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했던 버클리 대학교의 실험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절대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었다.
빌은 코트를 벗어서 구석으로 던졌다. 그러고는 숨을 크게한 번 들이쉬더니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끝까지 한 번 쓸어내린다음 천천히 몸을 돌리면서 전기 콘센트 자리 개수를 셌다. 방 한구석에는 밝은 빨간색 긴급 전원 차단 스위치까지 달린 변압기와 동력 조절기가 되는 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빌은 그걸 가리키며 말했다. "와, 좋아. 저거면 220볼트 전력을 안정되게 공급받을 수 있어. 질량분석계에 딱이잖아. 정말 완벽하군." 그는 강조하듯 그렇게 덧붙였다.
그곳은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우리만이 열쇠를 갖고 있는우리의 첫 실험실이었다. 작고 누추하기 짝이 없는 곳일지는 모르지만 우리 것이었다. 나는 그 텅 빈 방을 우리가 언제나 계획하고 꿈꿔왔던 실험실과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본 빌의 눈에 감탄했다. 과거의 꿈과 현재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있었지만 그는 우리의 새 삶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도 그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