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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미술관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서평단 신청으로 읽게 된 ‘파란색 미술관’은 서양미술사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받은 강민지씨가 쓴, 우리에게 아직 익숙한 작가 17명에 대한 생애와 작품세계에 대하여 간결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가운데 유난히 작가들의 작품들 속에서 파란색의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 설명을 하고 있으며, 모네를 필두로 하여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의 이야기라 보는 이들에게는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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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속의 파란색은 15세기 전후 금보다 비쌌다는 울트라마린부터 시작해서 이브 클랭이 직접 만들어 특허등록까지 낸 IKB(international klein blue), 그리고 작품 전체가 파랑 혹은 파란으로 채도 조절을 하여 그려낸 뭉크의 ‘키스’까지 매우 많은 그림들과 작품들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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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 비단 ‘파란’색을 활용한 작품을 뽑아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나 일부 작가들의 경우 생애 전반에서 겪은 특정한 사건이나 시간들 속에서 채색된 블루에는 환희 혹은 고독과 상실, 상심의 순간을 작가의 시선으로 잘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은 이전에 알던 작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면, 고흐가 아를에 살던 시절에 그린 유명한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 별들이 꽃모양으로 그려진 것은 직접 미술관에서 보고 왔음에도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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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책에서 소개한 17명의 작가 중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라울 디피’와 ‘이브 클랭’, ‘오딜롱 르동’, 그리고 마지막 ‘페데르 세베린 크뢰위에르’로 심지어 작품들 마저도 생소해서인지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반갑기도 했다. 반면 익숙한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흥미는 다소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마티스의 작품들이나 말레비치의 초기 작품들, 그리고 특정그림에 대한 그녀가 읽는 방법은 실제로 보고 싶기도 하고 수많은 작품들 중 잊혀 지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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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화가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고갱’처럼 뒤늦게 화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결국은 낮추지 않았고, 어떤 화가들은 자신의 화풍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당대의 유명한 화가들의 화풍을 따라가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긴 자신만의 작품으로 이름을 남긴다. 화가는 가고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그들의 삶을 증명해 낸 결과물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 말라는 요즘시대의 말이 명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증명할 무언가는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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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나 화가의 작품 중에서는 이미 현대의 고전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고, 살아생전 유명세를 날리는 예술가들도 많다. 대체로 이 책의 경우 고흐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는 동안 나름의 유명세를 경험한 작가들이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 사람들이 언제나 그렇듯 그들이 그 후에도 남은 날들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준다. 나에게 미술 작품이란 문학 작품과는 좀 달라서 작품들 보다 화가의 생애에서 배우는 어떤 태도 같은 것이 있을 진 몰라도 흔하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여러명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책 전체를 통해 다가온 삶을 바라보는 ‘시선’, ‘태도’에 다시 근본적으로 갖게 되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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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나의 경우 미술작품을 잘 읽고 싶은 마음에 늘 갖고 있는 공부하고 싶은 마음 이란게 있어 이런 책들이 있으면 읽기를 마다하지 않는데 이번 서평단을 통해 읽은 이 책은 상대적으로 많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어 한번 즈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화가들이 활동했던 시기도 비슷해서 1860년을 전후로 하여 대략 70-80년간 이어지는 미술사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도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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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파랑’의 챕터에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가진 예술가들을, ‘파란’에서는 고단한 삶을 일어난 예술가를, 그리고 마지막 ‘블루’에서는 내면의 색채를 발견한 예술가로 구분지었다. 초반에는 이러한 구분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가졌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생애를 통해 확인된 작품들을 보노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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