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헤르츠 고래들
마치다 소노코 지음, 전화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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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보통 12~25 헤르츠의 소리를 낸다. 대왕고래는 그보다 더 넓은 10~39헤르츠의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어느 날 일반적인 고래 소리보다 훨씬 높은 52헤르츠의 고래 소리를 포착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이 고래 소리는 종종 포착되었지만 소리만 포착될 뿐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다. 이 고래의 소리를 다른 고래들은 들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라는 별칭을 가지게 된다. (검색을 하다 보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휴대폰 번호가 5252였단다)

이 책에는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한, 계속해서 소리를 내지만 세상에 가닿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52헤르츠의 고래들과 같은 존재들이 나온다. 주인공 키코는 할머니가 생전에 살았던 작은 바닷가 마을로 이사 온다. 어머니와 재혼한 의붓아버지 아래에서 학대를 받았던 키코는 다행히도 소중한 존재들을 만나 학대받았던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었지만 이후 일어났던 일들이 큰 상처가 되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바닷마을로 온 것. 여기서 키코는 한 소년을 만난다. 분명 학대받고 있을 것 같은 소년을 키코는 모른 채 할 수 없어 아이를 돌봐주게 된다. 이후 아이의 사연과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온 키코의 사연이 번갈아 진행된다.

키코에게 미하루나 안상이 있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소년 이토시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던 안상의 아픔과 마음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놓쳐버리고 말았던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년 이토시의 손을 꼭 잡은 키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죄책감이나 상처도 매만질 수 있었고 또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아픈 이야기지만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키코, 미하루, 안상, 이토시는 모두 52헤르츠의 고래들이다. 하나의 존재는 외로울지 몰라도 그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에 52헤르츠의 고래'들'이라는 제목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이 아이에게는 나와 같은 냄새가 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고독의 냄새. 이 냄새는 무척 집요하다. 아무리 곰꼼히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고독의 냄새는 피부나 살이 아닌 마음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 P57

주파수가 달라서 동료를 만날 수도 없대. 예를 들어 무리를 지은 동료들이 아주 가까이에 있어도,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도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는 거지. 사실은 동료가 많이 있는데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전하지 못한다. 얼마나 외로울까?
- P80

기대가 없어. 기대를 걸고 싶어도 순순히 걸지 못한다고나 할까? 기대를 걸었다가 계속 좌절만 맛본 얼굴이야.
- P147

안상 역시도 52헤르츠 소리를 내는 한 마리의 고래였다. 필사적으로 소리 내 노래했을 텐데 나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안상이 데리고 나온 세상에서 나는 크고 알기 쉬운 목소리를 좇아가 버린 것이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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