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것 같았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 P252
스토너는 갑작스레 감정을 터뜨린 그녀의 모습에 당황해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