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먼 훗날 지금의 팬데믹을 기억하며 쓴 이야기다. 마티아의 가족을 중심으로 할머니, 친구들, 이웃들이 함께 사는 작은 아파트가 배경이다. 팬데믹 당시 어린아이였던 마티아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부모는 별거 중이고 아버지는 따로 나가 여자친구와 함께 지내는데 마티아에게 아빠는 그저 못 미더운 사람이다. 초반에 마티아가 아버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아이의 시선이다 보니 표현이 그저 귀엽다. 그런데 귀여워서 더 날카로운 것 같기도 하다. 셧다운과 함께 싫어하는 아빠까지 격리된 채 함께 지내게 된다. 마티아에게는 아주 싫고 당황스러운 일인데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게 되면서 마티아와 아빠의 관계도 변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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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서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보니 흥미로웠다. 아직도 팬데믹이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 있는, 현실의 우리가 읽는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전 세계적으로 셧다운이 되고 혼돈 속에서 인간관계는 날카로워진다. 길어지는 팬데믹 상황은 불안감과 함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처음엔 확진자가 한둘만 나와도 벌벌 떨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나름의 적응력을 발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하는 것이 인간이라더니.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팬데믹 속의 작은 해피엔딩을 보아서 좋았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시간은 분명 흐르고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안다. 언젠가는 이 상황을 기억하며 '그땐 그랬지.' 할 때가 분명 올 것이라는 믿음만이 지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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