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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ㅣ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Agatha Christie Editor's Choice
나일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 - 애거서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를 책으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이 워낙 많기도 하고 잔혹한 현대물에 익숙한 내가 고전 추리물을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도 영화로 보았을 뿐이다. <나일강의 죽음> 영화 개봉에 맞춰 동명의 책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고전 읽기에 앞서 걱정을 조금 했더니 어릴 때부터 애거서 크리스티 팬인 내 친구가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올 텐데 그 인물 정리만 잘 되면 몰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다. 하긴, 초반 몰입에 있어 그건 불문율 같은 거지. 아, 찾아보다가 알게 됐는데 나일강의 죽음은 작가가 남편의 외도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던 중에 쓰였고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뭐지, 갑자기 너무 흥미로워.
/ 청춘을 행복한 때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청춘이란 일생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때가 아닌가! │ p.29
나일강 위의 유람선을 배경으로 많은 승객들 속에서 사건이 벌어지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요 인물 '리넷 리지웨이'는 영국에서 가장 돈 많고 예쁘고 총명한 여인이다. 영화에서 갤 가돗이 연기하는 리넷은 도일이라는 남성과 결혼하여 신혼여행으로 이 유람선에 타게 된다. 이 행복해야 마땅할 신혼여행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계속 자신들을 쫓아다니며 위협하는 리넷의 친구 자클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리넷의 남편 도일은 바로 얼마전까지 친구 자클린의 약혼자였기 때문이다. 자클린을 연기하는 에마 매키는 내가 좋아하는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터라 너무 기대된다.
/ 사람들은 사랑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킨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닐세. │ p.471
그러던 중 리넷이 살해당한다. 승객 중에는 이들과 별로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는 인물도 있지만 대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동기가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과연, 누굴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사실 현대물은 사건 자체의 잔혹성이 많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누가 범인일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는 별로 없다.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아서 어지간하면 나는 초반에 눈치를 채는 편이라, 범인을 추리하기보다는 어떤 이유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나는 솔직히 진범을 일찌감치 제외했었다. 현대물을 읽으며 나름 습득한 법칙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쓰지않지만, 아무튼 뒤통수 맞았다. 그래서 다 읽었을 때는 고리타분하기는커녕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등장인물이 많으면 당연히 이야기도 많아지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개연성과 같은 부분에서 어설퍼질 수도 있을텐데.. 셰익스피어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가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구나.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요즘 다들 애거서 크리스티 읽는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서관에 있던 책들이 다 대출 중이더라. 푸아로 시리즈도 궁금하지만 미스 마플 시리즈도 궁금하다. 베스트 시리즈 중에 두 권 겨우 대출할 수 있었다.
* 인스타그램 - @morning.bookstore
* 도서지원
자존심이나 품위가 말입니다, 마담, 전혀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죠. 다른 것, 좀 더 강한 감정이 있을 때는 말입니다. - P89
나는 전문적인 고고학 탐사를 떠난 적이 있네. 거기서 배운 게 하나 있지. 발굴하는 동안 무엇인가가 땅에서 나오면, 그 주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제거해야 한다네. 푸석푸석한 흙을 제거하고 칼로 여기저기를 긁어내면 마침내 물건의 모습이 온전하게 드러난다네. 혼동을 일으키는 관련 없는 것들이 깡그리 제거되어 스케치나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되는 걸세.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게 그런 걸세. 진실, 완전히 드러나 빛나는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관련 없는 것들을 제거하고 있는 거지. - 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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