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 수 없이 오래된 과거의 어느 날 구로시오해류를타고 온 작은 선인장 씨앗이 지금의 월령리를 만든 것처럼 우리의 슬픔과 미안함,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들도 분명 어디선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었다. 기대하고 희망하고 믿는 데는 힘이 필요하다. 믿지 않는 것은 외면과 단절로 끝이 나지만 믿는다는 것은 미래를 향한 이후의 발걸음까지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낭독회를 진행하는데 무대로 삼은 작은 의자 뒤로내내 팽나무가 팔을 넓게 벌리고 있었다. 괜찮다는 듯, 서로 어깨를 걸고 통과하고 있는 우리를 묵묵히 감싸듯. 그곳이 제주였고 그것이 바로 제주의 식물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