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봄볕에 깨어나는 경작지 위에서 늙은 농부들은 흙을 주무르고 있다. 마늘밭과 봄동밭과 시금치밭에 김을 매고 있다. 부부가 함께 일할 때, 늙은 부부는 이쪽저쪽으로멀리 떨어져서 일한다. 늙은 부부는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지만, 한마디도 말을 나누지 않는다. 날이 저물어 돌아갈 때도 남편이 앞서고 아내는 몇 걸음 떨어져서 뒤따른다.

그들은 말로 의사 소통을 하는 단계를 넘어섰거나, 아니면 소통되어야 할 의사가 이미 다 소통되어버린 것 같았다. 밭 가운데 무덤들이 들어앉아 있다. 한평생 그 밭을 갈던 농부가 죽어서 그 밭 속에서 누워 있다. 부부가 함께 밭으로 들어가서누운 무덤들도 있다. 그 밭 옆에는 구석기시대의 고인돌 무덤도 있다. 부푸는 봄의 흙 속에서 새파란 것들이 일제히 솟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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