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갑자기 그쳤다. 마치 변덕스러운 신이 구름 속으로 손을 뻗어 스위치를 딸깍 내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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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아래 춤추는 눈송이들. 창문을 장식한 색색의 전구들. 구세군의 맑은 종소리. 노점에서 풍기는 어묵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눈 내리는 연말의 밤거리를 통과하면서은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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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가 움직였어. 서현은 생각했다. 그뿐이었고,
그럼에도 조금 놀랐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윤단, 「남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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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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