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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평점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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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말하면 생리학적인 것이나 신경학적인 것 따위를 생각하지 않고도 인간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말할수 있다. 그런 때에 생리학 혹은 신경학적인 것을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거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까지야 말할수 없지만 적어도 쓸없는 일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간주하기때문이다. 우리는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며 무언가에 의해 규제된다. 그러나 우리는 신경기능과 신경계의 변화에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복잡한,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사고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라고 여긴다. 대개의경우 이러한 사고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때때로 기질적인 병의개입으로 변화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때는 생리학적. 신경학적인 상관관계를 고려해서 인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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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색스#아내를모자로착각한남자#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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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색스는 그의 자서전 ‘온더 무브’를 통해 먼저 만났다. 2년도 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그가 환자를 생각하고 질환이나 병리학적 측면과 더불어 인간을 총제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부분, 병원 운영과 관련해서도 환자중심으로생각했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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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서 오히려 책을 먼저 사두고도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막상읽으려고 보니 아무리 찾아도 책이 보이질 않아 새책을 샀다. 집에 어딘가에 있겠지 했는데 #2017_073 피드를 보면서 내가 그 책을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준 사실을 확인하고 이제야 기억해 냈다. 정말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 막상 그 글을 보는 순간 그날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얼마나 친구가 오래 있다가 돌아갔는지 등이 생각났다. 연속 5권의 뇌과학 책을 읽으면서 그 책안에서 이야기하던 내용들을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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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부로 구성된 이책은 몇몇 이야기는 단행본으로 발행되거나 그가 논문으로 발표되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나가면 알겠지만 실제 표제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 총 24편 전체를 순서대로 나가다보면 책속 루이스 뷰뉴엘이 말한 것처럼 임상적. 실재적. 실존적, 철학적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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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모든 것을 아마 보게 된다면 못볼 것도 보게 되어 미치게 말 것이다. 혹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등 등 오감에 걸쳐 과잉이나 상실에 대하여 매우 신경학적으로나 혹은 존재론적으로 단편적으로 생각하지 쉽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의 뇌와 신경계는 감각계와 뇌의 연합적 활동으로 모든 감각을 수용하고 지각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다른 감각으로 대처를 하기도 한다. 24편의 사례는 신경학적인 측면에서 특정 부분에 대한 상실, 혹은 과잉, 그리고 그로 인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몇몇 증후군에 대하여 언급하고 마지막에는 인가의 지적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에서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따른 정도로 지능 수준을 낮지만 그들안에 남아 있는 고도로 발달된 감각을 중심으로 예술적으로 발현된(혹은 색스의 시선에서 확인되고 발견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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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의 사례라면 적지 않은 사례임에도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싸인 곡선을 타듯 그 파동이 크고 그래서 울림이 좀체 가라앉질 않는다. 농담으로 우리는 코감기에 걸리면 아이고 이놈의 코좀 떼어 내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으로 인한 고통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색스는 이 책에서우리가 얼마나 일상에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신경계의 문제를 확인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 기묘한 사례들을 통해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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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렛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성이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비참하리만치 정확하게 자각하는 것(p.214), 모든 것의 의미가 균일화되어 어떤것이든 의미가 같아져 버린 상태, 혹은 실재하지도 않는 환상과 허구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구원하려 몸부림 치지만 자아 속에 매몰되어 버린 인간(p.196)의 이야기들 병리적 상황속을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행복한 상황이란 어떤 상황인지를 생각하며 정체감이나 인간관계 등에 대한 관점을 때론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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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지막 4부 단숨의 세계에서 들려준 4편의 이야기 때문에 마음에 많은 파장이 일어나고 온더무브처럼 이책도 앞으로 제목만 들어도 마음에서 큰 울림이 생길 것 같다. 에릭캔델 교수님은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라는 책에서 현대(추상)미술을 이야기하면서 환원주의에 대해 아주 유연하게 뇌과학과 연결하여 설명해주고색스 교수님은 일상의 사람들의 삶에서 나타난 단숨함과 구체성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서 만들어진 모습임을 그래서 남아있는 것으로 부터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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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이글먼 교수님의 책과 에릭 캔델 교수님 책을 정리하면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언급하며 정리해야겠다 싶었지만 이 책이 주는 울림을 오래기억하고 싶어 먼저 정리해본다. 내 피드에서 맨 처음 언급된 책이 이 책인데 4년만에 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