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 행정가와 CEO를 위한 리더십의 8가지 원리
노무현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펼치니 그 분의 사진이 있다. 가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코 끝이 찡하다. 이제 살아있는 그 분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죽음에 대한 방관자로서의 죄책감과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지 못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들이 새로이 되살아난다. 이런 복잡한 감정을 뒤로 하고 책을 펼쳤다. 글로 표현된 그 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리더쉽 관련 책을 찾던 차에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존경하는 그 분이 생각하고 실천했던 리더쉽이라면 충분히 배울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리더쉽 책은 처음이라 다른 책들과의 상대적 비교는 안되지만, 리더쉽에 관한 내용만 순수하게 놓고 본다면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인상보다는, 원론적 내용에 그치는 평범한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해수부 관련 정책들, 부산 항만 공사 설립이라든지, 가덕도 매립 등 모범적 예로 들어진 사례들이 업무상 나에게도 친근한 분야라 생생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재임기간 동안의 사업을 이야기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례들이 자주 중복되어 인용되었고, 사기업과 국가 행정 조직 사이의 차이점이 있다 보니, 사조직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리더쉽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관한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원했던 내 기대수준엔 조금 못 미치지 않았나 한다. 이 글이 씌어진 2002년이 아무래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리더쉽보다는 전체적인 국정 구상과 대한민국의 비젼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 리더쉽이란 초점에 조금 빗나가지 않았나 하는 것도 나로선 아쉬운 부분이었다.   

신뢰와 대화를 바탕으로 비젼을 제시하여 조직원을 발전시키고, 전략적 판단과 강한 추진력, 합리적 설득으로 조직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그 분의 원칙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며 읽었으나, 늦은 밤 야근과 일요일 출근도 마다않고,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주말부부를 하고, 수십편의 개혁안과 보고서를 지식경영란에 올리는 직원들을 보면서, 조직의 잠재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리더도 좋지만 야근의 고충과 상부에서 지시하는 업무 외 활동에 다면평가등을 감안하여 개인 시간까지 할애해야 하는 구성원들의 솔직한 마음을 이해하고, 업무와 업무외 활동의 과중한 부담을 줄여줄 방법을 고민하는 리더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모든 노력과 시간의 희생이 자발적인 참여이고, 조직과 자신의 발전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일텐데, 내가 느낀 조직의 생리란, 조직의 유지, 발전을 위해 조직원들은 끊임없이 소모 당할 뿐이다.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누구에게 비젼을 제시하고 발전을 격려할 수 있겠나? 솔직함이 조직원의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이라 하지 않았나 말이다.  

인간과 권력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권위형 리더와 민주형 리더가 결정된다고 한다. 100% 공감한다. 과연 어느 것이 정답일까? 인간은 믿어주면 믿어주고 나를 낮추면 나를 올려주는 존재일까? 믿어주면 배신하고 나를 낮추면 나를 우습게 여기고 깔보는 존재일까? 그 분은 전자라고 굳게 믿고 민주형 리더를 역설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인 배신과 깔보기라는 반응은 그를 성공한 살아있는 지도자로 만들지 못하고 성공한 죽은 지도자로 남게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에서 나는 또 갈등한다.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리더쉽이 있고, 그 많은 리더쉽의 상차림 중, 리더의 입맛과, 조직의 입맛, 조직원의 입맛에 딱 맞는 접시를 골라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가리들은 돈도 많이 받고, 책도 찾아 읽고, 술도 마시고, 고민도 하는 것 아니겠나. 내 접시는 과연 무얼까?          

*책 접기 

" 신뢰형성에 필요한 신뢰대상의 특징으로 일반적으로 네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신뢰대상의 능력이다...둘째는 일관성이다...셋째는 정직성에 바탕을 둔 개방성이다... 넷째는 공정한 배려이다." 

"나는 업무 파악을 위해 크게 세 가지 방법을 썼다. 첫 번째는 업무자료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업계나 학계에 계신 분들과 자주 만남을 갖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무자와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리더가 업무에 정통한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른 어떤 인간적인 장점도 업무에 정통한 토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하려면 읽고, 만나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전략적 사고는 우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다음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일의 선후와 경중을 분명히 하면서 단계별 과정을 자고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과정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항과 장애에 대한 극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모든 단계에 걸쳐서 목표와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 번 쯤 다른 각도에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 보기를 늘 삶 속에서 실천하고 또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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