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젖은 흙 속에서 깨어난 나무 향기가 밀려온다.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탯줄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은 그내음은, 내가 어떤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 대지의 일원이라는것을 알려준다.툭툭 소리가 점점 커지는 하늘을 겨우 가린 우산 아래서, 비가 부딪치며 짙은 색이 천천히 번지는 산책로 담벼락을 한참 바라보기도 한다.비가 오는 이 예외적인 하루를 좋아한다. 하루라는 낱말은 아주 가볍고 보드라운 어떤 생명 같아서 발음할 때마다 선물처럼 반갑고, 어제의 시간으로 보내야 하는 일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