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중 한 사람. 혜원 신윤복. 이 책은, 그의 화첩 <<혜원전신첩>>에 실린 30장의 그림에 대한 풍속사적 해설이다. - 세어보니 책에 실린 그의 작품은 춘화까지 포함하여 정확하게 33장이다.- 저자는 그의 그림을 '성'과 '유희'에 초점을 맞추어, 다른 화가의 작품들 및 관련 문헌, 복식, 풍습등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 엮어가며, 혜원의 풍속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그것이 그려진 사회적 컨텍스트가 무엇인지 따져 본다.  

혜원의 작품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작가의 친절한 길 안내를 받으며, 국사책에서는 듣도 보도 못했던 사실들도 알게 되고 -통금 시간이 저녁 8시부터 아침 4시라니, 조선은 아침형 인간들만 살아갈 수 있는, 더러운(?) 세상이었네- 강요된 도덕 관념 '정절'과 그 폭력의 희생자들- 요즘도 뭐 방송을 통해 알게 모르게 주입되고 있다. '전설의 고향'이 퍼뜩 생각났다.- 오늘의 밤문화와 조선의 밤문화(선술집, 내외주점,색주가)를 비교도 해가면서 - 역시나, 일차에서 흥이 돋워지면, 이차로 노래를, 마지막으로 여자를 찾는 코스에는 변함이 없더군, 화장 짙게 한 여자들이 가게 앞에 앉아 손님들 꼬시는 것도 똑같고, 포주가 포교들에게 정기 상납하는 건 또 어떻고- 그림 속, 주인공들의 사연을 멋대로 상상하다 보니- 특히 '삼각관계'가 그랬다. 기생은 인물좋고 늠름한 단골 포교를 어느덧 사랑하게 된다. 포교도 살갑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사랑도 예전같지 않다. 달 밝은 어느 밤. 기생은, 짧은 밤 보내고 서둘러 떠나는 포교의 뒤를 몰래 밟는다. 우리의 포교는, 타고난 카사노바. 역시나, 새로운 여인과 밀회중. 기생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무심한 눈길로 이들의 키스를 담담히 바라본다.-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3장이 훌쩍 되버렸더라는... 편집상의 문제이겠으나, 각 장 첫 머리에 그림을 먼저 두어, 독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저자의 해석과 비교해 볼 수 있게끔 하는 배려가 아쉬웠다.      

예나 지금이나 "노는 인간" 과 "떡치는 인간"으로서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구나.    

* 책 접기 

"그림은 그림 내부의 미학적 장치뿐 아니라, 그것을 산생한 사회적 컨텍스트에서 읽어낼 때 좀 더 정확한 이해와 감상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열녀가 난 집안이라는 명예와 세금의 감면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있었다. 죽은 자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남은 자들은 혜택을 누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