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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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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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씨최근에 생각했는데 말이야출세라든지 좋은 자리라든지그런  바라지 않는다면 은행보다  좋은 곳은 없지그런데 은행원은  욕심을 부리더군문제는 바로 그거야.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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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가 마지막으로 내린 선택은 틀렸네죽음으로써 책임을 피하려는 행위는 얼마나 어리석고 얼마나 이기적인가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죽은 자에게 채찍을 내리치는 행위가 되겠지다시는 그의 잘못을 입에 담을 생각은 없네지금여기에서만그리고 자네에게만  진심을 말한 걸세.p.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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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나오키#이케이도준#인풀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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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자와 나오키 1, 2편을 읽었다읽으면서 이건 드라마로 보는게  재밌지 않을까 싶어 1권만 보고   드라마를 시청했다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매우 재밌었지만 책에서 눈여겨 봤던 부분이 모두 나오는  아니여서 2권도 다시 보게 되었다그리고 어제오늘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의 마지막 4권을 보았다시리즈의 마지막으로 4권의 내용은 앞선 내용보다 스케일도 큰만큼 재미도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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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는 추리소설이 아니지만 4권은 마치 마지막을 어찌나  마무리 했던지 형식은 추리소설을 생각하게  만큼 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나는 분명 눈으로 글을 통해 보는데 자연스럽게  장면이 영상으로 머리속에서 펼쳐보이는 뇌에서 일어난 자동 반사적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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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는 거품경제 시대 막차를 타고 은행에 입사했다 책의 표현을 빌어 말하면 단카이 세대와 잃어버린 세대의 사이에 속해있다그럼에도 거품 경제의 끝에 있었기에 3권에서는 잃어버린 세대가 자신들을 무능한 집단너희가 우리만큼치열한 취업전선을 겪었느냐는 반응에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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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가장 압권의 장면은 아마도 한자와가 은행에 취업하는 과정에 있다일반적으로 의사형사변호사를 하는 드라마는 꽤나 있지만 ‘은행원 주인공인 드라마나 책은  보지 못했다여기서   있겠지만  책에서는 ‘은행 갖는상징성바로 색깔없는 돈에 칠해지는 색깔에 대한 이야기 정확히 말하면  색깔이 칠해지는 과정칠하는 사람들에대한 이야기가 현실에 기반하여  권마다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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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합병이나구조조정, it산업  자기자본이 아닌 은행자금을 통한 이야기들은 생소한 분야여서 자칫하면 재미없게흘러갈 수도 있지만 전직 은행원의 실력을 발휘하여 돈의 흐름을 쫓아 가는 과정이 매우 즐겁다매순간 뻔뻔스러운 인간이 나올때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한자와에게 적반하장을 보일 때면 반드시 두배로 돌려주겠다(때로는열배로할때보면 무척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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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의 주인공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항공사의 회생계획을 둘러싼 표면적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국제적 경제흐름국회의원과 관료들관의 알력 관계일본의 정치와 선거에 대한 이야기 매우 짜임새 있게나오는데 마지막 끝부분을 가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미리 보지 않았을 사람들의 재미를 위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항상 한자와는 은행장을 제외한 정상에 가까이  전무나 상무와의 대결까지 나아가게 될까한자와가 옳고그륾에 관해서는 성역이 없기 때문에우리의 주인공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것 같지만 오늘 마지막 은행장님의 대화는 요즘 일어나는 사태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한자와 나오키시리즈가 국내에서 이렇게 인기를 끄는데는 아마도 작가 이케이도 준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일본이란 나라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공감을 얻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못본 분들이 있다면 4권권 완간 기념으로 보는 것도 좋을  같다. 4권은 앞선 책에 비해 역자님께서 좀더 속시원이번역한 구절이  많았던  같다드라마 주인공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보면 두배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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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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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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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말하면 생리학적인 것이나 신경학적인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도 인간에 대해서인생에 대해서 말할 있다그런 때에 생리학 혹은 신경학적인 것을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거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까지야 말할 없지만 적어도 쓸없는 일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하다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간주하기때문이다우리는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며 무언가에 의해 규제된다그러나 우리는 신경기능과 신경계의 변화에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라고 여긴다대개의경우 이러한 사고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그러나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다왜냐하면 인생은 때때로 기질적인 병의개입으로 변화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그런때는 생리학적신경학적인 상관관계를 고려해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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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색스#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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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색스는 그의 자서전 ‘온더 무브 통해 먼저 만났다. 2년도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그가 환자를 생각하고 질환이나 병리학적 측면과 더불어 인간을 총제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부분병원 운영과 관련해서도 환자중심으로생각했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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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서 오히려 책을 먼저 사두고도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막상읽으려고 보니 아무리 찾아도 책이 보이질 않아 새책을 샀다집에 어딘가에 있겠지 했는데 #2017_073 피드를 보면서 내가  책을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이제야 기억해 냈다정말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막상  글을 보는 순간 그날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얼마나 친구가 오래 있다가 돌아갔는지 등이 생각났다연속 5권의 뇌과학 책을 읽으면서  책안에서 이야기하던 내용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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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로 구성된 이책은 몇몇 이야기는 단행본으로 발행되거나 그가 논문으로 발표되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책을 읽어나가면 알겠지만 실제 표제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경우  24 전체를 순서대로 나가다보면 책속 루이스 뷰뉴엘이 말한 것처럼 임상적실재적실존적철학적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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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모든 것을 아마 보게 된다면 못볼 것도 보게 되어 미치게  것이다혹은 아무것도   없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오감에 걸쳐 과잉이나 상실에 대하여 매우 신경학적으로나 혹은 존재론적으로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쉽다그런데 의외로 우리의 뇌와 신경계는 감각계와 뇌의 연합적 활동으로 모든 감각을 수용하고 지각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다른 감각으로 대처를 하기도 한다. 24편의 사례는 신경학적인 측면에서 특정 부분에 대한 상실혹은 과잉그리고 그로 인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몇몇 증후군에 대하여 언급하고 마지막에는 인가의 지적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에서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른 정도로 지능 수준을 낮지만 그들안에 남아 있는 고도로 발달된 감각을 중심으로 예술적으로 발현된(혹은 색스의 시선에서 확인되고 발견된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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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의 사례라면 적지 않은 사례임에도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은 싸인 곡선을 타듯  파동이 크고 그래서 울림이 좀체 가라앉질 않는다농담으로 우리는 코감기에 걸리면 아이고 이놈의 코좀 떼어 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으로 인한 고통이나 통증을 느낄  있는 자들만이   있는 것처럼 색스는  책에서우리가 얼마나 일상에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신경계의 문제를 확인하지 않고도 살아갈  있는지 기묘한 사례들을 통해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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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렛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성이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비참하리만치 정확하게 자각하는 (p.214), 모든 것의 의미가 균일화되어 어떤것이든 의미가 같아져 버린 상태혹은 실재하지도 않는 환상과 허구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구원하려 몸부림 치지만 자아 속에 매몰되어 버린 인간(p.196) 이야기들 병리적 상황속을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행복한 상황이란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하며 정체감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한 관점을 때론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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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지막 4 단숨의 세계에서 들려준 4편의 이야기 때문에 마음에 많은 파장이 일어나고 온더무브처럼 책도 앞으로 제목만 들어도 마음에서  울림이 생길  같다에릭캔델 교수님은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라는 책에서 현대(추상)미술을 이야기하면서 환원주의에 대해 아주 유연하게 뇌과학과 연결하여 설명해주고색스 교수님은 일상의 사람들의 삶에서 나타난 단숨함과 구체성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만들어진 모습임을 그래서 남아있는 것으로 부터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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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님의 책과 에릭 캔델 교수님 책을 정리하면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언급하며 정리해야겠다 싶었지만  책이 주는 울림을 오래기억하고 싶어 먼저 정리해본다 피드에서 맨 처음 언급된 책이  책인데 4년만에 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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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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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에서 관심을 가장 두지 않았던 부분이 머리와 발바닥이었다. 종종 체하면 위가 아니라 머리가 아파서 정말 힘이 들긴 해도 그 두통은 그 두통과는 별개인 혈액순환의 문제로 인한 편두통 즘으로 생각을 했다. 돌이켜 보면 통증과 관련된 부분은 신경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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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관련 서적 3권을 연속으로 보고나서 내가 한 일은 인터넷 백과사전을 펼쳐 인체구조 학습도감을 펼친 일이었다. 한 번에 쏙 들어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뇌의 구조에 대하여 매우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평면으로 보았지만 좌우상하 3D로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찾아보면 어딘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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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는 책을 가장 먼저 펼쳤던 것 책이 얇기도 해서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뇌졸중의 경우 빠른 시간 내 발견되고 조치가 이루어지면 완치까지도 가능하다는 정도를 알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가장 많이 보기도 한다. 나는 어릴 때 우리동네 20대 아이가 뇌졸중이 온 경우를 직접 본적이 있다. 동네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뇌졸중은 노인성 질환으로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진다 해도 그닥 무리가 없었지만 갓 대학을 들어간 전도유망한 동생친구가 그래서 매우 놀랐는데 두 번째 더 놀랐던 건 거의 회복이 완치에 가까웠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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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작은 책이고 사실 초반의 경우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부분은 매우 답답하기도 하였다(그래서 내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문학엔 매우 취약한가). 작가가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조현병을 진단받은 오빠의 삶에서 기인했는데 37세라는 젊은 나이 어느 날 아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뇌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하고 치료하고 회복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전체의 3/4을 구성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비교적 쉽게 그리고 뇌의 구조와 기능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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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치 테트 창이 이라는 단편에서 자신의 뇌를 해부하는 해부학자처럼 자신의 의식의 유동적 상태를 그대로 재현한다. 아니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녀의 뇌에서 출현이 일어난 부분은 좌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부위에서 이다. 무언가 평면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로 흘러 들어간 느낌, 나와 외부의 경계가 흐트러지고, 특정 감각은 매우 발달되어 실재보다 더 크게 울리고 보이는 이 모든 경험의 순간을 기억하고 쓴 문장들은 정말 소설적 상황 같았지만 그 상황에서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것. 의사들이 정신차려보세요. 환자분! 제 말 들립니까?‘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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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반까진 난 뇌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이 이야긴 책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싶었고 그러기까지 읽은 부분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이 책이 뇌졸중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환자의 의식이 있음에도 그녀가 의식이 없는 듯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매우 상심이 컸음을 그녀가 직접 책에서 언급하고 잇다. 이후 그녀의 경우 미국에서 뇌과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들로부터 치료를 받았기에 자신의 언어적 능력이 손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으로부터 의식하는 바가 다르게 표현, 혹은 표현되지 않을 지라도 충분히 환자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뇌의 연결망의 모든 요소가 제 기능을 잃고 상호작용을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 인지적 측면, 좌뇌의 기능이 손실된 부분을 상세히 적었다. 특히 좌뇌의 손상으로 인해 우뇌가 좌뇌의 통제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진 상태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매우 자세하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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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인 저자조차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믿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은 어떠한가. 나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이유로 행동심리쪽 관심이 그나마 가장 높기는 하였는데 갑자기 뇌과학 책을 읽고 나니 사고, 생각, 인식, 의식, 마음, 심리, 지각, 감각 등을 명확히 개념정의가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개념 속에 개념이 들어가 있는 순환고리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오로지 내 심장이 뛰고 있다하더라도 모든 것이 멈추어 질 수 있다는 것, 의식이 발현이 되는 모든 것, 받아들여진 감각이 흡수만 될 뿐 그것이 뇌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던 모든 것이 멈춘 순간을 상상해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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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은 저자가 말한대로 현실적으로 보면 나와 나의 뇌 말고는 나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만들 사람은 없다는 것(p.119)을 여느 간접경험보다 더 크게 와닿았다는 것이다. 차마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 저자처럼 직접적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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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손잡이인 좌뇌 우세형 인간이지만 그녀가 언급한대로 생각과 느낌, 이성과 본능, 소자아와 대자아, 감각과 직관, 판단과 지각 등에 있어서는 내가 그다지 좌뇌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이런 건 약간 혈액형에 따른 성격풀이 같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동안 이런 우뇌적 습성이 좀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들-그러나 다시 학부때로 돌아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쉽사리 바뀌지 않을-을 조금은 싫었던 마음을 덜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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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유용성은 때문에 내가 원래 알고 싶었던 3부의 우리는 뇌에 관해 알아야 합니다라는 부분의 뇌 구조기능적 측면이었지만, 읽고나니 의식과 뇌에 대해 관심이 더 커졌다. 우리의 세포와 신경회로가 만들어낸 경험들,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 지금 경험하는 이모든 것은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는 사실만큼은 내가 뇌에 대하여 사실 심리학 중심의 관심에서 좀 더 확장이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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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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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만인의 프로였던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서 크로아티아 편이 나온 적 있다.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와 플라차 거리 등 세상에 저런 곳이 있구나 싶었다. 아마도 2000년대 후반이었던 거 같은데 게스트 하우스 주인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하는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나라가 6번이나 바뀐 사람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건가? 하고 귀를 의심했던 적이 있다. 여전히 건물마다 빗발처럼 내려 앉았던 총탄의 흔적은 2012년 동유럽 여행 당시에도
 
최근 폴란드 작가 올카 토카르추크,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소설과 수전 팔루디의 논픽션 등을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동유럽 역사에 대해 내가 생각보다 더 무지한 것을 알았다. 관련된 정보를 접하다가 발칸이 유럽의 화약고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게 되었는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이 책은 보스니아 출신의 작가가 유고연방이 해체 과정에서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난민으로서 독일로 오게 된 한 남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책의 서술자인 작가(사샤)는 경영학을 전공한 전공한 아버지와 그리고 마르크스 정치학을 전공한 교수인 어머니가 있고, 조부, 외조부와도 함께 살아가는 보스니아에서 평범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발칸 지역이 오랜기간 동서양의 발판으로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오고 간 곳으로 사샤의 집안 역시 그 기원을 올라가면 태어난 나라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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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칸 지역 여행을 갔던 그 곳의 풍경은 사실 너무 고요한 풍경이었고, 한 나라의 이름과 수도가 뭐가 먼저인지도 모를 정도로 사실 그 조그만 땅덩이 안에서 겹겹이 붙은 채 있는 곳은 무척 신기했다.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해안선을 따라 내려갔는데 중간에 보스니아 국경을 지나야 해서 여권 검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땐 말그래도 서유럽의 어느 국경처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으로 발칸지역의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렇게 조용하고 청정했던 지역이 서로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독립을 선언했던 것이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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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이 책은 매우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중산층이었던 가족이 민족주의 광풍으로 인해 보스니아를 탈출해 독일로 오는 과정은 오늘날의 내전을 겪고 잇는 난민의 모습과 같지는 않지만 가진 것 모든 것을 그대로 둔 채 이민가방 세개로 난민들이 모여 거주하는 곳에서 삶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이미 자신의 삶을 뒤로한 채 사샤를 학교에 보내고 모든 것을 사샤를 위해 살아오셨음을 안다. 그들이 머물고 싶었지만 총부리를 겨누었던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음을 그리고 독일에서도 정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던 이야기들 속에서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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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것은 떠나고 싶었지만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 그곳에 남아있던 사람들보다는 자신들의 처지가 더 나았기 때문에 드러내고 힘겨움을 호소할 수 없는 무언의 감정이기도 했다. 이 책은 그래서인지 작가의 자전소설이라고 하지만 보스니아라는 나라가 속해 있던 발칸의 역사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독일사람들은 사샤가 어디서 왔냐고 하면 그저 유고 연방일 뿐 보스니아인지, 세르비아인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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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이나 피드에서도 이 소설을 소개할 때 나오는 카드메시지에선 이런 글이 자주 보인다. ‘인간은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러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역사를 만든다’ 고.. 나처럼 한 곳에서, 한 분야에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 조차 매 순간 저말을 상기하고 살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열렬히 공부하고 자신을 이루어왔던 사샤의 어머니는 그녀가 만들어온 역사가 어느날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은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는게 어쩌면 최선일지도 모른다. 실제 책에서도 작가와 달리 그녀에게 출신은, 고향땅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움찔 하는 몸짓같은 것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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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가 못다한 이야기를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뭐든지 빨리 배워 하겠다고 하면서 일자리를 찾던 아버지, 세탁소에서 오랜기간 증기를 마시며 일한 어머니, 떠나지 못해 그곳에 남아 전쟁도 비껴갔던 작은 마을을 생각하는 할머니, 그리고 독일에 와서 다시만난 그의 친구들,가족들의 이야기는 아주 조용하지만 그 울림은 크다. 아마도 그것이 작가 자신은 독일에서 계속적으로 남았고, 남들과는 또다른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던 기억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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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형식도 부분적으로는 기존의 형식과 달리 파괴적이고, 각 장의 경우 독립적으로 존재해도 손색이 없고 여운이 오래 남는 장들이 여러장이 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하겠지만 나의 경우 하이마트 박사부터 서로 경청하기, 손님들까지의 몰입도가 가장 높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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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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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일기장을 다시 가져다가 그때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했다.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록한 것이다. 다른 기록처럼 애매하고 그림자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암시나 은유 뒤에 숨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쓴 일기를 지금까지 기억한다(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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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직면한 이 부분은 회고록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책 도입부에는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실려 있다. 과거란 흘러간 시간이라는 점에서 울프가 말한 대로 과거가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이 책에서는 뒷 문장, 그 보다는 일어난 일들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생기면서 완성(명확)된다는 표현에 무게를 두게 싶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과거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 가운데 어떤 것은 현재까지 놓지 못해 지속되는 과거도 있고,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상적인 일도 과거이다. 그리고 잊고 싶은 과거, 잊지 말아야 할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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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한 부분은 그녀가 회고록 장르로 논픽션을 썼는데 아직 계속되고 있는 그녀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때문에 책의 성격을 규명하기가 어려웠던 부분이다. 그녀가 책에서 언급한대로 삶을 이루는 모든 결정들, 사람들이 함께 또는 홀로 내리는 결정들이 모두 합쳐져서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생겼다(p.75). 두 번의 교통사고, 친오빠의 변기 폭력 사건, 주차장 사건, 반려견을 죽이고 협박하던 장면, 아내를 물건처럼 던지는 일, 절단기 사건 등 이 모든 일들은 읽는 동안 내가 간접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참기 힘들었다(내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거리두기를 못한 것이 잘못된 읽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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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 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대학이란 배움으로 극복된 것인가 차마 표현하지 못한 이면의 이야기로 여전히 존재하는 것인가. 자신의 친오빠인 숀이 처음 폭력을 행했던 날. 단지 그 사건을 축소하고 다른 이유로 자신의 영혼을 달래는 경험의 이야기는 그날로 끝난 것이 아니다. 10년 동안 그와 같은 수많은 밤들의 기억을 규정한 순간 자신을 부러뜨릴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 경험이 내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오빠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고 책에서 끊임없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외적 상황에 분명 문제가 있음에도 내적 상황을 통제하는 그 상황은 그녀가 말한대로 배움이후 그것의 부당함과 불편함을 인식하고 말로 할 수 있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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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어린 소녀가 오랫동안 그런 삶을 살아왔고 결국 이후에도 그녀의 삶에서 친절을 제외한 어떤 형태의 잔인함도 견뎌낼 수 있는 삶을 살았다는(p.376) 고백이 너무 마음에 걸렸다. 케리 박사와의 만남 이후에도 그녀는 그 기억을 아무리 깊이 묻어도, 그 기억들에 대해 아무리 굳게 눈을 감아도, 나 자신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목욕탕의 그 소녀, 주차장의 그 소녀 모습이라는 것(p.380)은 뚜렷이 남은 진상이다. 나는 그것이 현실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녀가 무학으로 대학을 가고 캠브리지를 가고 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 책에서도 그 이야기는 아주 부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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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을 타라가 교육을 받은 후에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개인적 극복이야기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그녀의 언니와 오빠의 부인 에밀리의 삶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타라의 말대로 교육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면 그녀들의 삶은 교육을 받지 못해 그대로 존재하게 되는 것일까? 결국 가정폭력과 종교적 원리주의 가족의 전통은 구조적인 문제이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감동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엄마를 비롯한 그녀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과거는 현재만큼 추했다고(p.455)하였는데, 나는 그 말에서 결국 끝나지 않은 과거, 계속되는 이야기라는 것에서 이 책은 결국 시간이 지난 후 다른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현실을 직시한 후 이 책을 낸 시기와 이 책이 발표 된 후 가족 내 관계와 역학이 이전과 같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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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오빠가 없다. 소설이나 책을 볼 때 거리두기를 하는 일이 공감에 장애가 될까봐 늘 경계했었는데 이번 책은 나 스스로 거리두기에 실패 해서 이렇게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권할 수도 안 권할 수도 없는 답답함에 갇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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