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5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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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인물도 많았고, 그들이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이 후세에 길이 남겨질 방법이나 도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예술은 다르다. 잘 보존되어 온 예술품들은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후세에까지 전해져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한다. 그렇기에 아픈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유적들을 생각할 때의 안타까움은 클 수밖에 없다.
 
 가야국은 사라졌고 우륵도 가고 없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륵 국악단을 통해 그의 음악과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솔거의 노송도를 실제 소나무로 착각한 새들, 월명사의 피리 소리에 흐르던 달마저 운행은 멈추고 피리 소리를 들었다는 일화 등...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빼어난 당시 예술가들의 예술적 경지를 알게 한다.
 
 조카의 자리를 빼앗은 세조를 임금으로 여기지 않아 벼슬을 주려고 불렀을 때에 똥통에 몸을 던져 숨기까지 한 우리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라 불리는 김시습의 일화는 타락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지금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칼로도 권위로도 억누를 수 없었던 김시습과 같은 진정한 자유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내가 비록 명필로 이름은 높으나 저 기름 장수의 수준에 이르러면 아직 멀었다. 아려서는 어머니와 훈장님께 배우고, 또 나뭇잎과 돌판과 하늘과 구름에게 배우고, 이렇듯 시장의 기름장수에게까지 배우니 온 세상에 나의 스승 아닌 것이 없구나!"

 "사람의 삶에 완성이란 없으며, 영원한 일등도 없는 것이다. 학문과 예술에는 최고란 없으며 오로지 한층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 p 206 -



 예술가들의 정신을 그야말로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다. 한석봉은 명필로 이미 그 명성이 대단했지만 시장의 기름 장수에게까지 배울 것을 찾는다. 평생을 사람을 통해 자연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울림이 되어 오래도록 남을 듯 하다. 존경스러운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런 겸손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는 것같다.
 
 예술가였지만 정치가이기도 했고, 예술가였지만 한 집안의 어머니요, 아내이기도 했으며, 예술가였지만 오늘 날 기생으로 더 알려지고 기억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 지루할 틈 없이 너무나 재미있게, 때론 감동에 젖어 읽을 수 있었다. 예술가 이야기 속 많은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의 삶이, 그 시대적 배경이 훤히 눈에 들어오는 듯 해 역사공부를 위한 책으로도 손색이 없다. 고학년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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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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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장을 시작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보이는 것 하나하나, 만나는 모든 것을 참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마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졸졸졸, 뽈뽈뽈 기어가는 길가에 개미들, 놀이터 의자에 앉아 아이들 노는 것을 지켜보곤 하는 다리 한쪽 없는 아저씨, 먼저떨이처럼 털이 너덜너덜한 떠돌이 개....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관심을 기울이면 확실하게 보이는 것들을 우리는 모른체라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참 많다. 외면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알고보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인데... 갈수록 삭막하기 짝이없는 세상이다. 낯선 이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에다 좁은 골목길의 정겨운 풍경에 이끌려 감성에 빠질 겨를도 없이 빨리 넓고 큰 길이 나타나주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 또 나의 모습이다.
 
 이준관 시인은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다가가기를 서슴지 않았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으며, 길에서 만나는 강아지 한 마리, 꽃 한송이... 그것들에게서 행복과 기쁨을 느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이 한권의 동시집에 가득 담아 놓았다. 우리들의 본래 모습, 그리고 회복해야 할 모습들이 가득 담겨있는 동시집이다. 진한 추억의 향기가, 사람냄새가 진동하는 동시집이다.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 내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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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한국의 왕 지도 없이 떠나는 101일간의 세계 문화 역사 14
박영수 지음, 노기동 그림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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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결코 어느 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편견을 피하고 통치자를 바라보면 그들도 말 못할 어려움을 겪었고 때로는 자기 뜻과 달리 나라를 이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왕도 사람이니까요... - 머리말 중에서-  

 학교다닐 적 머리아 프게 달달 외우며 공부하던 국사 시간이 떠오른다. 정말 재미없고 지루하고 따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국사 선생님이 갑자기 떠오르는 이유는 뭐지^^ 그때만해도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도 없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씀이 이제는 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참 세상 좋아졌지! 

 우리가 흔히 어느 왕을 떠올릴때면 한 나라를 통치하던 최고 권력자로서 그가 어떠 어떠한 업적을 세웠는가만을 기억하고 또 공부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끔 한 인물을 조명하는 역사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일생을 새롭게 알게되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아이와 역사드라마는 꼭 챙겨보게 되었던 것 같다. 역사 드라마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바로 왕이 아닐까 싶다. 아이와 이 책을 읽기 전 얼른 떠오르는 왕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이 정말 형편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겠지만... 

 고대국가의 왕을 시작으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호령하기도, 비운의 왕으로 기억되기도 했던 수많은 이름의 왕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그들이 최고 권력자로서 일구어 낸 일들 중심이기보다 인간적인 부분을 더 다루고 있고, 주변 인물들, 당시 배경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일정부분 우리의 얄팍한 지식과 편견으로 잘못 기억되고 있는 왕들의 이야기들은 흥미로움을 뛰어넘어 바로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유익했다. 왕이기 이전에 자식이었고, 남편이었으며, 또 아버지이기도 했던 그들의 이야기, 같은 인간으로서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 연민마저도 들게 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깊이 있는 읽기를 기대하기 보다 어렵지 않게 역사 속 왕들의 모습을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는 저학년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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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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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이 그럴싸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역시 지나다가 외형상의 조합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 커플을 보면서 의아해 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반 친구에게 멋진 대학생 남친이 있다는 이야기는 반 친구들에게 거짓말처럼 들리면서 동시에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한참 이성에 관심있어 하는 여고생들의 연애담만을 다룬 이야기는 아니다. 왜 몇 배 쯤 괜찮은 내가 아니고 뚱뚱하고 못생긴 봄이에게 멋진 남친이 있는건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그 남자가 어딘가 모자라거나 이상한 사람일거라고 위안을 삼기도 하는 반 친구들은 어느새 봄이의 연애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나도 그랬다. 달콤하고 로맨틱한 순정만화에서나 나옴직한 봄이의 남친 얼굴이 그려지며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내가슴이 콩닥거렸고 잠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설레기도 했다. 반 친구들이 딱 이런 내 맘 같았겠지? 하지만 그 아이들은 하나같이 봄이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관심있게 들으면서도 믿으려 하지 않았을까? 믿고 싶지 않은 그 이야깃속의 주인공이 봄이가 아니라 바로 나였으면, 아니 바로 나라는 착각 속에 행복한 꿈을 꾸다가 현실을 돌아 보았을 때 내가 아닌 나보다 한참 부족한 봄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건 아닌지...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나역시도 어쩔 수 없는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쩜 모든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만 예외를 두고 거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연애담을 너무나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야기하면서 왜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는지 봄이는 오히려 의아해 하고 그 이유를 모르는 듯 하다. 그 모습을 친구들은 더 어이없어 하는.. 네 주제도 모르냐는... 어느 시대보다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허용하며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볼 때, 적어도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또 몹쓸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이금이 작가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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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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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땅, 황무지와도 같았던 땅 우토로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온갖 수모와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일구어낸 우토로를 이제와서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염치없는 이들도 여기에 있다.

 일제강점기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일본인들은 조선 사람들을 동원했다. 비행장이 완성되면 조선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꿈에 젖어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힘들게 일했건만, 전쟁에서 패하면서 비행장이 필요없게 된 일본인들은 비행장은 물론 조선 사람들을 그곳에 남겨둔 채 떠나고 말았다. 오갈곳을 잃은 우토로 사람들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열심히 살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땅 주인이 조선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 한 편 6.25 전쟁 이후 한국은 일본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로 재일 조선인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으니 우토로의 조선인들은 어떠한 도움이나 희망도 기대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조국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것이다.

 이 책은 어린 소녀 보라의 시각에 비친 우토로를 그려내고 있다. 한줄기 빛도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같은 그 곳, 엄마도 그리 떠나고 싶어하는 우토로를 할머니만큼은 끈질기게 지켜내려 몸부림친다. 조센징이라 불리며 혹독한 세월을 견뎌냈지만 그 세월 속에서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기 보다 강인한 정신력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려진 땅 우토로를 마침내 사람이 살만한 땅, 나의 고향이라 말할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놓고야 만것이다.

 실화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해패앤딩을 보여준다. 작가의 바램이 담겨있었겠지...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 진행형이다. 보라 할머니가 우토로를 지켜내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우토로의 조선인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투쟁중이라고 한다. 언제쯤 그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게 될런지는 알 수 없으나 황무지였던 우토로를 살려낸 강한 의지와 정신력이라면 반드시 동화와 같은 해피앤딩을 맞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이 조센징인 것이 수치스럽고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보라가 결국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회복해 당당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 역시 그들의 아픔이라 방관하며 수치스러운 역사의 일부분이라 여기기 보다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함께 이루어 가야 할 일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재외 국민들의 애환을 가슴 아프게 만나 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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