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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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 나왔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말 '핫' 했던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읽었을 때 정말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출간되어 있는 다른 책들을 다 읽었는데(여기까지 쓰고 혹시 내가 안 읽은 책이 있나 싶어 서점사 검색해 보았다ㅋ) 피터 스완슨의 책 중 내가 제일 재밌었던 것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두 권이다. 근데 오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추가했다.

먼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은 중고서점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맬컴이다. 그것도 추미스 장르만 취급하는 중고서점인 거다. 맬컴이 가장 좋아하고 심취했던 추미스 소설.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감추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FBI 직원이 서점에 찾아온다. 저 위 맨 처음에 써 놓은 질문과 함께. 오래전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 맬컴은 홍보를 위해 서점 블로그에 글을 썼다. 유명한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가장 완벽한 살인이 나오는 여덟 권의 추미스 책을 소개하는 포스트였다. FBI의 말로는 일련의 사건들이 그 포스팅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거였고 맬컴은 동의하기 힘들었지만 알면 알수록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점점 더 사건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자, 어차피 스포 때문에 더 이상 쓸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들이 몇 가지 있었고 나는 그게 좋았다. 일단 배경이 추미스 장르를 취급하는 중고서점이라는 점이 내 취향을 건드린다. 그리고 맬컴이라는 인물은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공감되고 정이 간다. 그리고 읽다보면 고전 격의 추미스 소설을 추천받게 된다는 것과 데니스 루헤인, 제임스 미치너, 애거서 크리스티, 존 르카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등 아는 작가들이 언급되는 점도 재밌었다. 성격적으로 조금 단조롭고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재능이 없는, 의뭉스럽긴 해도 선한 사람으로 느껴져서 어쩐지 굉장히 직업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재밌었다. 그러나 역시 누구나 비밀은 있고, 우리는 누구도 타인을 완벽히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작가의 위트 있는 문장 때문에 피식피식 거리게 된다.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언급한 것처럼 재미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캐릭터인데 아무래도 작가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아래의 문장 같은 것들이다.

/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p.33 (죽여마땅한 사람들ㅋㅋㅋ)

/ 나는 부엌을 둘러봤다가 타일이 깔린 아일랜드 식탁에 뚜껑이 열린 땅콩버터가 있고, 그 안에 나이프가 꽂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일레인 존슨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고독사가 고소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p.146 (땅콩버터 ->고소 ㅋㅋㅋ)

/ 나는 후세에 영원히 남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순수문학 작가들이 늘 못마땅했다. 차라리 스릴러소설을 쓰는 작가들과 시인이 더 좋았다. 그들은 자기들이 질 게 뻔한 싸움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p.169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신 듯ㅋㅋㅋ)

나만 웃기냐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덟 건의 살인 사건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엄청 자극적인 소설은 아니다. 추미스이기는 하지만 그냥 재밌는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여러 건의 살인사건이 나오지만 사건이나 잔혹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특별히 피해자가 도드라지지도 않는다. 그저 맬컴의 알 수 없는 생각들과 맬컴에게 있어 의미 있는 인물의 사건, 그 추적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후반에서야 진실을 알게 되는데 그마저도 어쩐지 맬컴스러워서 뭔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게 또 좋았다. 그동안의 피터 스완슨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서 인상적이었다. '죽어 마땅한' 코드는 익숙하지만 어쩐지 책을 좋아하는 맬컴에게 정이 간다. 기억에, 별로 미운 사람이 없는 책이다. 아, 한 놈 있다. 선생 놈.


아침서가 - @morning.book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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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미 천직을 찾은 상태였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그랬다. 나는 책을 파는 사람이었고, 하루에도 손님들과 수백 번씩 짧은 대화를 나누는 일상에 만족했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독서를 제일 사랑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천직이었다.
- P22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 P48

당신을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이유도 있는 셈이잖아.
- P94

우리는 누구에게서도 결코 완전한 진실을 얻을 수 없다.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 말을 나누기 전에도 이미 거짓과 절반의 진실이 존재한다.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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