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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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에서 관심을 가장 두지 않았던 부분이 머리와 발바닥이었다. 종종 체하면 위가 아니라 머리가 아파서 정말 힘이 들긴 해도 그 두통은 그 두통과는 별개인 혈액순환의 문제로 인한 편두통 즘으로 생각을 했다. 돌이켜 보면 통증과 관련된 부분은 신경계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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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관련 서적 3권을 연속으로 보고나서 내가 한 일은 인터넷 백과사전을 펼쳐 인체구조 학습도감을 펼친 일이었다. 한 번에 쏙 들어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뇌의 구조에 대하여 매우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평면으로 보았지만 좌우상하 3D로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찾아보면 어딘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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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는 책을 가장 먼저 펼쳤던 것 책이 얇기도 해서이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뇌졸중의 경우 빠른 시간 내 발견되고 조치가 이루어지면 완치까지도 가능하다는 정도를 알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가장 많이 보기도 한다. 나는 어릴 때 우리동네 20대 아이가 뇌졸중이 온 경우를 직접 본적이 있다. 동네에서 난리가 났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뇌졸중은 노인성 질환으로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진다 해도 그닥 무리가 없었지만 갓 대학을 들어간 전도유망한 동생친구가 그래서 매우 놀랐는데 두 번째 더 놀랐던 건 거의 회복이 완치에 가까웠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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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주 작은 책이고 사실 초반의 경우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부분은 매우 답답하기도 하였다(그래서 내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문학엔 매우 취약한가). 작가가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조현병을 진단받은 오빠의 삶에서 기인했는데 37세라는 젊은 나이 어느 날 아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뇌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하고 치료하고 회복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전체의 3/4을 구성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비교적 쉽게 그리고 뇌의 구조와 기능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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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치 테트 창이 이라는 단편에서 자신의 뇌를 해부하는 해부학자처럼 자신의 의식의 유동적 상태를 그대로 재현한다. 아니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녀의 뇌에서 출현이 일어난 부분은 좌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부위에서 이다. 무언가 평면의 세계에서 3차원의 세계로 흘러 들어간 느낌, 나와 외부의 경계가 흐트러지고, 특정 감각은 매우 발달되어 실재보다 더 크게 울리고 보이는 이 모든 경험의 순간을 기억하고 쓴 문장들은 정말 소설적 상황 같았지만 그 상황에서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것. 의사들이 정신차려보세요. 환자분! 제 말 들립니까?‘라고 말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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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반까진 난 뇌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 알고 싶은데 이 이야긴 책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싶었고 그러기까지 읽은 부분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이 책이 뇌졸중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들이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알아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환자의 의식이 있음에도 그녀가 의식이 없는 듯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매우 상심이 컸음을 그녀가 직접 책에서 언급하고 잇다. 이후 그녀의 경우 미국에서 뇌과학 분야 최고의 권위자들로부터 치료를 받았기에 자신의 언어적 능력이 손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으로부터 의식하는 바가 다르게 표현, 혹은 표현되지 않을 지라도 충분히 환자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뇌의 연결망의 모든 요소가 제 기능을 잃고 상호작용을 못하는 상태에서 발생한 인지적 측면, 좌뇌의 기능이 손실된 부분을 상세히 적었다. 특히 좌뇌의 손상으로 인해 우뇌가 좌뇌의 통제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진 상태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매우 자세하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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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인 저자조차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과 우리와 세상의 관계가 신경 회로의 산물이라는 것을 믿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은 어떠한가. 나의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이유로 행동심리쪽 관심이 그나마 가장 높기는 하였는데 갑자기 뇌과학 책을 읽고 나니 사고, 생각, 인식, 의식, 마음, 심리, 지각, 감각 등을 명확히 개념정의가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개념 속에 개념이 들어가 있는 순환고리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오로지 내 심장이 뛰고 있다하더라도 모든 것이 멈추어 질 수 있다는 것, 의식이 발현이 되는 모든 것, 받아들여진 감각이 흡수만 될 뿐 그것이 뇌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던 모든 것이 멈춘 순간을 상상해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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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은 저자가 말한대로 현실적으로 보면 나와 나의 뇌 말고는 나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만들 사람은 없다는 것(p.119)을 여느 간접경험보다 더 크게 와닿았다는 것이다. 차마 이런 것을 알기 위해서 저자처럼 직접적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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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른손잡이인 좌뇌 우세형 인간이지만 그녀가 언급한대로 생각과 느낌, 이성과 본능, 소자아와 대자아, 감각과 직관, 판단과 지각 등에 있어서는 내가 그다지 좌뇌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이런 건 약간 혈액형에 따른 성격풀이 같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동안 이런 우뇌적 습성이 좀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들-그러나 다시 학부때로 돌아가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쉽사리 바뀌지 않을-을 조금은 싫었던 마음을 덜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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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유용성은 때문에 내가 원래 알고 싶었던 3부의 우리는 뇌에 관해 알아야 합니다라는 부분의 뇌 구조기능적 측면이었지만, 읽고나니 의식과 뇌에 대해 관심이 더 커졌다. 우리의 세포와 신경회로가 만들어낸 경험들,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 지금 경험하는 이모든 것은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는 사실만큼은 내가 뇌에 대하여 사실 심리학 중심의 관심에서 좀 더 확장이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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