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세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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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세 _ 오한기

<인간만세>는 작가가 답십리 도서관 상주작가 경험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익숙한 느낌은 아니지만 어렵게 생각할 게 있을까 싶다. 읽는 동안 나는 실제로 여러 번 피식 피식거리면서 읽었고 재밌었다. 이게 과연 무슨 내용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빡빡한 직업 작가로서의 현실, 그리고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거듭 묻고 물어, 결국 소설가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다른 작품을 평가하고 깎아내리기도 하며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 모두 소설가란 직업의 짠내를 느끼게 했다.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로 다양한 인간 본성을 보여주는데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에서 후배가 말하듯이 미래에 교과서에 실릴 소설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는 나름의 리얼리티가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작가는 책 속에서 독자에게 친절히 말해주기도 한다. 상징이란 건 열려있으므로 이 책이 낯설다고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각자의 상징을 만들어나가며 읽으면 된다고. (너무 쉽다면 작가가 하수가 되어버리니까요ㅋ)



나는 내 단점을 직시해서 수정하기보다 외면하는 나약한 타입이니까. - P15

대체 문학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소설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 거냐고요. 이 질문이 교수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 질문을 견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P20

논리와 비논리를 따지는 사람은 승부욕이 강해서 도통 타인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기 마련이다. - P20

높은 확률로 선배 소설은 미래에도 교과서에 실리지 못할 거야. 이유가 뭔지 알아? 리얼리티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지. 시대상을 반영해야 소설은 미래에도 가치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리얼리즘이 위대한 거야. 후배의 반응은 시니컬했다. 교과서에 실리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리얼리티는 항상 성취하고 싶은 지점이었다. - P35

소설가 출신이랍시고 나를 후배님으로 부르는 거다. 나를 후배로 지칭할 수 있는 사람은 찰스 부코스키와 조이스 캐롤 오츠뿐이다. - P50

답십리도서관 상주작가 공고를 읽은 뒤 저는 행복했습니다. 꿈에 부풀었다고요. 상주 작가를 1년 하고 그 뒤 실업수당으로 6개월을 보낼 생각만 하면 청포도 젤리를 입에 넣고 굴리는 것처럼 달콤했죠. - P63

살아보니까 미친놈에게 덤벼들어 봤자 어느 순간 똑같은 미친놈이 되기 십상이었다. 아니면 친구가 되거나. 둘 다 맨몸으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짓이었다. - P68

자고로 작가는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조망하는 존재입니다. 그로부터 리얼리즘이 발현되며 그 심연에는 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인류애가... - P94

사실 후배님이 뭘 하든 전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땡땡이, 뭐 칠 수도 있죠. 소설가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자발적 아웃사이더. - P110

서너 번 컴플레인을 받은 뒤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은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도서관은 천국일 수 있지만, 사서에게 도서관은 지옥이었다. - P112

머릿속에서 이력서를 채울 키워드를 맞추다 보니 스스로가 한심해졌고 조바심이 났다. 언제부턴가 임기가 끝난 뒤 실업 급여를 타면서 취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쩌면 상주 작가가 나태하기 짝이 없는 작가의 정신을 뜯어고치기 위한 일종의 정신 개조 사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P131

고민할 필요 있을까요? 작법의 문제 같은데, 상징이란 게 그런 거잖아요. 상징은 열려있기 마련이죠. 작가님이 정하고 쓴다고 그게 그대로 읽히지 않아요. 그대로 읽히면 오히려 하수 아닌가요? 상징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만드는 거죠.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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