번째 이야기인 <줄 서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페이지부터 정이 들었던 푸시킨이라는 인물 때문이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농부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온 그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에 감화된 아내로 인해 모스크바로 이사한다. 푸시킨은 도시의 생활에 금방 적응하는 아내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도시의 삶에서 도태되어 갔는데, 그런 그에게도 천직이 있었으니, 바로 '줄 서기' 다. 뭐 하나라도 배급받으려면 항상 줄을 서고 또 서야 했는데, 줄을 서며 푸시킨은 자신의 F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함께 줄을 서고 있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감하고, 친해졌다. 처음에는 도와주려고 대신 줄을 섰는데 입소문이 나서 푸시킨의 줄서기 대행은 나날이 성황이었다. 그 결과 답례로 받은 물건들 덕에 살림이 넉넉해졌다. (대신 줄 서서 고급 샴페인을 얻어다 주고 아파트를 답례로 받기도 했음😲) 아무짝에 도움 안 되는 남편인 줄 알았는데, 아내는 이게 이념에 맞는 일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은근 즐김! 근데 이 줄서기 대행으로 인해 그는 어떤 결말을 맞느냐면... 😥 마지막에도 결국 줄을 서긴 서는데... 크으... (읽어보시라!!! 꼭!!!) 푸시킨 진짜 너무 짠하고 사랑스럽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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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투쳇의 발라드>는 대문호의 사인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예술적으로 모방하는 작가 지망생 티모시가 나오는데 사인을 모방하는 과정, 그러니까 이 사기치는 과정이 너무 진지하고 천연덕스러워서 진짜 헛웃음이 터졌고 마지막 결말에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야기 속에 '폴 오스터'가 나와서 되게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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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이브>는 「우아한 연인」을 읽었다면 좀 더 반가울 것 같다. 거기에 나오는 이블린 로스라는 인물이 할리우드에 자리 잡으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인물들과의 관계성이 되게 느낌이 좋았다. 인물 하나하나가 납작하지 않아서 마치 장편소설 읽듯 몰입하며 읽었고, 수수께끼같이 그려지는 이블린 로스라는 캐릭터가 흥미로워서 「우아한 연인」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 한 명 추가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