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간 내 책장의 400폭 세 칸 정도 겨우 차지했던 과학도서가 요 몇 달 사이 사다 모은 책으로 세 칸을 더 확장했다. 어떤 책들은 비전공자가 읽기에 다소 어려운 책들도 있고, 어떤 책들은 친절한 과학커뮤니케이터들 덕분에 사실을 알아가는 이른바 지식축적이 주는 즐거웠던 책들도 가득하다. 요 몇 달 책장을 메운 책들은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으면서 스쳐지나가듯 소개되었던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분야의 책도 한권씩 더디게 읽어나가면서 진입장벽이 다소 완화된 것도 있다. 돌이켜보면 과학서적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읽었던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월요일은 토요일에 시작된다’처럼 문학 역시 여전히 읽고도 잘 모르겠는 책들도 있다. 그러니 어려운 책을 읽고도 나의 한계를 알고 다시 나아가게 하는 그 연속적 과정이 무릇 책 읽은 사람들의 북라이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미래의 기원을 출판사로부터 서평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한참 과학서적을 구입하고 있던 차여서 흔쾌히 읽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앞서 기대평을 다소 길게 남겼던 이 도서를 읽기 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이 책이 어려워서 시간이 걸린 것 보다는 워낙 내용이 방대하고 다루는 분야가 많아서 한 번에 다 읽기에는 무리였다. 예술(문학 포함)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제목에서와 같이 시간적으로는 과거(기원), 현재, 미래를, 구성면에서는 기술(도구)과 사상을 중심축으로,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우주의 시작인 빅뱅이론에서 AI의 진화에 이른다. 그 사이 종교와 철학까지 넘나드니 이 방대한 양을 어떻게 한 권의 책에 다 담을지 고민한 밑그림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우선 이 책은 개념정리가 쉽게 잘 되어있다. 별도의 각주는 없으며 논문보다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과학도서와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어 앞으로 읽을 적잖은 과학 도서를 읽은데 길잡이가 된 것은 분명하다. 개념정리가 잘되어 있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아주 쉬운 용어로 되어 정리가 되어있다는 말인데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자가 충분히 그 개념을 잘 소화해서 고학년 이상이면 누구든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용어에 대한 개념을 찾아서 보고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짧고 간명하게 되어 있다. 이른바 아는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보고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것이다..때문에 초기 빅뱅이론을 시작으로 한 천체물리와 관련된 부분은 나 같은 초보자가 보기에 좋았지만 반면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중세사 이후, 근현대까지 이르는 제반 사회 경제사 흐름 부분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기 보다는 기존의 지식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분야의 발전이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지금 도래한 하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는 분야를 마지막 2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결국 인류는 기술이 사상을 만들어내기도, 때로는 사상이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음을 기나긴 우주의 빅히스토리를 통해 전달을 한다. 내가 유사한 다른 분야의 빅히스토리와 관련된 책은 아직 완독을 다 못했으나 그런 책들에 앞서 이광형 총장이 쓴 이 책을 보기는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교양서에 가까워 학술서답게 각주나 출처가 거의 없고 참고문헌 정도로 정리되어 있어, 내게는 그러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지만, 편안한 교양강의를 듣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미래의기원#이광형#인플루언서#카이스트대총장#도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