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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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한수도, 심지어 이삭도 아니었다. 선자가 꿈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시작, 소망이었다. 선자는 그렇게 여자가 됐다. 한수와 이삭과 노아가 없었다면 이 땅으로 이어지는 순례의 길도 시작되지 않았으리라.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p.362-363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노아는 계속 공부하여 와세다 대학에 진학했다. 모자수는 파친코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조선에서 태어나 자라고, 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나 경희 세대와는 달리 노아와 모자수는 그 어려운 시절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절대 인정받을 수 없는 존재임을 몸으로 느끼며 성장했다. 노아는 일본인처럼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일본인이 혐오하는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인과 다름없는 일본인. 모자수는 모자수대로 파친코에서 부를 그러모아 무시할 수 없는 조선인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대 충격의 222페이지였다. 너무 놀라서 그날은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았다. 노아는 도저히 자신의 뿌리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홀연히 떠나고 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걸까. 노아처럼 외골수적인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또 다르다. 자신의 뿌리가 조선임을 알고,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차별적 시선도 분명 여전히 남아있다는 걸 알지만 모자수나 노아만큼 일본에 대한 반감은 크지 않다. 그의 세상은 애초에 그런 일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로몬은 선한 일본인을 알고 있다. 고로상과 하루키, 그리고 에쓰코 같은 사람들. 2권은 이렇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의 정서로 자란 재일의 정서적 혼란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는 느낌도, 일본인이라는 느낌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의 정서. 많이 배우고 외국도 다녀오면 일본인처럼 살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솔로몬의 세대에서도 차별은 여전했다. 차별적 시선을 받도록 일조했던 파친코를 결국 솔로몬이 함께 하게 되는 결말도 결국은 그런 거 아닌가. 그는 피비와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가 조선의 핏줄이긴 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일본에 대한 피비의 날 선 적대감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었고 그런 자신의 혼돈을 완전히 이해받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다. 

재일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던 <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함께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채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부터 솔로몬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삶을 우리도 알아야 한다. 

* 창호, 하루키의 아내가 하루키의 비밀에 대해 알게 된 후, 그리고 노아의 아이들, 그리고 한수의 말년을 조금 더 알고 싶다.

* 개인적으로 하나같은 캐릭터 참 안 좋아함...

* 이제 드라마 봐야지.



* 도서지원

아침서가 @morning.bookstore

자는 경희가 창호한테 기다려달라고 하기를 바랐지만, 그랬다면 경희답지 않았을 것이다. 창호는 남편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사랑했고 어쩌면 그것이 경희를 사랑한 이유일 터였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 P53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한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모자수는 고정돼 보이지만 무작위성과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파친코를 왜 손님들이 계속 찾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P80

유미에게 조선인이라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나 수치스러운 가족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끔찍한 멍에일 뿐이었다. 왜 거기 가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 P84

우리가 어디로 가겠어? 고국으로 돌아간 조선인들도 다를 바 없어.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 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야.
- P209

삶에는 모욕당하고 상처받을 일들이 너무 많았고, 에쓰코는 자기 몫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치욕이 쌓여 있는 처지이면서도 솔로몬의 치욕을 가져다가 자신이 떠안고 싶었다.
- P238

일본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어떤 면에서는 솔로몬도 일본인이었다. 피비는 그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핏줄보다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솔로몬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피비를 집에 보내주어야 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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