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이 오래된 과거의 어느 날 구로시오해류를타고 온 작은 선인장 씨앗이 지금의 월령리를 만든 것처럼 우리의 슬픔과 미안함,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들도 분명 어디선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었다. 기대하고 희망하고 믿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 믿지 않는 것은 외면과 단절로 끝이 나지만 믿는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이후의 발걸음까지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낭독회를 진행하는데 무대로 삼은 작은 의자 뒤로내내 팽나무가 팔을 넓게 벌리고 있었다. 괜찮다는 듯, 서로 어깨를 걸고 통과하고 있는 우리를 묵묵히 감싸듯. 그곳이 제주였고 그것이 바로 제주의 식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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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움직임이 식물을위해 뭔가를 해준다거나 인간인 내가 뭔가를 포기한다는 느낌으로 한 행동이 아니라서 좋았다. 작은 군락지에 내리는 비나빛처럼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라는 점이 그렇게 해서 이 방의 인간과 비인간 모두 긴 여름의 첫 자락으로 접어들고 있다. 단단히 준비했으니 분명 괜찮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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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들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토끼일까
쫓기듯 쫓으며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
가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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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나는
그의 불안과 극단과 기운과 동요를 모른다 나는
아이가 있고
그의 장지를 알리는 문자를 지워버렸다
집안을 장악한 상어 가족 노래를 들으며
아이 방에서 몰래 벽에
머리를 찧으며
이 불길함을 내쫓는 찰나
살아 있다는 자체가 미친 선택임을 확신하지만 나는
뚜루루뚜루,
아이가


부음 4의 뒷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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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언어


회사에서는 두 단어가 금지되었다.

• 어차피
• 어쨌든

둘은 사이 나쁜 동기처럼 떨어지지 않고 붙어다니며 사용성을 디벨롭한다 어차피 마찬가지라면서 어쨌든 달라야 한다면서 와우 포인트를 찾는다
......

금지보다는 권장으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고 창의성을 발현하여 모두가 가족 같은 회사가 되자는 그리하여.

• 기어코
. 부득이

회사에서는 두 단어가 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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