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젖은 흙 속에서 깨어난 나무 향기가 밀려온다.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탯줄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은 그내음은, 내가 어떤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 대지의 일원이라는것을 알려준다.툭툭 소리가 점점 커지는 하늘을 겨우 가린 우산 아래서, 비가 부딪치며 짙은 색이 천천히 번지는 산책로 담벼락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비가 오는 이 예외적인 하루를 좋아한다. 하루라는 낱말은 아주 가볍고 보드라운 어떤 생명 같아서 발음할 때마다 선물처럼 반갑고, 어제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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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말도 말해지는 순간 비로소 현실이 된다. 현실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바로 말하는 사람을 구속하는 ‘법‘으로서 효력을 지닌다는 뜻이다. 이 점은 맹세한다라는 말에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맹세는 어떤 법의 문장에 근거해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맹세한다고 말하는 행위자체가 말하는 자를 구속하는 법인 것이다. 그러니 맹세의 말과 더불어 지상에 없던 유일무이한 법, 오로지 맹세의 말을한사람만 구속하는 새로운 법이 탄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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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폭우로부터
가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엉뚱한 질문은
철학에서 날씨를 만든다는 착상이
생겨난 최초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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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다른 이름은 변신이며, 그런 까닭에 반복이 이루어짐에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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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네 손을, 
아니 지구 하나를 쥐고 있었고, 
두 손이 잠시 피해 있던 
외투 주머니속에선 
별자리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모든 것이 무사할 것이라 말하듯 
날씨가 바뀌었다.
하나의 손이 또 다른 손에게 다가가 
네가 나의 전부라며 
가만히 안아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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